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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고라니 ㅣ 노란상상 그림책 121
김민우 지음 / 노란상상 / 2025년 5월
평점 :
마음이 따뜻해지고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그림책을 만났다! <황금 고라니>가 바로 그 책이다.
주인공 호란이는 시골 마을에 살고 있다. 어느날 우연히 마주친 황금 고라니에 대해 주변에 이야기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속상하고 풀이 죽어있었다. 그런 호란이에게 할아버지는 함께 산에 가보자고 하신다.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할아버지의 사랑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황금 고라니를 찾아 헤매다 해가 지도록 만나지 못했을 때 할아버지께서 호란이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의심이나 확인이 아닌, 사실 정말로 믿어주셨을 수도 있지만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를 할아버지의 마음을 짐작해보았다.
그러다 거짓말처럼 집으로 돌아가려는 그 때 황금 고라니를 마주친다. 호란이는 너무 놀라서 미처 소원을 빌지 못했지만, 이제는 소원을 빌지 못해서 아쉬운 것도 아니요 다른 누가 나를 믿어주지 않아도 괜찮아졌다고 한다. 호란이가 보란듯이 자기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믿어주지 않던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며 승리감을 느끼는 것으로 호란이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크고 단단한 마음-나를 믿어주는 사람, 나를 대신해 나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빌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데에서 오는 자존감-을 갖게 되는 결말이 너무 벅차고 아름다웠다.
그림책의 면과 면을 꽉 채운 따스한 그림체가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더욱 빛나게 한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황금 고라니도 어쩌면 그렇게 따뜻하고도 반짝이는 황금빛 고라니를 표현해내셨는지 감탄하게 된다.
상상해본다. 호란이가 사는 곳이 시골 마을이 아닌 도시 한복판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고라니를 마주치는 사건은 일어나기 어렵겠지만, 분명 도시에 사는 호란이에게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믿기 힘든 어떤 경험이 찾아올 지 모른다. 그 때 도시에 사는 호란이의 곁에도 할아버지께서 계셔주시길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