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까지..그리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폴오스터소설은 솔직히 얘기하자면 내 취향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드높은 명성때문에 읽어줘야만 할 것 같은 압박때문에(명성의 압박!!) 책을 들었다, 실망했다가를 반복하면서도 여전히 그를 읽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허헛..

굳이 이유를 만들어보자면 아무래도 그 스피드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번 책을 읽기시작하면 무서운 속도로 독자를 줄거리 속으로 치닫게 만들어버립니다.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주지않고, 사건들이 연속하여 우연히 발생하고, 주인공들은 우연히 태어나고 우연히 죽고, 우연히 만나고 헤어지게 되지요. 모든게 우연속에 이루어져 필연이 되지만, TV 미니시리즈를 볼 때처럼, 우연의 남발을 따지고 불평할 겨를이 없습니다. 어차피 삶이란 우연의 연속아닌가요?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리듯, 중력과 상관없이 하늘로 치솓다가 땅으로 곤두박질 치는 삶을 정신없이 따라가다보면, 문득, '지금부터 시작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을 만나는 것입니다.

땅에 발을 딛고 나서야 내가 저걸 왜탔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시한번 그 짜릿한 스피드를 느끼고 싶어지는거..그게 폴 오스터소설의 매력인가봅니다.

그나저나 MS는 이제 방황을 그만두고 정점을 향해 가고 있을까요? 차고나면 기우는 달위가 아니라 자신안에 궁전을 세울 수 있게 되었을까요?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