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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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에 보니 이른바 청춘 소설이란다.. 일년에 한 번씩 전교생이 만 이십사시간동안 80키로의 거리를 걷는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이 이십사시간 걸으며 엮어내는 사랑과 우정과 젊음에 관한 이야기다..

 

"나란히 함께 걷는다. 단지 그것뿐인데. 신기하네 단지 그것뿐인 것이 이렇게 어렵고,이렇게 엄청난 것이었다니.."

나로서는 피부에 와닿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몇년 전 일년여 동안 국토종단을 하면서 느끼던 생소하면서도 어쩐지 좀 짜릿했던 고통이 떠올려진다..

고등학교 때 라면 이젠 까마득한데 이 소설에서처럼 조숙하지야 않았겠지만 뭐랄까 젊다는 것의 진동이랄까, 가벼움이랄까. 혼란스러움이랄까 뭐 그런 것들에 대한 느낌이 새록새록 되살아오는 듯 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십대초중반까지 마찬가지 였지만 그 때는 한없이 진지하고 심각하다가도 순간 즐거워지고, 지금이라면 귀찮아서 절대 하지 않을 일들을 하고(하루 종일 친구와 뒹굴거린다든지, 용건도 없이 거리를 배회한다든지 하는) 유치한 술자리 대화가 전혀 유치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며 문득 아 정말 어느새 많이도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p287 " 어제부터 걸어온 길의 대부분도 앞으로 두번 다시 걸을 일 없는 길, 걸을 일 없는 곳이다. 그런 식으로 해서 앞으로 얼마만큼 '평생에 한번'을 되풀이 해 갈까. 대체 얼마 만큼 두 번 다시 만날 일 없는 사람을 만나는 걸까. 어쩐지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그 '평생에 한번'이란 설레임을 지닐 수 있는 건 젊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난 그 설레임을 아직 가지고 있나.. 갈수록 그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왜 한동안 소설을 멀리 했나 후회스럽다.. 글 속에서, 타인의 사유속에서 무언가 얻고자 무거운 사회인문서적만 뒤적거리는 건 바보같은 일이었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고 찾지 않았다면 영원히 존재하지 않았을 이런 책들을 만나는 건 내가 만들어 가는 '평생에 한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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