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3
메리 셸리 지음, 김나연 옮김 / 앤의서재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까지도 '프랑켄슈타인'은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있다. 만화로, 뮤지컬로 그 명성은 자주 마주했지만 원작인 책으로는 접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꺠달았다. 200년도 전에 쓰여진 책이었기에 오래되고 가독성 떨어지는 문체를 떠올렸는데 이번에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시리즈로 새롭게 출간된 것을 알았다. 표지도 심플하고 요즘 나오는 책처럼 깔끔하고 수려한 문체가 돋보였다.

무엇보다 공포에 가까운 SF소설인 '프랑켄슈타인'의 저자가 여성이었다니! 당시 과학기술을 생각하면 저자 메리 셸리의 상상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관찰력과 생각이 얼마나 깊었는지 절감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출간한다해도 어색하지 않을 소재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생각보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프랑켄슈타인이 과학연구를 거듭한 끝에 생명을 창조하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매달리던 연구를 성공한 것을 기뻐하지 않았다. 그제야 자신이 만든 것에 공포를 느끼고 뒤늦은 죄책감과 후회가 밀려왔다. 수많은 무덤을 헤치고 시체를 잘라 기워만드는 기이한 실험들을 해왔음에도, 이제야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깨달았던 것이다. 그는 도망쳐버리고, 혼자 남은 괴물은 홀로 남게된다.

그가 창조한 피조물은 사람들의 사랑을 애타게 갈구했다. 생명을 받고 태어나서도 자신을 받아줄 가족을 원했다. 글을 익히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반응하며 그는 충분히 인간이라 할 만했다. 그러나 자신의 끔찍한 외양 탓에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프랑켄슈타인'을 읽기 전까진 잔혹하고 아무 감정없는 무시무시한 괴물인 줄로 알았다. 차라리 본성이 악했다면 스스로 고통받지 않았을텐데,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태어나 세상에 나오자마자 버림받았다. 그 누구에게도 따뜻한 눈길을 받아볼 수 없다니, 심지어 자신을 만든 창조주에게까지 버려질 때 괴물이 받았을 좌절과 실망이 내 마음까지 아프게 했다.

괴물을 만들어버린 프랑켄슈타인을 마냥 미워하지도 못했다. 잘못된 선택으로 괴물을 만들었으나,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이다. 또한 추악한 모습을 가진 데다 사람들을 해친 괴물을 품기엔 더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괴물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그의 삶은 끊임없이 낭떠러지로 추락했고 따뜻했던 인성도 악밖에 남지않게 되었다. 그가 처음에 괴물을 책임졌다면 최악의 결말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프랑켄슈타인'은 괴물로 태어났지만 내면은 더없이 순수한 사람의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보는 내내 안타까운마음이 더 컸다. 괴물이 여기저기 쫓겨 다니면서도 이번에는 누군가 받아주겠지, 이번에는 괴물이 사랑을 받을 수 있겠지 응원하게 된다. 내가 프랑켄슈타인이었다면, 내가 괴물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상상해보기도 했다. 나는 겉모습을 보고 선입견을 가진 채 사람들을 배척한 적이 없었던가? 고전임에도 현대를 사는 나에게 여러 생각에 잠기게 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몰가족 - 비혼 싱글맘의 공동육아기
가노 쓰치 지음, 박소영 옮김 / 정은문고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다. 한부모가정, 조부모님과 같이 사는 가정, 아이없이 사는 가정, 또는 동성끼리 꾸려가는 가정 등 이제 아빠, 엄마, 아이가 같이 있는 구성만 가족으로 치기엔 세상은 너무 넓고 다양하게 변해왔다. '침몰가족'도 새로운 가족이다. 침몰가족의 구성원은 법적으로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 또한 오래 알고 지내왔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오직 육아에 관심이 있는 어른들이 모여 이루어진 구성원이다. 이들은 어떻게 지냈던 것일까?



처음 생판 모르는 남에게 내 아이를 맡긴다니, 너무 대담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작가의 모친 호코 씨는 그만큼 절박했고, 또 아이와 함께 자신을 잃지 않기를 바랐다. 아이가 있는 엄마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들은 지금도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개인의 삶보다 아이를 위하는 엄마의 모습으로 있어주길 원한다. 과거엔 그 고정된 관념이 더 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호코 씨는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삶이 아닌, 아이와 나 모두 살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삶을 개척했다. 굉장히 용기 있고 대단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침몰가족'이란, '남자는 일하러 가고, 여자는 가정을 지키는 가치관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이혼하는 부부도 늘어나고, 가족의 유대도 약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일본은 침몰한다' 라고 적힌 전단을 보고 지은 이름이다. 침몰가족은 일하는 이, 가정을 지키는 이가 나눠져 있지 않으며 엄마아빠의 개념도 없는 가족이다. 심지어 그 구성원도 스무명 남짓했으니 전단이 말하는 '가족'의 개념에는 하나도 부합하지 않는다.

