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것은 두고 가기로 했다
정재영 지음 / 책들의정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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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어릴땐 죽음에 대해 함부로 말했다. 죽고싶다. 죽어버렸음 좋겠다. 세월이 흐르고 책을 읽고 죽음과 삶을 공부하면서, 이만큼 투자한 내 삶이 아까워버렸다. 그리고 궁금했다. 인생과 혼은 스위치가 꺼지면 다 사라지는걸까, 아니면 영혼이 남아 어디론가 가는걸까. 


나는 죽음을 공부하고 두가지를 얻었다. 첫째는 죽음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았으며 둘째는 죽음에 겸허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전자의 경우를 결심한 것은, 외할아버지가 염하는 중 어머니의 고통을 보며 달라진 것도 있지만..


쨌든 영화에서 볼법한 혼이 분리되고 제 3자로 내가 보이는 임사체험이 실제로 이뤄진다는 게 굉장히 신비하고 신기했다. 무엇보다 종교가 있는 만큼 영생을 믿느냐는 말에 '아니요' 라고 단정짓기도 싫다.


그들이 후회하고, 후련하고, 미련을 가지고, 마지막으로 본 것들은 모두 사람이었다. 사랑했던 사람, 내가 괴롭게 했던 사람, 내가 죽였던 사람, 나랑 살아준 사람, 내가 낳은 사람, 나를 낳아준 사람, 나랑 놀았던 벗 등등..


누군가는 젊었을 적 잘못으로 지옥같다고 호소하기도 했지만 그끝에는 결국 자신의 죄마저 받아들이고 숨을 거뒀다. 예로부터 이런 것들을 알게 모르게 믿어오기도 했고, 나쁜짓도 못하는 성격이기에, '죽을 때 죽더라도 참 괜찮은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는 내 사망 이후 사람들의 후기를 듣고 싶었고, 이 책으로 인해 더욱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스피스병동, 중환자실이 생기면서 죽음에 대한 증언은 의료진이나 실제 체험자로 한정되었고,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지 않게 되면서 현대인들과 환자, 사고자들은 죽음을 멀게만 느끼고 심지어 만수무강을 꿈꾸며 동시에 죽음을 두려워한다.


사실 죽음은 우리와 항상 가까이 있다. 언제올지 모르며 그곳이 천국일지 지옥일지 하물며 내가 연기처럼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남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내 인상을 남긴다.


좋은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죄는 짓지 말고, 정직하게 항상 마지막이 있음을 잊지 않으면서 오늘도 내가 좋아하는 죽음을 공부한 것에 흡족히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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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이렇다. 죽음은 인간의 능력을 파괴하기만 하는 사건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잠겨 있던 가능성을 열어젖힌다. 감각은 예민해지고, 시간은 느려지며, 사고는 폭발적으로 확장된다. 어떤 이는 분석가가 되고, 어떤 이는 이야기꾼이 되며, 어떤 이는 모든 것을 이해한 듯한 상태에 도달한다. 


이 변화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몇 초, 길어야 몇 분이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에 인간은 평생 경험하지 못한 능력을 경험한다.


그래서 이 장의 결론은 단순하다. 인간은 죽음 직전, 자신이 알고 있던 한계를 잠시 넘어선다. 그 가능성은 평소에 닫혀 있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열릴 수 있다. 삶의 끝에서조차 인간은 수축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장된다. _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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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두가 #무거운것은두고가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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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끄기 연습 - 약속 없이 찾아온 불안을 웃으며 돌려보내는 법
오언 오케인 지음, 고현석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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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차례차례 여러 질환을 진단받으며 하루에 먹는 정신과 약만 열다섯알 이상이 됐다. 이것들은 분명 ADHD와 같은 선천적 질환이 불러왔고, 이 사실을 굉장히 뒤늦게 알았지만, 나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주변 사람들과 이에 관련해 대화할 때 이런 말을 했었다.

"근데 그것(불안)도 중독이야"

어이가 없고 말이 안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아니 아프고 힘든걸 중독이라고 하다니 그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내가 겪은 바에 의하면 그렇다. 인간은 불안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불안한 상태에서 불안하지 않을까봐 불안해하기도 한다. 저자가 말했던 것처럼.

나는 한동안 약복용을 허투로 했었다. 네 번 병원을 바꿨고, 재진의 폭이 넓었다. 그러다보니 진행중인 병이 하나둘 늘어났고 그것이 나를 더 망쳤다.

