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책사 - 한국사의 명암을 가른 관계의 힘
김준태 지음 / 믹스커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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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대신 한문장
어떤 만남은 역사가 되고, 어떤 관계는 비극이 된다.



인간은 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어느 때엔 위쪽에 위치하다 다른 곳에선 아랫사람이 되어있다. 결국, 우리는 어느 쪽이든 '관계' 안에 위치한다.


왕과 책사는 관계들 중, 사회 생활에 초점을 맞췄다. 리더십과 팔로워십, 이것을 역사 속 임금과 책사의 관계에서 꺼내어 설명한다. 책은 승자의 역사만을 담지 않았다.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는 마흔 가지 이야기에서 명과 암을 모두 다룬다. 군신이 서로를 어떻게 대했으며, 무엇을 따르고 무엇을 외면했는지 말이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 비극으로 끝난 관계에 더 집중하면서 읽었다. 존중, 신뢰, 소통이 없는 일방성, 서로를 도구화하는 시선 등이 포함된 관계는 결국 서로를 망친다. 저자는 이 책이 맺고 있는 관계를 돌아보는 거울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성공하신 것 같다. 안 돌아볼래야 안 돌아볼 수 없다.



#왕과책사 #김준태 #믹스커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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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있었던 곳
정찬 지음 / 말하는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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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막으려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의 모습에서 80년 5월 광주 시민이 떠오른 것은 역사의 신비였습니다. 그 신비에서 우리들이 발견한 것은 '산 자와 죽은 자의 연대'입니다. 역사는 산 자와 죽은 자 사이를 그렇게 끊임없이 오가며 홀렸던 것입니다.


이 소설은 저자의 장편소설 광야를 바탕으로 새로 쓴 소설이다. 5월 18일부터 5월 27일의 기록. 시점 변화와 대화가 있지만, 소설이라기 보다 사건 경위서를 읽는 것같았다. 버석하고, 간결하고, 생생하고, 참혹하다. 작년에 서평단으로 읽은 『작은 일기』 생각이 많이 났다. 12.3 비상계엄이 이 소설의 출발을 만들어 줬다고 하는데, 여러모로 닿은 면이 있나보다.


책을 덮고 '작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글을 쓰는 사람. 그 글에는 여러가지가 담길 것이다. 사람들이 보지 못 하는 것들을 볼 수 있도록 밝게 비추고, 소외된 존재들을 위해 경계의 울타리를 넓히고, 삭제된 목소리들을 토해내게 한다. 그리고 기록하여 기억되게 한다. 계속 읽히도록, 잊혀지지 않도록. 『그들이 있었던 곳』은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소설이다. 과거가 사라지지 않도록 말이다. 책을 읽는 동안 서평을 걱정했다. 어떤 문장을 적어도 나의 문장은 이 책을 읽은 경험보다 훨씬 작을 것임을 알았다.


독자인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읽기 그리고 기억하기.
부디 더 많이 읽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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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팅 - 유령화 시대의 사랑
도미닉 페트먼 지음, 최리외 옮김 / 동녘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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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 한줄평 : '읽씹'... 그 쓸쓸하고도 문제적인 행위에 대하여


한 때 유행했던 밸런스 게임 중에, 읽씹 VS 안읽씹 중 무엇이 더 기분 나쁜가에 대해 토론하던 영상들을 본 적이 있다. 자매품으로 잠수 이별 VS 문자 이별, 어느 쪽이 더 최악의 이별인가도 있었다. 치열한 설왕설래가 이어지며 열변을 토하는 영상들을 그저 깔깔거리며 봤는데... 이런 행위가 '고스팅(Ghosting)' 이라니... 적잖게 당황하며 책을 펼쳤다.


고스팅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모르는 척하는 행동, 특히 SNS나 문자 메시지 등에서 갑작스럽게 응답을 중단하는 행동. 모든 의사소통을 중단함으로써 관계나 열결을 끝내는 행위.


책은 자신이 겪은 일화로 시작된다. 어느 날 가족들로부터 홀연히 사라진 삼촌. 저자는 고스팅을 일종의 '상징적 자살'이라 칭한다. 실제로 죽는 번거로움은 피할 수 있지만, 남겨진 이들에겐 실제와 같은 고통, 죄책감, 해소되지 않는 감정들을 떠안기는 행위이니까.


이처럼 타인과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행위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고스팅은 기술의 발전으로 현대사회에서 폭발적으로 행해진다. 나도 당하고 너도 당하고, 서로에게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되었을까?


들어가며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의 과인은 '타인의 연락을 무시한다'라는 이례적인 선택지를 끌어들였다. (...) 우리가 문자 메시지를 고안해낸 순간, 동시에 문자메시지를 보지 않는 행위도 만들어진 것이다.


기술 발달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시대이다. 당장 카톡이나 SNS만 접속 해봐도, 알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 흘러 들어온다. 물리적으로 멀어져 소원해진 관계이지만, 서로의 게시물에 하트를 누르면 여전히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여기며 지낸다. 준-사회적 연결이 넘쳐난다. 과잉 연결의 시대를 살고 있다. 선택지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는 '선택 안 함'을 끝내 고르는 것이다.


