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내려온 전화 부크크오리지널 2
글지마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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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은 죽은 이들이 가는 곳이다. 산 사람은 결코 발 들일 수 없는 곳.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이들이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만약 그런 미지의 곳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 이미 사는 세상이 나뉘어 만날 수 없는 인연이 되었어도, 전화만은 연결된다면 어떨까? '달에서 내려온 전화'는 이런 상상을 토대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만약 저승과 통화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말을 전하게 될까?



전화는 돈이 있다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지만, 그리 흔한 기회는 아니다. 한 달에 단 두 번, 거기다 딱 18분의 시간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각자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전화를 신청하게 된다. 저승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한봄은 통화국 대리인으로서, 저승과 이승의 전화를 연결해주는 임무를 맡고 있다. 무섭고 딱딱한 저승차사의 이미지가 아닌, 감정이 있고 실수도 하는 여느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긴, 저승도 사람이 가는 곳인데 이승과 뭐가 다를까 싶다.

우리나라의 저승과 저승차사를 차용해 좀 더 친숙하게 읽을 수 있었다. 사전에 배경을 좀 더 상세히 알 수 있었으면 이해가 더 쉬웠을텐데 각 모습을 추리하며 읽어야 했다. 저승 전화를 통해 가양각색의 사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을 보면서 또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재미있었다. 동시에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인연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내가 죽고난 후, 나에게 전화를 걸어줄 사람이 있을까?

어떤 명언 중에서 '유언은 생전 할말을 다 하지 못한 멍청이들이나 하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자기 하고싶은 대로 마음껏 후회없이 살라는 거겠지만, 때론 죽음이 눈앞에 닥쳐올 때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 있기도 하다. 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무엇을 후회하는지 죽음 앞에서 알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실수를 하기에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 성정은 죽기 전에도, 죽은 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저승과 이승을 전화를 통해 넘나들며 내 주변 사람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 무척 소중한 이들을 내가 잘 챙기고 있는지, 과연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었는지. 만약 내가 저승과 통화를 할 수 있다면, 다른 말 없이 거긴 괜찮은지, 잘 있는지 평범한 안부전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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