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을 무렵, 난 나의 생활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침에는 일본어를 배우고 저녁에는 운동을 하고 틈틈이 친구들과의 우정을 다지며 최근 섹소폰이란 악기를 알고부터는 아들이 깨어 있을 때에 들어오는 날이 더욱 드물어졌다. 남편이 시간관리를 참 잘한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우리 가족은 두 번째로 밀려난 기분이 든다. 나 또한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일 때문에, 인간관계 때문에 늦는 일이 종종 있다. 어머니도 웅재도 내가 느꼈던 기분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밀려난 기분. 늘 바빠야 무언가 삶을 가치롭게 사는 것이라는 전제가 내 생활 속에 깔려져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사실 이 책을 처음 대했을 때, 왠지 처음부터 끝까지 야구에 대해서만 이야기 할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나는 모든 종류의 운동경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야구 이야기 밑에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를 제대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기대 이상의 책이었다.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프로의 삶이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의 추구는 가족 사랑, 자연의 아름다움, 사랑하는 친구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신앙과 신념을 한 순간에 별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프로야구가 시작될 당시 삼미는 주인공 '나'에게 꿈과 희망이었다. 그러나 1985년 삼미의 고별전을 보면서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적어도 삼미처럼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16살 소년의 생각에, 평범하게 사는 것은 꼴찌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로 살아야 한다고 결심한다. 소속이 행복을 결정한다는 그의 결론대로 공부 열심히 해서 일류대학에 진학하고 대기업에 취직하여 결혼해서 서울에 집을 가지고 살았지만 IMF는 그의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앗아가고 말았다. 모든 것을 다 잃었을 때 운명처럼 친구 조성훈이 나타나고 이전에 결론 내렸던 패배자 삼미에 대해 생각을 수정하게 한다. 주인공이 모든 것을 잃고 난 후, 삼미는 그에게 있어서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다른 방식을 가르쳐 준다. 삼미는 야구를 통한 자기 수양의 결과로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은 프로의 세계에서는 가장 하기 힘든 것이다. 그렇지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도 그러한 자세를 가져야 하리라. 결국 진정한 행복은 소속처럼 남에 의해 붙여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며 살 때 생긴다. 바쁘지 않으면 왠지 뒤쳐지는 생각이 들 때, 지나치게 어떤 것에 대해 집착하게 될 때 삼미를 떠올려야겠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구성원과 전지훈련, 올스타팀과의 경기는 약간 과장된 면이 있다. 그러나 작가의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한 성공지상주의의 통렬한 비판을 그렇게 형상화했다고 보고 유쾌하게 웃어 보았다.
(200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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