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꿈 몸 ㅣ 어떤시집 1
김선오 지음 / 북다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셨습니다.

📖 꿈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했다. ___7p
📖 깊고 아름다운 숨을 쉬세요.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하세요. ___13p


내 태몽은 무엇이었지. 아마도 과일 나무였던 거 같은데... 그리 귀담아 듣지 않았기에 기억이 흐릿하다. 나는 태몽을 일종의 가스라이팅처럼 느꼈다. 너의 태초는 이러했으니 이정도의 일은 해내야 해, 라는 식의 불쾌한 예언과 강요 그 어디쯤이었다.


📖 논바이너리 젠더퀴어로서 나에게 태몽이 없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개인 서사의 빈터를 시로 다시 써볼 수 있을까. 나를 환영해줄 장소가 전통적 가족 공동체의 내부는 아닐 것이다. ___158p 작가노트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태몽이 없다는 사실이 고유한 서사의 빈터가 될 수 있다니. 시집을 읽는 동안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알고 싶었기에, '자신'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을 시와 글로 메꾼 사람의 흔적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 시집은 호흡이 아주 느리다. 시편과 시편 사이에 산문을 실었다. 뿐만 아니라 1953년에 쓰인 아시아 첫 트랜스젠더에 대한 대만 신문 기사, 태몽에 대한 정의와 관련된 논문 발췌문, 구전된 트랜스젠터 민담, 상상 대몽담 등이 시와 시를 잇는다.


누군가에겐 오래도록 사유해 온 주제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겐 낯선 세계일 수도 있다. 시집에 실린 여러 종류의 텍스트들은 어디에 속한 독자든지 간에 더 깊이 사유할 수 있도록 틈을 내어준다. 아마도 오래도록 탐구해 온 시인의 속도를 그대로 담은 거 아닐까.


'나'의 삶이라는 환상 자체가 모종의 태몽이었음을, 이 책을 작업하며 내가 알게 되었듯이 (...) ___161p


그러니 천천히 따라가보시길, 무언가에 닿길 바라며
추천한다. 치열하게. 이 시집을 쓴 한 시인처럼.



<환영의 맛>
(...) 공포영화였을까 그러나
호랑이의 공포와 나의 공포가 달랐기에 그것을 뭐라고 불
러야 할지 몰랐다. 무성 영화였을까 그러나 호랑이의 음성
과 나의 음성이 달랐기에 그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
랐다. 호랑이의 공포에 대해 호랑이의 음성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

우리 중 누가 누구를 잡아 먹을 것인가? 누가 누구의
피와 살이 될 것인가? (...)



#말꿈몸 #김선오 #시집 #북다 #일파만파독서모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만 아는 단어 - 늘 따라오는 것, 쫓아오는 것, 나를 숨게 하지 않는 것, 무자비한 것, 그러나 모두에게 공평한 것
김화진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제공 #서평단


📖 사전을 뒤져도 끝내 석연치 않은 마음이 남는 단어들이 있다. 분명 아는 단어임에도 사전적 정의와 내 삶의 거리 사이에서 길을 잃는 탓이다. 단어와 의미는 단단히 고정된 듯 보이지만, 그 위에 한 사람의 생애가 덧대지는 순간 의미는 비로소 흐르기 시작한다.
___ editor's note


시인과 소설가 그리고 번역가까지, 총 10명의 작가들이 품어온 자신만의 단어들을 꺼내 놓았다. 에세이였지만, 에세이만은 아닌 거같던 글들. 어떤 단어는 아팠고, 어느 단어는 나도 품고 싶었다. 작가들의 단어는 다시 나에게 다른 말이 되어 들어왔다.


하루에도 무수한 단어들이 삶을 써내려 간다. 어떤 단어는 흘러가고, 지나가고, 통과하다가 덜컥덜컥 걸려드는 것들이 있다. 여러 번의 여과 끝에 다층을 이루는 말들. 그것들은 다시 삶을 축조하고 재구성한다. 나의 단어집에는 어떤 것들이 걸려있을까... 어느 소설가의 말처럼 내 삶의 부피처럼 나의 단어집이 너무 얇지는 않을지, 문득 걱정이 든다.


