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 자폐인이 보는 세상은 어떻게 다른가?
조제프 쇼바네크 지음, 이정은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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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자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생각해보면 주변에 자폐인을 본 적이 잘 없고 그들을 이해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에 자폐인들을 본 적도, 어떻게 어울려야하는지조차 모른다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마냥 즐겁게만 시청하며 또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자폐인을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할 지, 자폐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자폐인에 대해 더 알아야겠다고 반성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책은 우리에게 자폐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그들은 어떤 존재인가 설명해준다.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폐인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준다.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며 당연하게 익힐 수 있던 것을 자폐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때와 장소에 따라 변하는 게 아닌, 언제어디서나 통용되는 명확한 규칙이 필요한 것이다. '융통성'을 발휘하기엔 세상은 너무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행동이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스스로 배우고 만든 규칙에 의해 움직이고 있기에 보기보다 복잡하고 정신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도 평소에 많은 생각을 하고 산다. 나도 모르게 말이 헛나올 수도 있고, 충동에 이끌려 행하기도 하고, 실수를 하기도 한다. 자폐인들의 여러 행동도 따지고 보면 이해와 정도의 차이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일 뿐인데 우리가 너무 선을 그어 바라본 것은 아닌지 느끼게 된다.

책에서 속속들이 나오는 자폐인들의 생각은 우리들도 일상에서 쉽게 하는 생각들이다. 가끔 재밌으면서 엉뚱한 생각이 머릿속에 남는 일들이 있지 않은가.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상함보단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쯤되면 우리가 자폐인이라고 부르는 것도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들을 다른 사람으로 분리하기보다 오히려 이해하는 정도가 다른 일반인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그들과 자연스럽게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나도 아직 더 배워야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폐인에 대해 더 알고 함께 하는 따뜻한 사회가 되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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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손길 페르세포네 × 하데스 1
스칼릿 세인트클레어 지음, 최현지 옮김 / 해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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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누구나 즐겨봤을 '그리스로마신화'는 말그대로 그리스 신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 헤라 등 12명의 주신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나는 하데스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다. 하늘과 바다처럼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저승'을 다스린다는 것이 신비하게 느껴졌고 또 다른 신들에 비해 등장이 적은 것도 저승과 하데스에 대한 상상력을 커지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하데스에 관련된 유명한 일화 중 하나인 페르세포네와 만남은 의외이면서 무척 파격적이었다. 생명을 관장하는 신의 딸인 페르세포네와 죽음의 신인 하데스의 만남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렇다면 '어둠의 손길'에서는 이들의 만남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어둠의 손길'에서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어릴 적 읽었던 신화처럼 고대 그리스의 모습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페르세포네는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으로, 하데스는 거대한 클럽을 운영하는 자산가로. 저승과 신, 임프 등 판타지적 요소까지 챙겨넣었기에 더 흥미로웠다.

거기다 각 인물의 성격이나 관계도 입체적이다. 특히 페르세포네와 그의 어머니 데메테르는 좋다고만 할 사이는 아니다. 데메테르는 페르세포네를 과보호하고 있었고 임프들을 이용해 페르세포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까지 하고있었다. 실제 신화에서도 페르세포네가 너무 아름다워 이를 염려한 데메테르는 페르세포네를 섬에 숨겨 키웠다고 한다. 실제 신화를 적절히 각색시켜 내가 어릴 적 그리스 신화를 보며 떠올렸던 신들의 모습과 비슷했다.

신화에서 페르세포네는 등장이 적고 나와도 수동적인 모습밖에 비쳐주지 않아 궁금한 신 중 하나이다. 그런 페르세포네가 주인공으로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신선했다. 데메테르의 감시를 빠져나온 것도 모자라 데메테르가 싫어하는 하데스가 운영하는 클럽에 간다니!

그 곳에서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던 하데스를 만나게 되고 묘한 기류에 빠져든다. 신으로서 아직 미숙한 페르세포네와 거대한 클럽을 운영하고 사람들과 거래하며 원하는 바를 얻는 사업가 하데스의 서로 다른 모습이 재미있다. 서로 다른만큼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더 기대가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고 어떤 결말을 맞이할 지 알고 있지만, 그 결말까지 어떻게 풀어낼 지 흥미진진하다. 페르세포네와 하데스가 어떻게 만남을 이어갈 지, 데메테르를 포함한 다른 신들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된다.

