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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기술 - 일 결정력을 높이는 말 사용법
잭 퀄스 지음, 오윤성 옮김 / 생각의서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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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매일같이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끊임없이 소통한다. 그 속에서 속마음과는 다른 입에 발린 말을 하기도 하고, 또 이익을 위해 남을 낮추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같은 말에 관한 속담이 보여주듯 일상 생활에서도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특히 직장에서는 여러 이해관계가 뒤섞인 곳이기 때문에 '말'을 조심해야한다.


 처음에는 이 '말기술'이란 책의 목적은 협상의 성공률을 높이거나 직장 내 반목을 줄이기 위해 말의 조심성을 일깨우고 좀 더 믿음직스럽고 성공률 높은 대화를 알려주는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좀 더 '나은' 대화법이라기보다 여태 내가 인지하지 못한 말의 허점을 찾아내고 논리적으로 다가가 피해를 줄이는 데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바쁘다, 어쩔 수 없다, 필요하다, 불가능하다' 등등 흔히 듣고 쉽게 납득해버리는 말들을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파헤쳐가면 이 말들 뒤에 회사는 얼마나 큰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말은 '원래 이렇게 한다'는 말이었다. 처음 일을 배우고 시작할 때 위에서 가르쳐준대로-물론 그도 여태 전수받아 배워왔을 비법을- 일에 착수한다. 책에 나와있던 것처럼 그 방법이 비효율적이었던 적도, 심지어 그렇게 일을 처리하는 이유조차 아무도 모르는 상황도 심심찮게 봐왔다. 그럴 때마다 '여태 해왔던 일이니까, 그냥 그렇게 하니까.' 라고 말을 들어왔다. 이 일을 하는데 가치가 없다면 굳이 해야하는 것인가. 사실 처음엔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왜'라고 묻는 걸 쓸데없다 여기고 그러다보니 의미없는 반복된 일에 갇히게 되고, 열정과 의욕도 빠져나가게 되며 변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기존의 볍규와 질서를 중요시하고 상하조직이 두드러지게 표출되는 우리나라의 회사 대부분은 바뀌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모두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되더라도 바꾸자는 모험과 책임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책에서 나오는 사내 여러 말들과 사건들은 우리나라에서 쓴 책인가 싶을 정도로 닮아있어 위화감이 없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회사도 다른 모습일까 생각했는데 여러 면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게 재미있고 공감이 가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사원이 이 책을 읽고 깨닫는다 하더라도 바뀌는 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능성은 제쳐두고라도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의지를 다질 사원이 있을까. 혹은 사장이나 이사 정도 되는 직급이 읽어보고 직접 주도해야하는 건 아닐까 생각된다. 


 일하면서 쉽게 내뱉고 또 듣는 여러 말들을 이렇게 하나하나 나눠 살펴보니 회사에서 얻고 잃는 재산의 가치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가치와 협상이 이뤄지는 회사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보였지만 평소 흘려듣는 여러 말들을 주의깊게 파헤치면 일상에서도 손해보는 일 없이 더 알찬 생활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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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죽으러 갑니다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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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스릴러나 SF장르를 즐기는데 우리나라 책은 흔치 않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꼽아봐도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등 주로 일본 소설뿐이다. 확실히 새롭고 재밌어 좋아하는 편이지만 가끔 나오는 이질적인 문화나 이해되지 않는 감정에 몰입감을 방해하곤 한다. 그런데 이번에 알게 된 '지금 죽으러 갑니다'는 한국 소설! '정해연' 작가님이라고 한다. 한국 추리소설은 실로 오랜만에 봤기에 매우 반가웠다. 더욱이 현실의 문제점을 담았다고 하니 훨씬 더 집중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읽기도 전에 기대가 많이 되었다. 


먼저, 책 제목은 '지금, 죽으러 갑니다.'로 되어 있는데 일본의 영화 제목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패러디가 먼저 생각나 섬뜩한 느낌보단 익숙하고 약간 우스운 느낌을 먼저 받았다. 지금 죽으러 간다는 말만 놓고 봤을 땐 마치 홀가분하게 산책이나 나가는 것처럼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 섬뜩하다. 표지에 그려진 인물들과 대사만 봐도 '동반자살'을 위해 모인 사람들답게 무겁고 잔인한 말들을 쏟아낸다. 그리고 다섯 등장인물 중, 한 명의 인물만이 문의 반대편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처음 보고 나는 반대로 오는 사람이, 모두 함께 죽으려는 다른 사람과 달리 다른 목적을 갖고 있는 살인자라고 생각하게 했다. 설사 아니더라도 그가 다른 등장인물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책의 서사는 단순하다. 삶이 괴로워 자살을 선택한 자들 중 살인자가 섞여 그들간에 나타나는 갈등과 사건들이 주를 이룬다. 같이 죽자며 모인 5명 사이에도 언제 어떻게 죽을지 하나하나 맞지 않는다. 이를 위해 마련한 자칭 메시아조차 의심쩍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들 중 누가 살인자인지는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만큼 드러나있다. 그러나 이 책의 진가는 누가 살인자인지 찾고 어떻게 어려움을 벗어나는지가 아니다. 캐릭터들이 매우 입체적이고 특색있다. 단순히 살인자가 나쁘고 잘못된 인물이고, 주인공이 착하고 정의를 쫓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데다 기억까지 잃은 주인공이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이며 덤덤히 살아가는 모습에 오히려 죽음을 응원할만큼 애처로워 보였다. 다른 등장인물 역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거나 작은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가진 한편, 죽음 앞에선 남보다 나의 안위를 먼저 챙기고, 극히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등장 인물 모두에게 양면의 모습이 있는 것이다. 마냥 착하고 순진한 모습만 보이는 게 아닌. 이런 인간적인 모습이 등장인물들에게 애정을 가지게 만들고 무엇보다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주인공은 기억을 잃기 전의 모습과 현재 모습을 재차 보여주어 더 이입이 되었던 것 같다. 누구보다 죽음을 원했으면서도 한편으론 그만큼 살기를 원했을 그가, 또 어린 시절 부모의 애정을 갈구하면서 그렇기에 탈선의 길을 벗어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다. 선의 모습만 보여주지 않는 건 그의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의 처지가 너무 안 되었기에 가족들에게 그를 버릴 수밖에 없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길, 어쩌면 모든 게 거짓인 오해이길 바랐다. 그만큼 가족의 애정을 원해왔고, 현재 남아있는 전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과 살인마는 매우 비슷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둘 다 가족에게 쓰레기 취급을 받고 내쳐졌지만 한 명은 돈 때문에 죽음에 버려졌고, 또 한 명은 명예가 중요하기에 어떠한 짓을 저질러도 벌을 받지 않는 것이다. 배경 차이가 서로 상반된 입장을 만들어 낸 것이 보여 재미있었다. 


'지금 죽으러 갑니다' 는 캐릭터 하나하나의 모습과 배경, 그리고 섬세하게 장치해놓은 복선들이 매력있는 책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인공 외의 나머지 등장 인물의 상세한 배경도 보여줬으면 그들의 사정에 더 이입할 수 있었을텐데, 다른 이들에게는 어떤 힘듦이 있었는지, 어떤 기분인지 되려 궁금할 정도로 주인공의 모습은 재미있고 입체적이었다. 역시 배경이 한국이고 현실에도 있는 사회 문제, 그렇기에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어 몰입이 높았다. 다른 작품에서도 또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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