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박영희 외 지음, 김윤섭 사진 / 우리교육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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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사회적 약자로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중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의 비정규직 노동자, 입시를 앞둔 학생, 농촌 청소년, 빈곤층의 노인들도 있다. 어쩌면 서민이라 불릴 수 있는 사람들의 태반이거나 이들을 가족으로 두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마침 sbs스페셜에서 "자연주의 도시 토트네스"라는 프로그램을 한다..

인구 20만의 자급자족적인 영국의 도시, 그리고 그 도시에서 큰 욕심없이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이다. 자연스럽게 책 속에서 "탄식마저 잦아지면 수레에 깔린 외짝 신발처럼 침묵이 된다"는 사람들과 "인생의 어떤 순간도 유예되거나 희생되어서는 안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탄식이 떠오른다..

힘있고 가진 자들이 한줌의 욕심만 버리면 더불어 행복해 질 수 있을텐데..

요즘 시국도 그렇고 착찹하기만하다.. 내일은 촛불집회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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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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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정말 힘들게 읽어낸다.. 460페이에 달하는 분량, 문장부호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대화, 중간중간 이야기 흐름을 벗어나는 사설들.. 그리고 책만 읽을라 하면 온갖 말썽을 피우는 애들까지.. 중간쯤 읽다가 때려 치울라다가 간신히 간신히 다 읽어내니 속은 시원하다..

 

주제 사라마구는 포르투칼의 작가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라 한다.. 전염병처럼 번지는 실명과 눈먼자들의 세상.. 그리고 발가벗기워지는 인간의 내면들.. 흥미로운 주제와 흥미로운 내용전개에도 불구하고 몰입하여 읽어내기는 가장 힘든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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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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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에 보니 이른바 청춘 소설이란다.. 일년에 한 번씩 전교생이 만 이십사시간동안 80키로의 거리를 걷는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이 이십사시간 걸으며 엮어내는 사랑과 우정과 젊음에 관한 이야기다..

 

"나란히 함께 걷는다. 단지 그것뿐인데. 신기하네 단지 그것뿐인 것이 이렇게 어렵고,이렇게 엄청난 것이었다니.."

나로서는 피부에 와닿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몇년 전 일년여 동안 국토종단을 하면서 느끼던 생소하면서도 어쩐지 좀 짜릿했던 고통이 떠올려진다..

고등학교 때 라면 이젠 까마득한데 이 소설에서처럼 조숙하지야 않았겠지만 뭐랄까 젊다는 것의 진동이랄까, 가벼움이랄까. 혼란스러움이랄까 뭐 그런 것들에 대한 느낌이 새록새록 되살아오는 듯 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십대초중반까지 마찬가지 였지만 그 때는 한없이 진지하고 심각하다가도 순간 즐거워지고, 지금이라면 귀찮아서 절대 하지 않을 일들을 하고(하루 종일 친구와 뒹굴거린다든지, 용건도 없이 거리를 배회한다든지 하는) 유치한 술자리 대화가 전혀 유치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며 문득 아 정말 어느새 많이도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p287 " 어제부터 걸어온 길의 대부분도 앞으로 두번 다시 걸을 일 없는 길, 걸을 일 없는 곳이다. 그런 식으로 해서 앞으로 얼마만큼 '평생에 한번'을 되풀이 해 갈까. 대체 얼마 만큼 두 번 다시 만날 일 없는 사람을 만나는 걸까. 어쩐지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그 '평생에 한번'이란 설레임을 지닐 수 있는 건 젊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난 그 설레임을 아직 가지고 있나.. 갈수록 그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왜 한동안 소설을 멀리 했나 후회스럽다.. 글 속에서, 타인의 사유속에서 무언가 얻고자 무거운 사회인문서적만 뒤적거리는 건 바보같은 일이었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고 찾지 않았다면 영원히 존재하지 않았을 이런 책들을 만나는 건 내가 만들어 가는 '평생에 한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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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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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소설을 맘껏 읽다 보니 어디 경치 좋은데서 오전에는 밭이나 갈고 오후엔 낮잠자고 해질녘부터 밤늦도록 책이나 읽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일주일이나 한달에 한번씩 여행이나 다녀오고 가끔씩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말이다.. 그러면 세상 부러울게 있을까..

 

소설속의 이야기들은 다 비슷한거 같으면서도 사실 사람마다 모두 다른 지문처럼 독특하다는 것을 느낀다.. 물과 햇빛을 원천으로 저마다 다른 꽃을 피워내 듯 어쩌면 인간의 경험이란 다 똑 같이 제한된 삶의 터전에서 비롯되었을 것인데 모두들 미묘하게 다른 의식을 꽃들을 피워내는 것이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제목대로 아내가 이혼하지 않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이야기. 간단히 말하자면 일부다처가 아닌 일처다부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열정적인 사랑의 지속기간은 평균 30개월이란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저 사회적인 필요에 의해 습득된 혹은 강요된 생활양식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 뿐이다..

 

사랑과 행복을 위해 통념을 파괴하는 것.. 문득 세상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다는 어느 섬에서의 어부가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왜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하지 않고 해변가에서 낮잠만 자는가.. 지금 필요한 만큼 일하고 지금 행복하게  쉬고 있는데 왜 미래를 위해 지금의 행복을 희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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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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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천팔년 오월구일 금요일.. 퇴근해 들어와 저녁을 먹고 여덟시 뉴스를 틀어놓고 이 책 2권의 후반부를 읽고 있다. 아버지 이치로와 그의 집을 철거하려는 건설사가 대치하는 장면.. 그리고 끝까지 저항하다 자유의 섬을 찾아 떠나는 이치로 부부와 가족들의 작별 이야기 사이사이로 광우병 파동과 고유가로 인한 물가급등 문제, 조류독감, 미얀마의 태풍과 군부정권 등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 소설은 지로라는 초등학교 6학년 짜리의 성장담이다.. 그리고 지로의 괴짜 아버지 이치로에 대한 이야기다.. 유쾌하고 단순하지만 사실은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책의 마지막 부분 지로가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 섬사람들은 모두 착한 사람들이라 어려운 일이 있으면 뭐든지 도와줘.. 공짜로 먹을 것을 나눠주는 건 도쿄에서는 생각도 못할 일이지만 여기서는 보통이야. 아마도 자기만 이익을 보려고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다들 친절한 것 같아.. 도쿄에서 살 때, 아버지는 항상 "국가 같은 거 필요 없다"고 했었는데, 그 말 뜻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어.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법률도 무기도 필요 없다고 생각해. 이것은 유치한 이론상인지도 모르지만, 여기 섬 사람들들을 보고 있으면 그럼 감이 들어. 만일 지구 상에 이런 섬만 있다면 전쟁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

 

그래. 사실 모든 것의 뒤에 저 욕심이라는 거.. 사리사욕이라는 게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그것이 돈이든 혹은 권력이든 또는 명예이든.. 그러니 아무리 복잡하게 혹은 그럴듯하게 감추려 해도 누구든 알아볼 엉터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한 줌도 안되는 자들의 이익과 욕심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빠져드는가.. 

 

나도 하나씩 하나씩 욕심을 버려야 겠다.. 그러면 자꾸 더 행복질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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