하지만 나는 나를 망치는 것을 즐겼다. 왠지 나를 망쳐야. 내가 환자로서 남아있고 내가 힘든 상태를 유지해야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나는 고액의 상담비를 주고 3~4회만에 질환의 증상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고립된 위치상태에 대해

"내가 선택한 바가 크다" 라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이 책의 내용을 보고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모두 내가 겪어왔던 길이고, 지금도 일부 겪고 있다. 나는 불안을 걷어내고 경조증을 겪고 있지만 카페인을 먹고 잠이 깨며 기분이 좋아지는 (이른바 심하면 경조증을 불러일으키는) 걸 즐기며, 당연히 일찍 자야 경조증이 안오지만 밤을 즐기려고 늦게 자기도 한다. (그러면서 약을 늦게 먹고 잠이 안와서 힘들다고 한다.)

불안을 걷어내면서 불안을 원한다. 그만큼 그것이 부정이든 긍정이든 나에게 쾌감을 준다면 오히려 부정적인걸 선택하기도 한다. 더 심한 경우 술, 담배, 마약, 섹스중독 등 대표적인 사례에도 해당된다. (나의 경우 약물남용, 카페인남용 [물질사용장애] 을 들 수 있겠다)

사실 이 책을 보고 어느 정도 놀라기는 했다. 내용 그 자체 보다는 대부분의 이런 책들은 뇌과학, 정신과 용어, 심리뇌과학 실험 내용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항상 봐왔던 비슷한 지식들을 예상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이렇게 기둥을 박았다.

" 나는 여기에 전문용어를 최대한 쓰지 않겠다. "

A부터 Z까지, 전문적이고 지적인 내용이 아니라 한 상담사가 당장 메뉴얼을 써 쥐어주는 느낌이 좋았다. 메뉴얼은 사용하기 나름이고 딱히 체크리스트나 빈칸은 없는 책이지만, 내 마음에 그대로 활용하기는 좋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고 공감됐던 부분이 '에너지' 였는데, 자신이 지금 겪고있는 일들의 '에너지' 들을 강박적으로 바꾸지 말고, 그것마저 받아들이면서 긍정적이고 유연한 '에너지' 로 느끼도록 가만히 두자는 내용이었다. (명상, 요가에서 나오는 그런 느낌이다.)

그렇다. 인간이 바꿀 수 있는건 한계가 있다. 나는 내 에너지를 놓아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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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당신은 그 변화가 두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당신의 불안한 자아는 회피하거나 미루라고 당신에게 속삭일 것이다. 나는 당신을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단지 당신이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이 작업에 진지하게 임한다면 당신의 삶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당신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당신은 더 충만하고, 만족스럽고,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나는 확신한다. 날마다 그런 변화를 직접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선택지를 진지하게 고려해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_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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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음의 쓸모
유명종 지음 / 디스커버리미디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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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이 되어라'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라는 유명한 문구이다. 그 말이 유명한 만큼 우리 모두는 '쓸모'를 다하기 위해 전력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시인의 말처럼 '무용한 삶' 도 중요하다. 그것이 다른 사람의 삶일지라도 나에게 여유를 주고 생각할거리를 준다면 그 무용함도 반드시 필요한 무언가이다.


나는 남들보단 큰일을 도모하고 있지 않다. 평범한 고립은둔청년이며 책을 읽으며 생각을 나누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시선들이, 비자발적인 여유로움이 누군가에게 공감거리가 되고, 생각할거리를 준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같다.


가만히, 쉬엄쉬엄 사는 것이 나에게도 좋고 나를 사랑하는 것, 그리고 나를 아끼고 내 칭찬을 남들과 나누는 것은 나와 모든 사람들에게 좋다. 좋아한 곳에 간 일, 좋아하는 책을 본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무용하지만 쓸모있으며, 남의 이야기라면 더 듣고싶은 법이다.


잠시 일상의 여유로움을 느끼며, 무용함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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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이 책엔 무용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꽃과 열매, 슬픔과 그리움, 느림과 여백 같은, 경쟁과 속도의 시대에 쓸모없고 부질없어 보이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작고 사소해서 잘 보이지 않으나 우리를 살게 하는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나 기계에 더 가까워졌을 거라고 믿습니다. 


많은 이들이 경쟁과 효율을 이야기할 때, 그 반대편에서 쓸모없음의 쓸모를 말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균형이 맞다고 믿었습니다. _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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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살인사건 - 약이 독이 되는 위험한 화학의 역사
백승만 지음 / 해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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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치료하려고 만들어진 약들은, 반대로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약학의 아버지 파라켈수스는 명언을 남겼다.