고스팅은 우리 삶에서 끊이없이 일어나는데, 저자는 사랑(연인), 가족, 친구, 사회로 나누어 고스팅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설명한다. 나는 특히 2장 우정 고스팅이 흥미로웠다. 평소에도 '우정'이란 뭘까, 과거와는 달라진 이미지, 사람들이 가지는 우정에 대한 환상 등에 대해 생각해보는데, 2장에서 비슷한 생각이 나와 줄을 박박 그어가며 읽었다.


125p
너무도 많은 사회적, 준-사회적 연결이 뒤엉킨 이 시대에 진정한 친구가 너무 적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은 역설적인 괴로움을 안긴다. (...) 실로 사회적 유대가 점점 더 느슨해지는 이 시대에 우정이란 무엇인지, 그 관계가 무엇을 수반하는지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하고 있다. (..) 이제는 결테 있는 행위가 원치 않는 '감정 노동'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151p
이제는 개인의 이해관계와 사적 관심을 넘어 서로를 위해 '나타나야'
한다는 과거의 공동체적 압력과 기대가 멸종 위기에 처할 정도로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183
우리가 서로를 더 많이 고스팅할수록 기술 관료 엘리트들은 우리의 클릭 하나하나를 더욱 예의주시한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이다. 빅테크 기업은 우리 개개인이 남긴 디지털 흔적에 집착한다.


195p_ 옮긴이의 말
과도하게 빠른 속도로 스와이프와 스크롤과 클릭과 로그아웃과 차단이 이루어지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아직은, 목과 몸으로 만날 수 있다. (...) 그 울퉁불퉁한 고유의 맥락들을 부디 우리가 더욱 귀하게 대할 수 있기를.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이 고스팅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할 공간을 여는 데에 있다고 밝힌다. 저자는 고스팅을 연락 회피에서 관계 단절, 나아가 관심 경제의 가속화와 관계 과잉 사회를 부추기는 시스템으로 연결시켜 문제 제기한다. 이제는 이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볼 차례다.


바라보세요.
대화하세요.
존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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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문제가 가득한 레스토랑
유키 신이치로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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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문제가 가득한 레스토랑 | 유키 신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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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 아는 맛집에서 내놓은 신메뉴


역시 이런 장르는 일본인가 싶다.(물론 한국도 좋은 작가님들이 많아요! 알고 있습니다.) 뭐랄까. 추리/미스터리의 백년가게 같은 일본. 맛이 보장된 아는 맛에 새로운 시치미를 조금 뿌린 소설, 어려운 문제가 가득한 레스토랑이다.


해답을 배달하는, 배달 어플 '비버 이츠'의 야간 배달원
자신은 셰프라 우기며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탐정
보통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괴상한 음식 조합의 메뉴들


"여기는 음식점이야.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하나."
고객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것.
"단지 그것 뿐이지."


'고등어 된장찜, 팟 카프라오, 치어 덮밥', '매실 절임 연골 무침, 와플, 키마 커리', '모듬 견과류, 떡국, 똠양꿍, 콩고물을 묻힌 떡' 처럼(무슨 맛일까 궁금하긴 하다...) 알 수 없는 조합의 메뉴를 팔지만, 사실 이것들은 '어떤 의뢰'의 다른 이름들이다. 그리고 그 안에 어떤 욕구에 대한 허기가 담겨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이것을 찾아내고 해답을 배달한다.


이 소설이 재밌었던 이유는 화려한 트릭이나 뒷목을 내려치는 반전이 아니었다. 사건이 극적이거나 마음을 쪼그라들게 하는 스릴도 아니다. 각각의 사건에 깃든 마음들, 그걸 따라가는 맛이 있다. 그리고나서야 제목들이 이해된다.


스미추 읽기 좋은 계절이 따로 있겠냐마는, 나는 '여름'에 읽는 걸 선호한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에서 서늘로 바뀌는 그 기분. 한 번 읽어볼까 했다가 끝내 마지막장을 보고야 말게 되는 상황, 같은 걸 느낄 수 있는 계절이 되었다. 역시 더울 땐 더위를 잊게하는 잼얘가 최고 아닌가?!



#어려운문제가가득한레스토랑 #유키신이치로 #북다 #추리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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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열두 가지 얼굴 - 당신의 행복을 위한 돈의 인문학
류상철 외 지음 / 한길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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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뭘까. 사람들은 '돈'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기 보다는, '얼마'를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벌 수 있는지를 늘 생각한다. 돈의 열두 가지 얼굴은 사람들에게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돈의 맨얼굴, 열 두가지의 모습으로.


이 책의 출발이 재미나다. 독서모임 '트레바리'에서 만난 세 사람이 뒤풀이 대화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정통경제학자, 금융 실무자, 인문학적 시선을 가진 공학도가 돈의 실체가 무엇인지 골몰하며 나온 결과물인 것이다.


이 책은 경제 이론서도 투자 비법서도 아니다. 돈이 인생의 주인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비법서?에 가깝다. 돈이 우리 삶의 시간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그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에 대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 19p
돈을 어떻게 벌고, 어디에 쓰며,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돈은 우리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 그 앞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며칠 동안 계속해서 '내가 오늘 돈을 어디에 썼더라? 무엇을 샀더라?' 생각했다. 내 욕망의 얼굴이 조금 부끄럽다.



#돈의열두가지얼굴 #류상철 #박종호 #정태관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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