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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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람들의 풍속과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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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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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을 무렵, 난 나의 생활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침에는 일본어를 배우고 저녁에는 운동을 하고 틈틈이 친구들과의 우정을 다지며 최근 섹소폰이란 악기를 알고부터는 아들이 깨어 있을 때에 들어오는 날이 더욱 드물어졌다. 남편이 시간관리를 참 잘한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우리 가족은 두 번째로 밀려난 기분이 든다. 나 또한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일 때문에, 인간관계 때문에 늦는 일이 종종 있다. 어머니도 웅재도 내가 느꼈던 기분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밀려난 기분. 늘 바빠야 무언가 삶을 가치롭게 사는 것이라는 전제가 내 생활 속에 깔려져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사실 이 책을 처음 대했을 때, 왠지 처음부터 끝까지 야구에 대해서만 이야기 할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나는 모든 종류의 운동경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야구 이야기 밑에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를 제대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기대 이상의 책이었다.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프로의 삶이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의 추구는 가족 사랑, 자연의 아름다움, 사랑하는 친구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신앙과 신념을 한 순간에 별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프로야구가 시작될 당시 삼미는 주인공 '나'에게 꿈과 희망이었다. 그러나 1985년 삼미의 고별전을 보면서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적어도 삼미처럼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16살 소년의 생각에, 평범하게 사는 것은 꼴찌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로 살아야 한다고 결심한다. 소속이 행복을 결정한다는 그의 결론대로 공부 열심히 해서 일류대학에 진학하고 대기업에 취직하여 결혼해서 서울에 집을 가지고 살았지만 IMF는 그의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앗아가고 말았다. 모든 것을 다 잃었을 때 운명처럼 친구 조성훈이 나타나고 이전에 결론 내렸던 패배자 삼미에 대해 생각을 수정하게 한다. 주인공이 모든 것을 잃고 난 후, 삼미는 그에게 있어서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다른 방식을 가르쳐 준다. 삼미는 야구를 통한 자기 수양의 결과로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은 프로의 세계에서는 가장 하기 힘든 것이다. 그렇지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도 그러한 자세를 가져야 하리라. 결국 진정한 행복은 소속처럼 남에 의해 붙여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며 살 때 생긴다. 바쁘지 않으면 왠지 뒤쳐지는 생각이 들 때, 지나치게 어떤 것에 대해 집착하게 될 때 삼미를 떠올려야겠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구성원과 전지훈련, 올스타팀과의 경기는 약간 과장된 면이 있다. 그러나 작가의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한 성공지상주의의 통렬한 비판을 그렇게 형상화했다고 보고 유쾌하게 웃어 보았다.
(200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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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이순원 지음 / 세계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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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19세', 심상치 않은 내용이 담겨 있으리라는 짐작과 함께 호기심이 발동했다. 역시 기대가 빗나가지 않았다. 너무나 솔직하게 청소년기 남학생의 머릿속을 보여주는 것에 놀랐다. 사실 99년부터 중학교 남학생들을 가르쳐 왔는데,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성'에 집착에 가까운 관심이 있는지 몰랐다. 이제 나는 그들의 이 집착을 성장기의 한 과정임을 인정해 주어야 할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주인공 정수는 평범한 남자 중학생이다. 좀더 엄밀하게 말하면 공부는 좀 하고, 자신의 주장이 강한 아이이다. 정수도 이 땅의 모든 어른들이 경험한 사춘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정수가 경험한 사춘기는 다른 아이들보다 좀더 강도가 세다. 자신의 몸에 털이 나기 시작하면서 모든 여자들의 거기에 털이 났을거라고 당연한 사실을 음밀하게 상상하는 것은 『나는 아름답다』에 나오는 주인공 남선우가 여자 친구의 가슴에 손을 대어보고 아주 큰 가슴에 짓눌리는 꿈을 꾸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나도 중학교 때인가 텔레비전에서 진한 키스를 하는 장면을 보고 그 장면이 며칠동안 나의 머리에 박혀 문득문득 떠오른 경험이 있다.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지만 그것을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 한 책은 처음 대한다. 그리하여 이 호기심의 끝이 어떻게 될까, 무엇이 이 호기심을 잠재우는 계기가 될까 무척 궁금했다. 결국 정수는 성적으로 어른이 되는 경험을 하기에 이르고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이 기대한 것과 달리 후회와 큰 죄의식을 가진다. 후회와 죄의식이 정수가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힘이 되었다는 점에서 굳이 인생의 오점이라고까지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그 대가는 톡톡히 치러진 것이다. 이 책이 적나라하기까지 솔직한데도 불구하고 청소년 권장도서인 것은 아마도 성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깃거리로 끝나지 않고 극복해 나가는 성장해 나가는 일부로 다루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소설에서 주목해서 봐야 하는 것 한 가지는 청소년기에 가지는 꿈에 대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의 꿈은 현실성이 좀 부족한 꿈이었던 것 같다. 정수는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간 형과는 다른 꿈을 꾼다.  대관령 너머에 빨간 지붕을 한 별장을 짓고 농사를 지으면서 살겠다는 꿈을 가진다. 농군의 삶이 그리 만만치 않음을 아는 부모님은 그 꿈을 반대한다. 결국 정수는 열일곱에 농군이 된다. 5천 평 배추밭의 농군이 된 정수. 어른인 농군들과 같이 농사짓고 다방에도 가보고. 비싼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보고,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술집도 가고, 그 해 배추농사는 대풍을 이루었고, 그 다음해도 손해를 보지 않을 만큼 이루었다.  그러나 2년의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일찍 어른이 되면서 놓친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결국 학교로 돌아온다. 정수는 그런 결단을 스스로 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한 아이였고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준 부모님이 계셨다. 나의 청소년 시절을 돌아볼 때, 공부하는 것이 즐겁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적극적으로 거부해 본 적은 없다. 그래서인지 '춤', '노래', '그림' 때문에 공부를 소홀히 하는 아이들을 보면 노파심이 발동한다. 정수처럼 스스로 바른 결정을 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되길 바랄 따름이다.
