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슬기사전 2
김원아 지음, 김소희 그림 / 사계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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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이라는 제목부터 어딘지 속 시원하고, 애매모호하게 돌려 말하는 게 아니라 직언을 날려주는 친구 같은 느낌의 책이다.


글을 쓰신 작가님이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시며 실제 교실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 상황을 지켜보셨기에 <수업 중, 물건에 관하여, 친해지기, 사과하기, 거절하기, 약속하기, 갈등 해결, 학교 폭력> 등으로 카테고리를 분류하고 그 안에서 다루어진 사례들이 매우 현실적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친구와도 같이, 혹은 다정한 선생님과도 같이 건네는 말들이 딱딱한 가르침이 아닌 따뜻한 조언으로 느껴질 것 같다.


만화 컷 느낌의 귀여운 삽화와 말풍선의 형식으로 ~~ 상황일 땐 ~~하게 말해보도록 예시를 제공하고 있고, 그런 '슬기로운 말하기'로 끝! 이 아니라 그렇게 말을 건넨 이후에 벌어질 상황에 대해서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주고, 작은 팁 등을 제공하고 있어서 단편적이지 않은 상호소통 과정에 실제적이고 입체적인 접근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교사라면 학급 문고로 비치해두고 학생들에게 읽게 해주면 좋을 것이고, 친구들과의 관계나 학교 생활 중에 슬기로운 말하기로 또래 관계를 잘 형성해가고 싶은 자녀가 있다면 부모가 선물해주어도 좋을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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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 싶을 땐, 카멜레온 하늘을 나는 책 5
정유선 지음, 신민재 그림 / 그레이트BOOKS(그레이트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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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푹 빠져서 한동안 그림책만 섭렵하다가 만나게 된 동화책, <숨고 싶을 땐, 카멜레온>은 오랜만에 글밥이 많은 어린이 문학작품을 읽으며 그 매력을 새롭게 느끼게 해주었다. 입체적인 인물(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이 어우러지며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따라가며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읽어내고 나니 첫째 딸아이가 많이 생각이 났다.

이야기 속 미소는 '수상한 동물도감'을 읽은 뒤 숨고 싶고 사라지고 싶은 순간들이 찾아올 때 카멜레온처럼 보호색을 띄며 보이지 않게 되었고, 더 나아가 완전히 카멜레온으로 변해버리기까지 한다. 미소와 똑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5살까지도 좀처럼 엄마 곁에서 떨어지지 못하고, 주변에 대한 호기심과 탐색하고 싶은 욕구보다 엄마 옆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쪽을 항상 선택하곤 했던 첫째를 키우면서 이래서 나중에 어떻게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친구들과 관계는 원만하게 맺을 수 있을까 고민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미소가 카멜레온이 되어버린 순간에 미소의 엄마가 어떻게 대처했고 처음과는 어떤 변화와 성장을 겪었는지가 많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얼마나 아이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주고 또 스스로 결정하기까지 기다려주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미소에게는 자신의 어려움을 '문제'라고 여기지 않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주는 의사 선생님도 있었고, 친구들도 있었고, 사랑하는 딸을 위해 달라진 엄마도 있었다.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미소도 변화하고 성장했다. 엄마로서 앞으로 나는 두 아이에게 이 책 속의 의사 선생님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그리고 미소의 엄마처럼 있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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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찻집 소원우리숲그림책 8
박종진 지음, 설찌 그림 / 소원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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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고양이 찻집> 이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 떠올랐던 이미지는 고양이가 찻집의 주인이고 또다른 고양이들이 찾아와 차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찻집의 주인은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


이 할아버지는 나이가 많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평생의 반려자인 할머니에게 맛있는 차를 타줄 수 있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찻집을 열었다. 분명 일을 그만두기 직전에는 직장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렸겠지만 이제는 찻집의 사장님이 되어 제 2의 인생을 꿈꾸셨을 것이다. 어째서인지 손님이 하나도 없지만 긍정적인 격려 메세지와 함께 '당신의 차는 정말 맛있다'고 믿어주는 할머니가 계셔서 할아버지는 실망하지 않고 차 만들기 연습을 하기 위해 더욱 실력을 기르는 데 집중한다.