더불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떠올릴 정도로 높은 수위와 에로틱한 묘사 역시 하나의 관전 포인트이다. 이 다음 시리즈인 악의의 손길, 파멸의 손길 역시 얼른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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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뮤지컬 - 전율의 기억, 명작 뮤지컬 속 명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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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문화생활은 뭐니뭐니해도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 시원하게 울리는 배우들의 연기와 가슴 속에서 벅차오르는 춤과 노래, 짠한 스토리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나도 한 번 뮤지컬을 본 후, 한동안 머릿속에서 뮤지컬 음악이 떠나지 않았을 정도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가 심해지고 뮤지컬 상영이 줄면서 좀처럼 가지 못했다. 거기다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뮤지컬을 접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유튜브로 뮤지컬 넘버를 찾아보며 아쉬움을 달랬지만, 직접 뮤지컬을 보는 것과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러던 와중, 이 책 '방구석 뮤지컬'을 접하게 됐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간접적으로 뮤지컬을 즐겨보자는 뜻에서 '방구석 뮤지컬'이라고 지었을 것이다. 그럼 우리에게 얼마나 생생하게 뮤지컬을 전달해 줄 수 있을까?



'방구석 뮤지컬'에서 소개하는 뮤지컬은 총 30편이다. 내가 알고 있는 뮤지컬은 데스노트, 노트르담 드 파리 등 인지도가 높은 작품만 알았는데 이렇게나 많은 뮤지컬이 있다니 놀랐다. 내가 여태 몰랐던 얘기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새로운 뮤지컬을 많이 안내해주어서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뮤지컬이 상영했었구나, 또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구나 느꼈다. 더욱이 마지막 장마다 QR코드를 통해 대표적인 넘버를 소개해주고 있어 더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집에서 유튜브로 뮤지컬을 찾아 들을 때, 대표적인 넘버만 소개해주고 있어 뮤지컬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배우가 어떤 감정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지 궁금한 경우가 많았는데 '방구석 뮤지컬'에서는 간략한 스토리를 소개해주고 있다. 덕분에 해당 넘버를 더 이입해서 들을 수 있고, 더 깊이 뮤지컬을 이해할 수 있었다. 뮤지컬을 본 후가 아니더라도 뮤지컬을 보기 전,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싶을 때 먼저 봐도 좋을 것 같다.

이 책 '방구석 뮤지컬'을 보니 더더욱 뮤지컬을 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방구석 뮤지컬'에서 각 뮤지컬에 대해 알고 배웠으니, 앞으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뮤지컬을 하나하나 관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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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파는 아이, 곡비 - 제29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대상 수상작 고학년 책장
김연진 지음, 국민지 그림 / 오늘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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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이름을 받지 못해 그냥 '아이'라고만 불린다. 아이는 상갓집에 다니며 눈물을 흘리는 아이이다. 실제로 상갓집에서 곡소리가 끊이지 않게 울어주는 역할을 하는 이를 곡비라고 한다고 한다. 아이는 곡비네 아이로, 꽃신을 훔쳤다는 누명을 받고 펑펑 운 뒤론 눈물이 나지 않았다. 다만 일손이 바쁠 때면 엄마 손에 이끌려 함께 곡을 하러가기 일쑤였다. 어느 날, 대감마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엄마와 곡을 하러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오생이라 불리는 또래를 만나게 된다.



오생은 죄인의 아들로 그 집에서 없는 아이처럼 키워졌다. 오생이란 이름도 말의 해에 태어났다고 해서 오생이라고 붙인 것일 뿐, 제대로 된 이름이 아니었다. 그 집에서 없는 존재였기에 할아버지가 죽었어도 슬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오생과 아이는 서로 비슷한 공통점을 발견하고 서로 가까워지며 동무처럼 지낸다.

