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다 다나카
구로다 다쓰히코 지음, 김향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노벨상이란 의례껏 세계유수의 대학에서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했었는데,  너무나 평범해서 오히려 비범해보인 일본의 샐러리맨이 받았던 재작년의 수상결과는 적잖이 충격이었습니다. 

저런 사람도 노벨상을 탈 수 있다니..월급장이 엔지니어라니 나랑 별반 다를 것도 없잖아. 실험의 우연성에 기인한 수상이라니 단순히 운이 좋았다는건가?

어쨌거나 이례적으로 한해에 2명의 수상자를 낸 일본의 또 다른 수상자인 동경대의 명예교수보다는 시마즈제작소라는 낯선 회사의 만년주임에게 세계는 더 큰 갈채와 관심을 보였습니다. 학사출신에 비전공자인 회사원이 노벨상을 탔다는 단순한 화제성 때문에 박수를 친 사람도 있을테지만, 제 경우엔 꽤 오랫동안 기업체에 근무한 경험상 그의 수상이 얼만큼 어려운일이지를(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일이죠) 잘 알기 때문에 수상자에게 개인적 관심이 더욱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개발과 양산으로 이어져 회사의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혹은 창출할 가능성이 적은) 기초연구에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에선 용납되지 않는 일이고, 그런 논리로 얼마나 많은 프로젝트들이 사업타당성 검토결과  날라갔는지를 봐왔기 때문에 중소규모의 회사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배경이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장기적인 기술발전의 seed보다는 당장 눈앞의 이익을 찾는게 기업현실이니까요.이런 이유로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다나카란 샐러리맨보다도 그를 만들어낸 회사가 더 놀라왔습니다. 연구원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그로부터 사회에 공헌하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회사라니..너무 이상적인 회사이지 않습니까?

이런 수상자와 시마즈 제작소에 대한 관심으로 책을 읽게 되었는데, 역시 회사와 연구원 모두 남다르더군요. 연구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가진 엔지니어와, 그를 지원해주는 회사. 그러나, 책 속에 나타난 모습이 전부는 아닐테지만 회사에 대한 기대감은 조금 실망감으로 바뀐 부분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회사입장에서도 연구원 입장에서도 노벨상 수상은 소뒷걸음 치다가 쥐잡은 것 만큼이나 연구활동에 매진하게 한 시스템적인 측면보다는 단순한 행운이 많이 작용한 것도 같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죠.

단백질분석기를 개발하고 회사로부터 받은 보상금이 달랑 만엔이랍니다. (이 부분에서 뜨끔하더군요.왜 그런지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자의 창의성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이런 회사에서 조차 연구성과의 가치를 이렇게 평가하다니..하는 의문이 남더군요. 연구전문직이 없어, 연구를 하려면 승진을 포기해야 하는 시스템도 말이 안되구요.우리나라랑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노벨상 수상은 회사의 배려와 지원도 있었겠지만 대부분 다나카 개인의 열정이 낳은 결과물인 것으로 보여집니다.그래서 더 값진 것인지도 모르지만요.

이 책안에는 봉급장이 연구원 다나카외에도 화학실험을 좋아하던 어린 다나카와, 평범하면서도 성실한 학창시절, 연구실에 파묻혀지내던 도호쿠대학시절등의 숨겨진 다나카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자는 학창시절 내내 1등 한번 한적 없는그를 평범하지만 성실함에 기인한  비범한 구석이 있는 견실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 뭐라해도 제겐 다나카는 특별한 사람입니다.

연구를 천직으로 알고, 그 길에서 곁눈 질 한번 안하고 정진하는 자세는 저자의 표현대로 일본 장인정신 그대로입니다. 수재가 아니라서, 대학에 남지 못해, 대기업에서 근무하지도 않는데, 연구보단 잡일이 많아서, 전공분야가 아니고 학위가 없어서.. 등등의 변명거리가 얼마나 안일한 변명인지 생각해봅니다만...^^..게으른 저로선 그저 나같은 샐러리맨중에서도 저런 사람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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