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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이승훈 외 지음 / 마카롱 / 2023년 4월
평점 :

교보문고에서 매년 스토리공모전을 개최한다. 이 책도 그 공모전에서 수상한 단편을 모아놓은 작품집이다. 단편의 매력은 짧은 이야기 속에 모든 것을 담으면서 이야기를 끝낸 이후에도 잔상처럼 남아있는 여운이 아닐까. 이야기 속에서 알려주지 않은 등장인물들의 과거, 그리고 앞으로의 일들. 많은 설명이 없기에 오히려 상상력이 커지게 된다. 오롯이 '나'를 중심으로 상상력을 뻗어나가게 되니까 똑같은 작품을 읽더라도 개개인마다 다 다른 작품으로 와닿는 게 재미있다. 그렇다면 이 2023년에는 어떤 이야기가 수상작으로 뽑혔을까?

이번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은 인간의 본질, 감정을 다룬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다. AI나 디스토피아 등 가상의 미래를 다루는 이야기는 많지만 그 세계 속에서 사람들의 일상을 다룬 이야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더 새롭게 느껴졌다. 이 책에선 '야구규칙서 8장', '울다', '인간다운 여름', 'too much love will kill you', '여보, 계'까지 총 5명의 작가의 다섯 작품이 수록되어있다. 각각 작품마다 울림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울다'라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울다'는 바닷속에서 유영할 수 있는 로봇으로 만들어졌다. 아쿠아리움에 있으면서 온갖 묘기를 부려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아쿠아리움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손이 닿지않는 바다로 나아가 바다를 재생시키는 꿈을 꾸고 있다. 인간의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AI임에도 인간에 반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놀랐다. 순향은 한평생 바다에서 살았지만 바다는 자기 가족을 삼켜버린 잔인한 곳이기도 하다. 어릴 땐 무서워 바다에 발조차 담그지 못했다. 그런 순향이 울다를 위해 그 큰일을 해낼 수 있을까?
이미 나이가 들고 외로워했던 순향이지만, 울다를 만남으로써 새롭게 목표가 생기고 무섭고 싫은 바다도 희망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그제야 순향은 비로소 자신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도 아닌 AI '울다'를 통해서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바다가 바뀌어가는 것을 보며 자신이 해낸 일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다. 순향이 한 일은 작지만, 이를 통해 얼마나 큰 변화가 올 지 벅차오르는 부분이다.
'울다' 외에도 다른 작품도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들이었다. 만약 AI가 상용된다면 우리 일상은 이 소설처럼 바뀔까? 내 생각에는 인간형 AI, 복제인간이 나오더라도 우리는 그들과 소통하고 또 이해하려 노력할 것 같다. 인간과 함께 사는 것과 다를 것 없이 살아갈 것 같다. 언젠가 단종된 강아지로봇의 장례를 치르는 기사, 전쟁에서 자폭기계로 쓰려고 만들었지만 군인이 기계와 너무 정이 들어버려 상용화되기 어렵다는 기사 등을 본 기억이 있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이미 정을 줄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보다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처럼 인간과 AI가 서로 소통하며 교류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 미래가 기대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