어느 날 가게에 드디어 손님이 찾아왔는데 그는 다름아닌 고양이 손님! 은퇴 전에는 할아버지도 이렇게 양복을 멋지게 입고 서류 가방을 들고 출근하셨던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끔하게 잘 차려입은 신사 복장의 고양이가 찻집에 왔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할아버지는 향기로운 꽃차를 내어주지만 고양이 손님은 한 입도 맛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내일 다시 와 줘요. 내일은 꼭 입에 맞는 차를 만들어 줄게요." 할아버지의 배웅 인사의 진정성을 느꼈는지 고양이 손님은 정말로 다음 날 다시 찾아왔다. 할아버지는 고양이 손님이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차가 무엇일까 고민하여 여러 가지 차를 내주지만 기존의 레시피로는 실패.. 고민과 거듭되는 연습을 거쳐 고양이 손님을 만족시키는 고등어 차 레시피를 완성하고, 고양이 손님은 기분 좋게 차를 마신다. 


첫 번째 고양이 손님 덕분에 입소문이 났는지 다음 날부터 고양이 손님들이 여럿 방문하고, 고양이들도 다 같은 입맛이 아닐테니 고등어 차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여 고양이들을 단골 손님으로 영입하는 데 성공한다. 이로 인해 고양이 손님들로 대성황을 이루고, 고양이들이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인간 손님(?)들도 하나 둘씩 이 찻집에 방문하게 되며 할아버지는 계속 행복하게 차를 만드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처음에는 뭘 해도 사랑스러운 고양이와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차라는 소재에 끌렸고, 그 다음에는 할아버지의 나이를 잊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용기와 손님의 니즈를 연구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열정에 감동했다. 책의 면지는 물론이고 그림책 장면 곳곳에 들장하는 예쁜 찻잔은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고 마치 내가 차를 마시는 듯, 코 끝에 즐겨 마시던 차 향이 맴도는 듯 상상력을 자극하고 시각적인 만족감을 준다. 어느 한 장면 하나 버릴 수 없이 예쁘고 통통 튀는 매력이 넘치는 그림 때문에라도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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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우주를 들어 줄게 우리 아이 인성교육 16
A. C. 피츠패트릭 지음, 에리카 메디나 그림, 권이진 옮김 / 불광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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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고는 우주에 심취해있는 아이이다.

우주여행에 관한 책만 읽고 또 읽으며 그것에서만 재미를 느낀다.

수업 시간에도 불쑥 자신이 알게 된 우주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친구들이 점심시간에 함께 놀자고 불러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아이.

 

 

 

 

처음 읽었을 때는 마음이 다소 불편했다.

우리 학급에 마고와 같은 아이가 있다면 어떨까? 내 자녀가 마고와 같다면 어떨까?

마고가 푹 빠져있는 우주여행에 관한 책들,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불건전하다거나 마고의 수준에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마고를 걱정하게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반 학생이 머릿속에 온통 우주여행에 대한 생각 뿐이라서 교과 수업에는 집중을 못할 뿐만 아니라 수업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수업 중간에 끼어들어 말해버린다면, 친구들이 먼저 놀자고 해도 친구들에게는 관심 없는 우주여행 이야기만 하며 함께 어울리지 못한다면 나는 아마도 그 학생의 학부모님께 상담을 요청했을 것이다.

 

그러다 두 번, 세 번 읽다보니 문자 너머의 마고의 절실함이 보이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우주에 관한 거 말고는 다른 건 말하지 않아도 되게 해 주세요.'라고 잠들면서 기도하는 마고.

그 기도는 정말 이루어졌고, 다른 말을 하고 싶었지만 밖으로 나오는 말은 우주에 관한 이야기 뿐이었다.

그런데도 엄마와 선생님과 친구들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고 또 개의치 않았다.