'침몰가족'을 읽으며, 가족이란 무엇인가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피는 하나도 이어지지 않았지만, 함께 지내는 그 순간이 즐겁고 각자의 규칙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면 어엿한 가족이 아닐까? 호코 씨가 오직 가족의 형태를 지키기 위해서 남편과 계속 같이 살았거나 아이를 위해 희생했다면 이처럼 따뜻하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만 좇다 내 행복을 무시하고 있던 건 아닐까? 아이를 위해, 나를 위해라고 변명하며 가정이 벼랑 끝에 내몰렸음에도 계속 가정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어른들의 감정은 아이에게도 전해지는 법이다. 겉만 멀쩡한 가정 속에서 자란 아이는, 나는 과연 행복한가?

이런 가정이 이상해보인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 쓰치는 즐겁고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하며 자라났고, 기억에 나진 않지만 따뜻한 모습의 그 시절을 보고 침몰가족 구성원이었던 사람들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들은 잘 자라있었고 그들에게도 그 때 기억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또한 여자 홀몸으로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기 힘든 때, 침몰가족은 호코 씨의 마지막 구원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세상 모든 엄마와 여러 가족들에게 힘을 주었을 것이다. 어떠한 모습의 가족이라도 괜찮다. 자신이 안락하게 있을 수 있다면, 그 모습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어떤 말을 얹더라도 내 소중한 가족인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술사 - 므네모스의 책장
임다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기쁨, 슬픔, 행복, 좌절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강렬한 경험일수록 우리 뇌리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된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 지 배우며 미래를 향한 지침이 되곤 한다. 그런데 이 책 '기억술사'에서 주인공인 '희주'는 과거의 기억이 희미하다. 현재 생활하고 일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과거 추억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희주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오'를 찾아가게 된다. 선오는 남의 기억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기억은 커다란 도서관과 같다. 시간에 따라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으며 그 때 느꼈던 감정에 따라 책표지 색이 달라지기도 한다. 선오는 희주의 기억의 도서관을 들여다보다 희주의 기억을 먹고있는 끔찍한 모습을 한 '무엇'과 맞닥뜨리게 된다. 과연 희주와 선오는 그 '무엇'을 없애고 옛 기억을 무사히 찾을 수 있을까?



선오는 기억에 다가갈 수 있긴 하지만, 기억을 조작하거나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그저 기억들을 읽거나 옮길 수 있을 뿐이었다. 선오는 어떤 기억이든 제대로 기억할 수 있도록 책을 펴주고 정리해준다. 어떤 기억에 대해 나쁘다, 좋다 평가하지 않고 함부로 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잊고 싶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계속 기억하는 것과 잊어버리는 것, 과연 어느 쪽이 이로운 일일까? 만약 나의 괴로운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나는 괴로운 기억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괴로운 기억이 있었기에,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고,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또 같은 일이 생겼을 때 내성이 생기고 올바른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만든다. 괴로운 기억이 나쁜 것이 아니라, 괴로운 기억에 매여있는 태도가 나쁜 것이다. 만약, 괴로운 기억을 잊게 된다면 또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넘어설 수 없을 것이다.

괴로운 기억에 대한 입장이 어떠냐에 따라 선오의 편이나 그 반대편에 공감하며 '기억술사'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주희와 선오가 주희의 기억을 찾아가며 과거 동창들도 만나게 되고 사건도 마주치며 차차 배경이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무기력하고 재미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던 주희가 밝게 변해가는 것도 응원해주고 싶어진다.

