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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에 난 문 ㅣ 환상과 마법 2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고정아 옮김 / 니케북스 / 2026년 3월
평점 :
#도서제공
💬 한줄평
'다음에' 라는 말에 너무 미루면서 살지 않기
어린 시절 한 소년 앞에 불쑥 나타난, 하얀 담장에 난 초록색 문. 그 문을 열고 들어간 세계는 현실과 달랐다. 사람을 기쁘게 하는, 가벼움과 희망과 편안함을 안겨주는 것들이 가득하고, 젊고 즐거운 시절의 찰나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잠깐의 유희 후 소년은 돌아왔고, 계속해서 문에 대해 생각했다. 이후 소년이 자라는 동안에도 문은 가끔 나타났다.
과연, 소년은 문을 또 열었을까.
소년은 문을 열지 않는다. 학교 때문에, 장학금 때문에, 일 때문에, 때문에, 때문에... 그는 자신이 열었던 초록색 문을 다시 보고싶어 했지만, 열지 않았다. 뒤로 미뤘다. 대신 다른 문, 성공의 문을 항상 열었다.
"그렇게 해서 여기 내가 있어!"
"그래서 여기 내가 있는 거라네!"
(...)
"문제는 말이야 레드먼드, 그 일(성공)로 내가 망가지고 있다는 거야. 지금 두 달 넘게, 열 주 가까이 아무 일도 못 했어. 긴요하고 다급한 일들만 처리할 뿐이지. 내 마음에는 다스릴 수 없는 후회가 가득해.(...)"
하지만,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이라 칭하는 그는 후회한다. 그 후회가 넘쳐흘러 밤마다 문과 정원을 찾아 헤맨다.
최근 박준 시인의 강연을 들었는데, 시인님이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이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으면 이상해져요. 울분이 쌓이거든요. 인간은 기계가 아니라서 생산적인 일만 하고 살 수 없어요.' 이 단편을 읽으면서, 이 말이 겹쳐 들렸다.
누군가에겐 허무맹랑하거나, 그게 뭐야, 라는 이야기를 듣는 일들. 그럼에도 자신에겐 소중한 것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쉽게 우선순위가 밀린다. 자꾸 뒤로 미루며 살지 않기를 바란다. 담장에 난 문을 언제나 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아! 담장에 난 문 외에도 단편 2개(《눈먼 자들의 나라》, 《별》)가 더 실려있다. 모두 재밌으니 읽어보시길!
#담장에난문 #허버트조지웰스 #니켸북스 #소설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