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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매시슨 -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외 32편 ㅣ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36
리처드 매시슨 지음, 최필원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3월
평점 :

리처드 매시슨은 공포, SF, 판타지, 로맨스 등 안 다뤄본 장르가 없을 정도로 많은 걸작을 방출해 낸 미국의 소설가이다. 우리가 알고있는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건 '나는 전설이다'일 것이다. 여러 영화의 각본가도 맡고 있는 리처드 매시슨의 상상력과 스토리 진행은 잘 알려져 있다. '리처드 매시슨' 책에서는 그의 여러 단편을 수록해 놓았다. 짧은 단편임에도 그의 명성에 걸맞게 색다른 소재와 배경을 통해 그의 상상력을 여실히 뽐내고 있다.

이 책에 담겨있는 여러 단편들은 대부분 평범한 일상에 기반한다. 함께 모여서 웃고 떠드는 조용하고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내는 와중, 어디에선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마치 검은 물이 드는 것처럼 서서히,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공포감! 항상 지내왔던 집, 우연히 사오게 된 인형, 어디에나 있는 귀여운 소녀들. 익숙한 사물들이 생각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 새롭다.
그리고 단편이기에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더 많은 상상을 이끌어 준다. 예를 들어 수록된 작품 중, '깔끔한 집'에서 외계인의 존재가 나오는데 그들이 인간들을 납치해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인간 세상에 정착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썼는지, 외계에 가면 어떻게 될 것인지, 그들은 외계에서도 탈출을 할 수 있을지 등 끊임없이 질문과 답을 되내이게 된다. 저도 모르게 리처드 매시슨의 상상력에 동화되는 것이다.
많은 이야기들 중, '사냥감'이라는 단편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등장인물은 인형과 아멜리아, 그리고 배경은 아멜리아의 작은 집이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아멜리아의 방의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 인형의 생김새, 아멜리아와 인형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듯 생생하다. 그리고 끝났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 때, 저주는 끝나지 않았다는 섬뜩한 여운을 남겨준다. 사냥꾼의 영혼이 소멸되는 것까지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아직 그가 남아있으며 사투가 끝난 그 자리에서 다음 사냥감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섬뜩하며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어디선가 이전에 들었던 익숙한 이야기들이 등장하곤 한다. 저주 인형 이야기라든가, 모르는 사람을 죽게 하는 대신, 대가를 주는 버튼 등 약간 다르지만 소재나 진행은 비슷한 이야기들이다. 아마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이 리처드 매시슨의 상상력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토대가 된 건 아닐까? 수록된 단편 외 리처드 매시슨의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