#나만아는단어 #흄세 #에세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의 눈부신 친구 ㅣ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셨습니다.


한줗평 : 누구에게나 있던 시절. 생각나는 그녀들...

<나의 눈부신 친구>는 편히 말해 우정 이야기다. 근데 성장이라기엔 건강함이 두 스푼 빠진 거같고, 멋있다기엔 아쉬움이 한 스푼 더 들어갔다고나 할까. 그래서 좋았다. '우정'이라는 두 음절로 릴라와 레누의 관계를 정리하기에 그들의 감정과 시간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아마도 이것이 질투나 증오 같은 감정에 대한 나의 반응이자 나름의 대응방식이었던 것 같다. 아니면 내가 릴라에게 느낀 종속감과 그 미묘한 매력을 이런 식으로 포장하려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릴라가 나보다 훨씬 뛰어난 아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녀가 제멋대로 구는 것도 함께 받아들이도록 나 자신을 훈련시켰다는 점이다. ___53p


우정을 주제로 한 컨텐츠를 볼 때마다 나는 자꾸 과거로 돌아간다. <나의 눈부신 친구>를 읽을 때에도 그랬다. 내가 자꾸 뒤를 돌아보는 이유는 그리움 때문일까, 후회 때문일까. 책을 읽는 동안, 지난 시절 속 나의 릴라들이 생각났다. 나폴리 4부작 중 1권에 해당하는 <나의 눈부신 친구>는, 유년기와 사춘기 시절을 담고 있어서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국적과 시대가 다른데, 이런 몰입이 가능하다니... 이 책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다.


레누와 릴라가 함께한 60년의 세월 중, 몇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앞으로 3권의 책이 더 남아있는데, 어떤 힘으로 나를 계속 이끌지 기대된다.



나는 나를 자주 미워하고, 너를 귀히 여긴다.
나는 나를 쉬이 내려다보고, 너를 어렵게 우러러본다.
선망과 열등감은 어떻게 다른가.
오늘도 이 고민에 답을 달지 못한다.



#나의눈부신친구 #엘레나페란테 #국외소설 #이탈이라소설 #나폴리4부작 #여성서사 #우정
#서평단 #도서제공 #일파만파독서모임
#완독 #독서기록 #2026 #1월독서 #책리뷰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자작나무 숲 ㅣ ANGST
김인숙 지음 / 북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일파만파 독서모임에 지원해 주셨습니다.

부끄러운 얘기를 하나 해보자면,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덮을 때까지 호러소설인 줄 몰랐다. 표지 뒷면의 소개글에 '여성 고딕 서사의 경이로운 계보'라고 적힌 것과, <앙스트> 시리즈 소개문을 읽고 나서야 공포소설임을 알았다. 고딕 소설자체를 거의 읽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소감을 적는 지금까지도 왜 공포 소설인지 모르겠다...


📖 노인의 몸은 현관 바깥으로 아주 조금만 나와 있었다. 두 팔을 길게 뻗은 채. ___52p


산1번지, 아주 큰 이층집. 한때 부잣집이었으나 이제는 '쓰레기집'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쓰레기 호더 노인(최무자)의 죽음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홀로 살다 죽은 줄 았았던 최무자 옆에는 죽어가던 정체 모를 누군가가 함께 있었고, 이를 조사하기 위해 쓰레기 집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간다.


소설에서 '쓰레기'의 의미는 다양하다. 단순히 고물과 폐지일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놓지 못해 그러안고 사는 것들을, 어떤 이의 수치이자 원한을, 또다른 이의 처지와 같다. 그리고 쓰레기들은 쓰레기집으로 들어와 나가지 못 한다. 이는 어쩌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끈질긴 대물림같기도 하다.