내 기억의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 알찬 하루를 보낸 날이 많아 두꺼운 책들이 가득했음 좋겠다. 또, 거기에 책갈피도 한 장씩 꽂혀있었음 한다. 매일같이 놀랍고 기쁜 나날이 가득한 알록달록한 책들이 가득하지 않을까? 내 기억의 도서관을 이렇게 꾸미기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경험을 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브랜든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브랜든'은 d몬 작가에 의해 그려진 만화이다. '데이빗', '에리타'와 함께 인간 3부작의 시리즈 중 하나이며, 제일 마지막 작품이다. 각자 사람의 정의는 무엇으로 내릴 것인지 깊은 고찰을 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 책 '브랜든' 역시 같은 주제를 품고 있다. 우연히 다른 세계로 가게 되고 거기서 '올미어'라는 개체를 만나게 된다. 브랜든은 사고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존재인 올미어에게 자신도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니 여기에 적응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지만, 올미어에게 브랜든은 사람은 커녕, 벌레와 같은 존재일 뿐이었다. 브랜든은 어떻게 올미어에게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서로 소통이 가능한데 올미어는 왜 브랜든을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는걸까? 생김새는 차치하더라도 올미어는 감정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먹고자지 않으며 생식도 필요없다. 그가 있는 세계에선 그것이 사람의 정의인 것이다. 브랜든은 이 세계에서 사람으로 인정받을만한 그 무엇도 충족하지 못했다. 대신, 올미어가 관찰하고 있는 한 종족과 비슷하다며 라키모아를 보여준다. 인간과 다르면서 비슷해보이는 그 종족을. 이 때, 올미어보단 그 쪽이 훨씬 브랜든과 닮아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올미어가 관찰하는 존재에 불과하지 않았고 더 원시적으로 보였다. 이세계에서 처음 조우한 올미어가 아닌, 올미어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종족이라니! 브랜든은 자신을 모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브랜든'의 행보를 따라가며 브랜든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동등하게 보지않는 올미어가 야속하기도 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브랜든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갈수록 올미어가 브랜든을 어떻게 보든 상관없이 자기 자신을 믿고 스스로 떳떳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아무도 보지 않았음에도 훔친 물건을 돌려줬던 어린 시절처럼, 남에게 인정받을 필요없이 나에게 인정받으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이다. 올미어는 올미어대로, 브랜든은 브랜든대로, 라키모아는 라키모아대로 나름의 사람인 것이다. 그저 서로 다른 사람일 뿐이다.

브랜든은 끝에 가서 답을 찾았고, 한치 후회없이 할일을 모두 마쳤다. 마지막에 그의 의지를 받아들여 올미어도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다. 과연 나는 나자신에게 부끄럼없이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또 다른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시리즈의 이전 작 '데이빗', '에리타'에서도 그랬지만 사람에 대한 깊은 고찰과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해주는 좋은 주제를 던져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에서 내려온 전화 부크크오리지널 2
글지마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승은 죽은 이들이 가는 곳이다. 산 사람은 결코 발 들일 수 없는 곳.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이들이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만약 그런 미지의 곳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 이미 사는 세상이 나뉘어 만날 수 없는 인연이 되었어도, 전화만은 연결된다면 어떨까? '달에서 내려온 전화'는 이런 상상을 토대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만약 저승과 통화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말을 전하게 될까?



전화는 돈이 있다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지만, 그리 흔한 기회는 아니다. 한 달에 단 두 번, 거기다 딱 18분의 시간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각자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전화를 신청하게 된다. 저승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한봄은 통화국 대리인으로서, 저승과 이승의 전화를 연결해주는 임무를 맡고 있다. 무섭고 딱딱한 저승차사의 이미지가 아닌, 감정이 있고 실수도 하는 여느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긴, 저승도 사람이 가는 곳인데 이승과 뭐가 다를까 싶다.

우리나라의 저승과 저승차사를 차용해 좀 더 친숙하게 읽을 수 있었다. 사전에 배경을 좀 더 상세히 알 수 있었으면 이해가 더 쉬웠을텐데 각 모습을 추리하며 읽어야 했다. 저승 전화를 통해 가양각색의 사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을 보면서 또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재미있었다. 동시에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인연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내가 죽고난 후, 나에게 전화를 걸어줄 사람이 있을까?

어떤 명언 중에서 '유언은 생전 할말을 다 하지 못한 멍청이들이나 하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자기 하고싶은 대로 마음껏 후회없이 살라는 거겠지만, 때론 죽음이 눈앞에 닥쳐올 때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 있기도 하다. 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무엇을 후회하는지 죽음 앞에서 알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실수를 하기에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 성정은 죽기 전에도, 죽은 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저승과 이승을 전화를 통해 넘나들며 내 주변 사람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 무척 소중한 이들을 내가 잘 챙기고 있는지, 과연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었는지. 만약 내가 저승과 통화를 할 수 있다면, 다른 말 없이 거긴 괜찮은지, 잘 있는지 평범한 안부전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