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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까치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츠르릅, 츠르르릅..하하하
'왜 하루키인가' 라는 질문을 한다면 10여가지는 한자리에서 줄줄 댈수 있을 정도로 하루키가 맘에 드는 이유는 많습니다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의 글을 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동질감입니다.
하루키 소설 만큼 낯선 세계도 없을 듯하지만 제겐 어쩐지 편안하게 여겨질 정도로 낯익다 이말입니다.
뭐, 거창하게 그의 소설관이나 세계관이나 작품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와의 공감을 통해 익숙함이 느껴지는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무릎을 탁치게 만드는 그런 공감을 말하는 건대요.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쓸데없는 의문심이 많다거나 도어스나 빌 에반스는 좋아하지만 훌리오 이글레시아스는 싫어한다거나, 더플코트를 좋아하고, 골프을 싫어한다거나 하는 ..그런 아주 개인적인 취향말입니다.
‘츠르릅 츠르르릅’ 하고 파스터를 목구멍에 밀어넣는 남자를 얼어붙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하루키씨의 얼굴을 상상하다가 그만 지하철안에서 피식 웃음이 터지고 말았지 뭡니까.
저 역시 언젠가 후르륵 후르르륵..분식집의 온갖 소음을 능가하는 소리를 내며 물냉면을 열심히 먹던 남자를 마주 대하고 얼어붙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하루키는 파스타를 먹던 남녀의 운명을 궁금해 했는데, 제 경우는 그날로 끝이었습니다. 남은 평생동안 물냉면을 먹을 때마다 그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건 정말이지 끔찍했으니까요. 하하하. (흠..괴팍하다고 욕먹겠군. 물냉면을 소리내며 드시는 분들에겐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