오생, 부엉이, 달래 등 다른 동무들을 만나며 싸우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며 아이는 임금 앞에 나서는 영광을 누리기도 한다. 아이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아이와 비슷한 사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그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준다. 자신보다 남을 위해주는 모습에 참 속이 깊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라고 느꼈다. 아이가 한 선행은 아이에게 돌아오기도 했다. 좋은 동무들도 생기고 왕과 독대하기도 했다. 또 아쉬웠던 자신의 이름에 의미도 갖게 되었다. 아이가 하는 행동을 따라가다보면, 처한 상황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이에 좌절하지 않고 호기롭고 지헤롭게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용기를 얻게 된다.

또 이 책 '눈물을 파는 아이, 곡비'에서 미처 몰랐던 우리나라 전통에 대해서 알게되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품삯을 받고 상갓집에서 울어주는 곡비라는 존재,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 옛 장례절차 등 친숙하면서 생소해 더 몰입하며 읽었다. 주변 사람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용서해주던 아이에게 앞으로도 좋은 일만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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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란 - 오정희 짦은 소설집
오정희 지음 / 시공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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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란. 다소 생소한 제목이다. 사전에 나온 것처럼 '환난'의 옛말인가싶다. 환난은 근심과 재난을 이르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무서운 단어를 붙이기엔 이 책 속에 담긴 내용은 소소하고 어디나 있을 법한 가족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큰 사고나 사건이 터지는 것도 아니고 당장 방문을 열어 엄마아빠를 보면 자연히 떠올리는 우리의 추억같은 이야기들이다.

부엌일을 하는 엄마, 남보다 못한 남편, 자기멋대로인 아들. 하지만 이제 이런 이야기를 애틋하게만 보기엔 우리는 너무 많이 알고 배웠다. 이전같으면 당연하다 생각했을 평범한 가족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 엄마라는 직책에 많은 짐을 지워두었다는 것을 안다. '활란'에서 어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까?



활란은 오정희 저자가 쓴 마흔두 편의 단편들이 들어있다. 주로 '엄마'의 시점에서 쓰여진 이야기이다. 그들의 마음과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신선했다. 여태 엄마가 주인공인 책이 있었나? 그들의 이야기는 집 안, 가족들 틈에서 이루어졌다. 따뜻한 보금자리이자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갇혀있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엄마의 역할에서 벗어나면 집 밖에서도 얼마든지 다채로운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될 수 있을텐데.

여러 단편 중에서 '나는 누구일까'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딸아들 자식, 그리고 남편과 함께하는 일상을 그린 단편이다. 아들과 남편은 엄마에게 대접받는 것이 익숙하다. 또한 아내 역시 그들을 위해 작은 희생을 하는 것이 몸에 배였다. 그런 와중 엄마는 불만이 차곡차곡 쌓인다. 아들을 위해 물 한 번 갖다주는 것, 남편이 찾기 전에 담배를 대령하는 것.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에 엄마는 아쉬움을 느끼고, 자신에게 맞는 립스틱을 사주지도 않는 남편에게 실망했을 것이다. 남편은 자신이 아내를 위해 선물을 샀다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겠지만. 또한 내 모습도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엄마란 존재는 당연히 자식에게 아낌없이 내주고 희생도 서슴치않는 모습을 바랬던 것이 아닌지.

마지막에 '다음 생에서도 자신과 결혼하겠냐'는 남편의 말에 도리질치며 그러지 않겠다는 말은 본능에서 나온 대답이었을 것이다. 가정을 이뤘지만 행복이라곤 전혀 느끼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알고 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번 생에선 어쩔 수 없다. 여지껏 그랬듯, 아이들을 뒷바라지하고 남편을 보살피며 똑같은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자신의 행복과 관계없이 말이다.

옛날같으면 이혼이 큰 흠으로 치부되었고 여자는 결혼하면 출가외인이란 말도 붙는 판에 주위에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가정이란 울타리 속에 고립될 수밖에 없었고 더더욱 남편, 자식들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 마음까지 삭아없어진 그들은 오늘도 내일도 같은 하루를 보낸다. 우리는 엄마에게 어떤 자식이었는지 다시금 돌아보고, 배우자에게 여지껏 마음 속 진정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해줬는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나라 기혼율이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데 정형화된 부모의 모습이 있다고 믿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제 더이상 희생할 여자는 사라지는 것도 당연한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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