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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 출신 변호사가 해부한 해킹판결
전승재 지음 / 삼일인포마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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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많은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 오늘날까지 인터넷은 점점 발전해 집에서 서류를 보내거나 물품을 구입하는 등 앉은 자리에서 웬만한 건 가능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인터넷 속에 저장해두는 개인정보는 늘어나고 있다. 아이디나 비밀번호뿐만 아니라 주민번호, 계좌, 주소, 휴대폰 번호 등 나를 증명해줄 수 있는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소중한 정보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인터넷이 발전한만큼 바이러스, 보이스피싱, 해킹 수법도 나날이 새로워지고 발전해지고 있다. 너무도 당연하게 내 정보를 입력해두기만 했지, 이것이 안전한지, 또 혹시 해킹 당한 후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매체들은 해킹을 어떻게 막고 어떻게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있는 것인지, 이전에 해킹 사례들은 어땠는지 고객 스스로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해커 출신 변호사가 해부한 해킹판결'에서는 먼저 해킹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법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자세히 서술해준다. 나도 해킹 방면엔 문외한이라 다소 어려운 내용이 많았지만 이 부분을 이해하면 뒷 내용을 이해하기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법은 생각보다 세심해서 공적 집행인지 사적 집행인지, 사업가와 소비자가 가져야 할 주의 의무를 지켜졌는지, 쟁송수단이 어떤 것인지에 따라 처리하는 과정이 바뀌기도 하고 유,무죄가 갈리기도 한다.
재밌는 점은 해커가 기업의 고객 정보를 접근만 했다고 해서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판결이 내리지 않은 점이다. LG U+에서 해커가 기업의 보안을 뚫고 일부 고객의 개인 정보를 열람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LG U+ 고객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소홀히 했다는 소송을 걸었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해커가 열람하지 않은 개인정보의 사람들이었다. 대법원에서는 그들의 고객 정보가 사업자의 관리, 통제 하에 있고 그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실제 열람되거나 접근되지 아니했기에 유출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실제 피해를 입지 않으면 법원에 소송하는 것도 힘든 일이겠구나 느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미 뚫린 보안이고 해커가 맘만 먹으면 언제든 모든 고객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아직 해커가 보지 않았다고 유출이 아니라니! 나름 법원의 판결도 납득이 가기에 흥미로운 판결이었다.
또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실제 해킹 사례들을 소개해주고 있는 부분이었다. 실제 사례를 예로 들어 우리가 주변에 있는 익숙한 기업들의 이름이 나오니 반갑기도 하고 이런 사건도 있었구나 살펴보게 된다. 최초로 해킹이 일어난 2008년 옥션에서는 서버 관리자 접속 비밀번호 초기값을 변경하지 않고 방치했기에 이뤄졌다. 이 초기값은 공공에 알려져 있는 것이므로, 누구든지 서버의 접속 주소만 찾아내면 쉽게 침입할 수 있는 것이었다.
옥션처럼 규모가 큰 쇼핑몰에서 이런 초보적인 실수 때문에 보안이 뚫리다니 살짝 황당하기도 하다. 여태 해커라면 몇 겹의 철통보안을 뚫고 바이러스를 심어 굉장히 심오한 방법으로 해킹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비밀번호 초기값을 그대로 썼기에 보안이 뚫리다니. 마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똑같이 설정해두는 경우가 아닌가? 이 외에도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는 해킹 사례들을 둘러보면 더 흥미롭고 다양한 방법들이 많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여태까지 어느 사이트에서 해킹을 당했다하면 내 정보는 어떤지 확인하고 비밀번호를 한 번 바꾸는 데에 그쳤는데 이제 해킹에 대해 제대로 알아봤으니 무슨 이유로 왜 보안이 뚫렸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내 정보에 관한 일인데 여태 아무 자각도 없었다는 게 이상할 정도이다. 마냥 어렵게만 느껴졌던 보안과 해킹에 대한 지식이 쌓인 것 같아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