"모든 것은 독이며 독이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용량만이 독이 될지 여부를 결정한다"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약들은 모두 처음부터 선한 의도로 개발되었다고 생각했거늘, 그 반대도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대전 중 독약개발이었다. 일반인들이 도저히 풀지 못하는 육각형 화학기호들도, 이 지식이 있는 화학자, 약학자들이 어떻게 주무르고 발명, 발견하냐에 따라 이렇듯 살상의 무기가 되기도 한다. 세계대전들과 다르게 지금 유행하는 프로포폴과 같은 약들은 절대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 소량의 마취제로 써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려 했을 뿐이다. 대부분의 의약품 살인은 '의료인' 들이 벌였다. 의약품을 남용해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간호사, 수의사, 약사 등등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배운 것들을 윤리적으로 쓰진 않는다. 약은 독이기도, 약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치료용 약을 살인용으로 쓰는 이같은 현실처럼.

대뜸 뉴턴 썰도 떠올랐다. 흑사병이 창궐하여 대피하고 있던 뉴턴은 전염병 약 개발에 이런 주제의 자필 원고를 남겼다고 한다.

"두꺼비를 3일동안 굴뚝이 매달아 놓아 토하게 하거나 가루로 만드는 방법"

두꺼비의 독을 이용한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뉴턴때의 세상보단 우리는 몇십배 발전한 세상을 살고 있다. 현대 기술은 권력이 되선 안된다. 사람을 고치기로 약속된 것들은, 그저 사람을 고치기 위해서만 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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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을 치료하는 데 쓰는 약품 ' , 인터넷 어학사전에 나온 의학품의 정의다. 완벽한 정의는 아니다. 질병 예방을 위한 백신이나 생리 현상 조절을 위한 피임약처럼 당장 질병에 시달리지 않아도 사용하는 약들이 제법 있다. 그래도 통상적인 의미로 더군다나 한 문장으로 짧게 의약품을 정의해야 한다면 '병을 치료하는 약품' 이란 표현은 비교적 무난한 문장이긴 하다.

그만큼 역설적이다. 이렇게 고마운 의약품으로 사람이 죽는다니. 심지어 죽일 수도 있다니. 물론 나쁜 마음을 먹으면 뭘로도 사람을 못 죽이겠는가. 존 윅은 연필 한 자루로 세 명을 죽였다. 뜻 한바 있다면 일상 모든 게 흉기다. 거친 세상이다. 이불 밖은 위험한 법. 그런데 약은 사람을 치료하는 물질이라 방심하기 쉽다. 눈앞의 적군 수만 병보다 등 뒤의 배신자 한 명을 더 조심해야 한다. 처음부터 조심해야 한다면 그럭저럭 주의할 텐데 손 놓고 있다가 크게 다친다. _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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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엑스터시 개발썰이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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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말하기 - 서툰 마음을 다독이는 다정한 어른의 언어
이민호 지음 / 모티브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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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하고싶은 말은 거의 공감보다 '설득' 이다. 우리의 편도체는 '설득' 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대화를 할 때 마음이 급해지고 상대방의 입장에 대입하는 것을 뒤늦게 해 "아 내가 실수했구나" 를 느끼게 한다.


특히 심성이 급하고, 빨리 일을 처리하는 급한 성격들은 더욱 실수를 많이 하며 그만큼 후회도 많이한다. 대화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건 '나' 보다 '상대방' 이다. 하고싶은 말을 그냥 하는 것보다 상대가 생생하게 생각하고 느끼고 상상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내 마음속에 왔다갔나?" 싶은 마음 말이다. 그 기술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힘들었겠다" , "좋았겠다" 등의 가벼운 공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에 나오는 기술도 기술만 단편적으로 보면 도저히 대입이 안되겠지만 Q&A를 통해 왜 이것이 합리적인 기술이며 예시로는 무엇이 있고, 이와 관해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말하기' 에 대한 책답게 일목요연하게 정렬했다.


"이렇게 해봐야하니까 읽어야겠다" 는 접근보다는 "내 말하기가 어떻더라?, 이 내용이 궁금하네?" 정도로 접근하는게 합리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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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를 주목시키기 위해 "집중해 주십시오. 아주 중요합니다" 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잘 듣지 않고 딴청을 피울 때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우리 뇌의 '편도체' 때문입니다. 편도체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가 과연 나와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를 끊임없이 판단합니다. 누군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외쳐도, 뇌에서 '나와는 무관한 이야기'라고 판단해 버리면 그 말은 그저 소음으로 치부됩니다.


그런데 앞서 등장한 안전 요원은 사진 한 장으로 시선을 끌고, "지난주에 일어난 일입니다" 라는 말로 청중의 편도체에 강력한 빨간불을 켰습니다. "당장 이번 주에는 저 사진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상상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 찰나의 상상이 사람들을 꼼짝 못 하게 몰입시켰습니다. 상대가 내 말에 깊이 집중하도록 만들고 싶다면, 상대의 머릿속에 확실한 그림이 펼쳐지는 '상상'의 기술을 활용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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