자작나무 숲에서 소리와 냄새가 낮게 깔려 은은히 맴돌듯, 모씨 일가의 비밀을 파헤치는 속도감도 비슷하다. 아마 단편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장편으로 바뀌면서 그런 것같은데, 단편을 다시 찾아봐야겠다. 더불어 사놓고 아직 시작하지 못한ㅋㅋㅋㅋㅋㅋ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을, 김인숙 작가의 <스페이스 섹스올로지>부터 시작해야겠다.



#김인숙 #국내소설 #장르소설 #공포 #호러 #고딕 #여성서사 #북다 #신간 #서평단 #도서제공 #일파만파독서모임
#완독 #독서기록 #2026 #1월독서 #책리뷰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 - 우리 삶에 사랑과 연결 그리고 관계가 필요한 뇌과학적 이유
벤 라인 지음, 고현석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셨습니다.


우리 삶에 사랑과 연결 그리고 관계가 필요한 뇌과학적 이유


"관계". 이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아플 때가 있었다. 친구가 내 인생에서 꼭 필요한가, 회사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쌓아야 하는가, 타인과 교류를 하지 않고 살 방법은 없을까 등등. 생활 반경에 최소한의 인간만 두고 살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매일같이 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오퀘스트라 마지막 활동으로 받은 『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는 나를 위한 책이었다.


📖 우리 인간에게 상호작용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에 직면해 있다.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____서문에서


저자는 인간은 왜 사회적 활동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뇌과학적 근거를 들며, 쉽고 명료하게 설명한다. 사회적 활동이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만 펼치고 끝이 아니다. 이 책의 출발은, 인간의 생존에 타인과의 연결이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의 신경과학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현실을 우려하는 데에 있다. 점진적으로 사회가 개인화 되면서 분열이 자연스러워진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 목차
프롤로그 우리의 사회적 삶에 관한 세 가지 불편한 진실
1부 우리는 혼자 살아남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2부 상호작용이 사라진 세상에서 서로에게 닿는 법
에필로그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부록 소셜 저널 템플릿


1부에서는 왜 연결이 필요한지, 고립은 인간의 뇌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설명한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태초부터 혼자일 수 없는 존재였다. '먼 옛날 인간은 다른 인간과 반드시 함께해야 생존할 수 있었'고, 이때 생성된 '사회적 보상 시스템은 오늘날에도 우리 뇌에 남아 우리가 사회적 활동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낯선 이와의 짧은 대화에서도 사회적 교류를 통해 얻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였다. 예시로, 평소 버스 기사 혹은 편의점 직원과 나누는 감사 인사도 여기에 포함된다. 아주 짧은 몇 음절의 말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감과 기분을 바꿀 수 있다니.


고립을 언제 겪느냐 또한 중요한 부분이었다. 사회적 기술을 훈련하고 사회적 인지에 관여하는 뇌 영역을 형성하는 시기인 아동기, 사회적 교류가 급격히 적어져 인지 예비력이 줄어들고 치매와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노령기. 두 시기에 사회적 활동이 왜 중요한지 보여준다.


우리는 앞으로 점점 더 혼자가 되어가는 시대적 흐름 안에 살고 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이 비극을 넘어 공중 보건의 문제라고 말한다. 맞는 말같다.


2부에서 저자는 타인과 상호작용하기 위헤, 근본적으로 우리가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일상에서 어떤 것들을 챙길 수 있는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책을 덮고 난 뒤 이런 생각이 든다. 내일 출근하면 인사를 더 많이 건내야지, 주변 사람들한테 감사하다는 말 더 많이 해야지, 친구들한테 전화해야지 등등. 함께 건낼 말도 고민한다. 내년에는 사회적으로 좀더 적극적인 내가 되기 위해, 친구 많은 할머니를 추구미 리스트에 추가하는 것으로 마무리해 본다.



#뇌는왜친구를원하는가 #벤라인 #더퀘스트 #인문 #교양 #뇌과학 #고립 #관계 #신간
#서평단 #도서협찬 #오퀘스트라2기
#완독 #독서기록 #2025 #12월독서 #책리뷰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