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우주를 들어 줄게 우리 아이 인성교육 16
A. C. 피츠패트릭 지음, 에리카 메디나 그림, 권이진 옮김 / 불광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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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고는 우주에 심취해있는 아이이다.

우주여행에 관한 책만 읽고 또 읽으며 그것에서만 재미를 느낀다.

수업 시간에도 불쑥 자신이 알게 된 우주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친구들이 점심시간에 함께 놀자고 불러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아이.

 

 

 

 

처음 읽었을 때는 마음이 다소 불편했다.

우리 학급에 마고와 같은 아이가 있다면 어떨까? 내 자녀가 마고와 같다면 어떨까?

마고가 푹 빠져있는 우주여행에 관한 책들,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불건전하다거나 마고의 수준에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마고를 걱정하게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반 학생이 머릿속에 온통 우주여행에 대한 생각 뿐이라서 교과 수업에는 집중을 못할 뿐만 아니라 수업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수업 중간에 끼어들어 말해버린다면, 친구들이 먼저 놀자고 해도 친구들에게는 관심 없는 우주여행 이야기만 하며 함께 어울리지 못한다면 나는 아마도 그 학생의 학부모님께 상담을 요청했을 것이다.

 

그러다 두 번, 세 번 읽다보니 문자 너머의 마고의 절실함이 보이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우주에 관한 거 말고는 다른 건 말하지 않아도 되게 해 주세요.'라고 잠들면서 기도하는 마고.

그 기도는 정말 이루어졌고, 다른 말을 하고 싶었지만 밖으로 나오는 말은 우주에 관한 이야기 뿐이었다.

그런데도 엄마와 선생님과 친구들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고 또 개의치 않았다.

 

 

이전보다 더욱 마음의 답답함과 어려움을 겪게 된 마고는 불만이 쌓이고 쌓이다 결국 폭발하여 벽에 마커펜으로 생각나는 대로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내려간다.

쓰면 쓸수록 마음이 가벼워졌지만 벽은 마고가 쓴 글씨로 가득해진 그 때, 엄마가 방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놀라고 화난 표정으로 "마고!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니?" 물었다가 마고가 쓴 글(마고가 토해낸 마음 속 깊은 곳의 이야기)을 읽어내려가며 점점 표정이 바뀌어간다.

 

그리고는 또 다른 마커펜을 들어서 벽에 글씨로(마고가 말했던 방식으로) "엄마가 들어 줄게."라고 말한다.

낙서한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그게 옳은 방식인지 아닌지를 가르치려들기 보다는, 누구로부터도 충분히 이해받지 못하고 우주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껏 쏟아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힘들었을 마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주는 그 모습이 얼마나 대단하고 존경스러워보이던지!

그런 엄마 덕분에 마고는 우주(여행)에 대한 관심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일상에서의 균형을 찾아간다.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 다른 어떤 것도 다 지루하게 여겨질만큼 푹 빠지게 되는 무언가를 만나는 것은 모두에게 찾아오는 경험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고처럼 우주(여행)에 관하여 몰입한 아이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 이해할 수 없어도 그 자체를 비난하거나 부정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그 사람을 존중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고의 선생님도, 친구들도 비록 마고의 이야기를 관심있게 들어주지는 못했지만 마고를 부적응 학생이나 이상한 친구 취급을 하지 않았으니까.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마고의 엄마처럼 마고의 관심사 안에서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건강하게 그 욕구를 해소하며 타인과도 어우러지는 법을 알려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세상의 모든 마고들은 행복할 것이다.

나는 과연 마고의 엄마처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부모와 교사로서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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