  누가 청소년기를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시기라고 했다. 깔깔거리다가도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는 아이들. 철없는 호기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가도 한번씩 어른스러운 말을 하는 아이들. 정말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꿈을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 것 같은 아이들. 때로는 반항적인 말투와 머리, 옷 맵시가 나의 눈에 거슬리더라도 조급하게 다그치기보다는 스스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어른의 따스한 시선을 가져 보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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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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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롱초롱한 눈망울 80개가 나를 주목하는 순간, 이 순수한 영혼들 앞에서 정말로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나에게도 있었다. 처음 아이들과 수업을 하고 돌아 나오는데 뒤에서 "선생님!"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나를 부른다고 생각하지 못한 채, 교무실까지 걸어왔고, 아이들이 나를 따라 교무실로 들어와서 내 등을 치면서 다시 "선생님, 불러도 왜 대답 안 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내가 선생님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정말 야릇한 기분이었다.
  『내 생애의 아이들』은 지은이 가브리엘 루아의 20대 초반 교직생활을 회상한 자전적 소설이다. 입학한 첫날, 학교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 빈센토가 선생님을 발로 찬 이야기, 상심을 준 그 아이가 자신에게 달려들어 안기는 이야기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나와 가끔 일어나는 사소한 신경전과 그 후의 화해를 떠올리게 했다. 교사는 아이의 작은 반응에 울고 웃는다.
  신참인 선생님이 자신의 수업에 대해 발전적인 고민에 빠졌을 때, 클레르의 정리 잘된 공책은 그녀에게 큰 기쁨과 격려를 던져 주었다. 비록 클레르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방학식 하는 날에 다른 아이들처럼 선생님께 드리지 못하여 맘 상해 하지만 선생님은 그 이상의 선물을 이미 받은 것이다. 공책검사를 했을 때 정말 잘 정리된 공책을 보고 감탄하며 기쁨을 느낀는 것은 나도 경험해 보았다. 성탄절에 많은 양의 눈을 헤치고 선생님에게 선물을 드리기 위해 달려온 클레르의 마음씨도 정겹다. 비록 그 선물이 보잘 것 없는 손수건일지라도.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내가 잘 가르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 클레르와 같은 아이를 보면 작은 기쁨이 된다. 수업이 정말 엉망으로 끝나버리고 돌아나오는데 "선생님 목 아프시죠?"하면서 목캔디를 내미는 아이가 떠올랐다. 또 강아지똥에게 편지쓰기를 하는 활동에서 '별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떠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기쁨을 주듯이 강아지 똥도 그렇다'고 위로하는 내용을 보고 아이들은 역시 내가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무엇을 해 낼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물론 모든 학생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위로해 줄 정도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닐을 보면서는 그림을 잘 그리는 유경이가 떠올랐다. 드미트리오프를 읽으면서 흔히 교실에서 발견되는 학교부적응아, 학습부진아를 떠올렸고, 아이들이 그렇게 된 것은 아마도 그들의 부모님이 가장 큰 원인제공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는 메데릭을 보면서는 공격적이고 반항적이지만 다소 매력이 있는 아이들이 떠올랐다. 메데릭은 선생님을 좋아한다. 그녀도 메데릭을 좋아한 것일까? 교사가 학생을 이성으로 대해도 될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가장 내 마음을 끈 작품은 「집보는 아이」였다. 가난하지만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는 어른스러운 아이, 앙드레는 나에게도 인상 깊었다. 주인공 선생님은 학교를 마치면 지평선 끝으로 사라져 버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학교에서의 생활과는 다른 가정의 생활을 궁금해 한다. 바디우집의 초대를 받고서 자신이 매일 바라보던 그 지평선으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면서 가난한 아이들의 가정환경을 눈으로 보게 된다. 그 중에서 늘 피곤해하는 아이 앙드레. 그 아이의 집은 정말로 먼 거리에 있었다. 겨울이 되자 앙드레는 학교에 오지 못하게 된다. 집안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궁금해진 그녀는 앙드레의 집을 방문하게 되는데. 예상했던 것처럼 앙드레는 집안 일의 무게에 눌려 있다. 그러나 앙드레는 그것을 불평하지 않는다. 고단한 중에도 공부를 배우려고 애쓰는 앙드레는 그런 와중에도 동생 에밀을 걱정한다. 자신에게 처해진 가난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묵묵히 이겨내고 있는 앙드레를 보며 그녀는 흐뭇한 마음으로 돌아온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지만 학교생활을 잘 하는 아이에게는 묘한 동정심 같은 것이 생긴다. 주인공 선생님은 가난한 아이들에 대한 동정심이 절제되어 있다. 그 동정심이 그 당사자에게 상처가 될까 우려하기 때문이리라. 모든 아이들이 다 앙드레와 같지는 않아서, 자신이 처해진 환경에 때로는 반항하고 자포자기의 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여러 가지 모양으로 적응해 나가는 것을 본다. 그 옆에서 바르게 성장하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는 것이 선생의 자리인 것 같다.
  이 책을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와 비슷한 시기에 읽었다. 주로 선생님이 주인공인 소설은 선생님의 가슴 뭉클한 교육애가 돋보이는데 이 책은 너무나 사소한 이야기라서 처음에는다소 실망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그 사소함이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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