 

 

이전보다 더욱 마음의 답답함과 어려움을 겪게 된 마고는 불만이 쌓이고 쌓이다 결국 폭발하여 벽에 마커펜으로 생각나는 대로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내려간다.

쓰면 쓸수록 마음이 가벼워졌지만 벽은 마고가 쓴 글씨로 가득해진 그 때, 엄마가 방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놀라고 화난 표정으로 "마고!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니?" 물었다가 마고가 쓴 글(마고가 토해낸 마음 속 깊은 곳의 이야기)을 읽어내려가며 점점 표정이 바뀌어간다.

 

그리고는 또 다른 마커펜을 들어서 벽에 글씨로(마고가 말했던 방식으로) "엄마가 들어 줄게."라고 말한다.

낙서한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그게 옳은 방식인지 아닌지를 가르치려들기 보다는, 누구로부터도 충분히 이해받지 못하고 우주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껏 쏟아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힘들었을 마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주는 그 모습이 얼마나 대단하고 존경스러워보이던지!

그런 엄마 덕분에 마고는 우주(여행)에 대한 관심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일상에서의 균형을 찾아간다.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 다른 어떤 것도 다 지루하게 여겨질만큼 푹 빠지게 되는 무언가를 만나는 것은 모두에게 찾아오는 경험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고처럼 우주(여행)에 관하여 몰입한 아이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 이해할 수 없어도 그 자체를 비난하거나 부정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그 사람을 존중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고의 선생님도, 친구들도 비록 마고의 이야기를 관심있게 들어주지는 못했지만 마고를 부적응 학생이나 이상한 친구 취급을 하지 않았으니까.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마고의 엄마처럼 마고의 관심사 안에서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건강하게 그 욕구를 해소하며 타인과도 어우러지는 법을 알려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세상의 모든 마고들은 행복할 것이다.

나는 과연 마고의 엄마처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부모와 교사로서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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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들 zebra 2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 김윤진 옮김 / 비룡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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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들>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글, 그림.





<사라지는 것들> 신간 소식을 듣고 북트레일러를 찾아 보면서

그림책에 깊이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김윤정 작가님의 그림책 <엄마의 선물>을 만났을 때의 충격과 신선함이 떠올랐다.

<엄마의 선물>은 투명 필름 위에 그림을 입혀서 책장을 넘기며 생기는 변화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사라지는 것들>은 반투명한 트레이싱지 위의 그림이라서 완전 투명한 책장(?)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겉표지에서부터 면지까지 이어지는 민들레 홀씨의 날아가는 모습을 지나면, 이 세상을 살며 마주치고 경험하게 되는 수많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담하게 이어진다.

트레이싱지 위의 그림이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을 때는 현재 내가 '있다'고 느끼는 무언가, 혹은 처한 상황을 나타내다가, 트레이싱지 책장을 왼쪽으로 넘기면 그 또한 사라지고 지나가며 없어지고 떠나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모든 것은 지나가고, 변하거나 사라져.

하지만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

그리고 그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야."


앞에 나열한 수많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끝에 '변하지 않고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희망적이고 안정감을 줌과 동시에 "정말 그런게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이 페이지를 넘기면 엄마는 아이에게 '변하지 않고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을 말로 설명하는 대신 행동으로 표현한다.

모든 것이 떠나가 버리고 만다고 생각하는 아이에게 "그래 맞아. 세상에는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변하지. 이런 것도, 저런 것도.. 하지만 변하지 않는 단 하나가 있다면, 사라지지 않는 단 하나가 있다면 그건 사랑이야."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트레이싱지를 만나서 '사라지는 것들(변하는 것들)'을 더 역동적으로 묘사하고 있고, 오른쪽 면에 있던 그림이 왼쪽으로 넘어가면서 왼쪽 면에 있던 그림에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교묘하게 숨어드는 그림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초등학생 이상의 아이들과 함께 읽고 '사라지는 것들'과 '변하지 않는(사라지지 않는) 것들'에 대해 대화를 나눠볼 수도 있는 책으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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