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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국가 - 미국의 세계 지배와 힘의 논리
노암 촘스키 지음, 장영준 옮김 / 두레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이번만큼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의 무식함을 절절히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건 도대체가 지식의 양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의 무식이었으니 말입니다. 단순한 음모이론이 아니라 수많은 따옴표로 인용된 1차 사료에 의한 정보로 증명되는 사실과 그로부터 촘스키교수가 제시한 명백한 인과 관계들 앞에서 그동안 적어도 맹목적이지는 않다고 여겨온 제 세계관은 여지없이 박살나고 말았습니다. 푸훗..이건 완전히 떠주는 대로 받아먹은 꼴이니 말입니다.
9.11사태를 오사마 빈라덴이라는 비정상으로 취급되는 예외적인 개인에 의한 반인류적 테러로 규정하고, 듣기에도 민망한 <선>과 <악>의 구도로 몰고 가, 테러가 일어났는지조차도 모르는 아프가니스탄의 민간인들을 향한 폭격을 정당화하는 힘. 그 틈을 타서 러시아와 중국과 새로운 국제관계를 형성하고 떨어지는 행정부의 인기와 경제성장률을 단숨에 만회하고, 정책에 대한 폭넓은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는 힘. 인도주의적 개입이라는 명목으로 약소국가를 상대로 한 전쟁을 정당화하고, IMF 구제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에서의 경제적인 구속력을 강화하는 힘...이게 바로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무서운 힘의 논리라는 진실.
촘스키교수는 독자들에게 당장 세계가 변하지 않더라도 시지프스처럼 진실을 향한 돌을 계속 굴릴 것을 호소하지만, 저 같은 범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해야 허무적인 비관정도죠. 진실자체보다 진실에 직면한 개인이 느끼는 무기력이 더 무섭고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