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파놉티콘 - 기술 독재와 감시 권력에 저항하는 상상과 실천
홍성욱 지음 / 김영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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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 시선에서 정보로의 진화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설계한 원형 감옥 파놉티콘. 수감자는 교도관을 보지 못한 채 항상 보여지기만 하고, 교도관은 노출되지 않은 채 항상 모든 수감자를 감시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보이지 않는 시선의 권력은 수감자 스스로에게 규율권력을 내면화 시켰고, 이는 감시자가 누구인가와 상관없이 수감자 스스로 자신을 감시하게 만든다. 이 시스템은 이제 정보사회를 만나 새로운 감옥을 탄생시켰다.


📖 제러미 벤담, 《파놉티콘》(1791)
한마디로 말하자면 나는 빌딩으로 가려지거나 통솔될 정도의 공간이라면 [파놉티콘이] 어떤 종류의 기관에도 예외없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목적이 다르거나 혹은 정바대되는 것이라도 말이다.


벤담의 말처럼 파놉티콘은 통솔과 제어가 효율적으로 필요한 공간이라면 적용할 수 있고, 이는 산업혁명 이후 노동규율화의 필요성과 만나 퍼져나간다. 수감자를 감시하기 위한 매커니즘이 근면성실한 노동자로 옮겨간 것이다.


📖 111p
정보 파놉티콘에서는 개개인에 대한 정보 수집이 직접적 통제 및 규율과 하나로 합쳐지고, 정보는 제러미 벤담의 파놉티콘에서의 시선을 대신해 규율과 통제의 기제로 작동한다.


기존의 산업 구조에서 근면한 노동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던 파놉티콘은, 디지털 세계로 들어와 한 번 더 진화한다. '정보 파놉티콘'. 권력은 시선에서 정보로 옮겨 갔다. 이는 범사회적이고 일상적으로 감시가 가능하게 바뀌었고, 김시자는 '중앙'이 아니어도 독립적으로 분산(지하철, 직장, 은행, 관공서, 거리 등의 CCTV)된 사회가 되었다.


116p
감시는 가게 점원이 신용카드를 긇은 후 상품을 구입한 정보가 전선을 타고 데이터베이스로 넘어가는 순간에 이루어진다.


정보 파놉티콘, 그중에서도 소비자 데이터베이스를 '슈퍼 파놉티콘'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의 중요한 특성이 바로 "감시 당하는 사람이 감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자발성은 감시체계가 우리 개개인에게 더 깊숙하고 은밀하게 침투할 수 있도록 만든다.


"프라이버시는 죽었다."
2010년에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선언한 말이다. 그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국가나 기업이 더 은밀하고 깊숙하게 개인의 사생활에 침투했기 때문이 아니다. SNS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올리고 전시하기 때문이다.


119p
우리는 보는 것에 만족한 나머지 보여지는 것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사생활의 노출이 돈이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모든 것이 정보화 되어 데이터베이스로 축적되지만 우리는 직접적으로 알아차리지 못 한다. 어떤 사람들은 '프라이버시? 그게 그렇게 중요해?' 라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명확한 답을 내어줄 수 없지만, 나는 이 책의 마지막장(9장_빅데이터-인공지능 파놉티콘 시대의 새로운 프라이버시 권리선언문)에 나오는 부분을 보여주고 싶다.


289,p
6. 프라이버시는 자율성과 비판의 조건이다.
감시는 독립적 판단능력을 약화시킨다. 선택의 자유가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필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동의'할 수밖에 없다. 동의의 반복은 감시권력에 대한 비판적 감수성을 마비시킨다. 따라서 프라이버시는 정보 통제권을 넘어 자기 정체성 형성의 권리로 다시 개념화되어야 한다.


#인공지능파놉티콘 #홍성욱 #김영사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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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는 서점을 만들기 위해 2000일 동안 내가 한 일 - 117년 노포 서점의 유튜브 & 브랜딩 생존기
하야시 유타카 지음, 유서윤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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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 결국 "솔직함"이 통한다.



서점 업계가 큰 위기를 맞은 것은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같은가 보다. 직면한 시련을 타파하기 위해 한 서점이 새로운 생존 전략을 세웠다. 그 5년의 고군분투 과정이 책으로 나왔다.


사랑받는 서점을 만들기 위해 2000일 동안 내가 한 일은 117년 노포 서점 유린도의 생존기를 담았다. 'R.B. 붓코로'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서점의 공식 미디어를 많이 사람들이 시청하도록 어떤 일을 했는지 등에 대한 기록이다.


유린도의 전략의 핵심은 솔직함'이었다. 자사에서 파는 절임 상품을 먹고서는 "냉자고 바닥에 있던 단무지 같아."라고 한다거나 유린도의 새 점포 개업을 듣고 "오픈해도 괜찮겠어요? 이렇게 책이 안 팔리는 시대에."라고 한 사례가 나오는데 미사여구로 포장한 말보다 유머 한 스푼을 넣은 솔직 발언이 사람들에게 더 다가왔던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출판사 유튜브 채널 중 민음사TV가 생각났다. '우리 본격적으로 책 팔겠습니다!!!' 이런 내용이 아니라, '출판사도 똑같은 회사입니다.'에 '이 책 좀 재밌다니까요?!'가 한 스푼 들어간 영상들. 애착을 갖게 만드는 굿즈 들. 일본에 유린도가 있다면 한국에는 민음사가 있는 건가?!


저자는 지금의 성과를 90%의 모방과 10%의 전략이라고 한다. 90%는 선발 주자의 성공 사례 모방과 행운에 따른 은혜일 뿐이고, 계산된 전략은 10% 정도였다고. 이제는 잘 정제되고 꾸며진 전략보다 '하나의 개성'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동네 서점도 각자만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돌파해 오래오래 곁에 남아주길 바래 본다.



#사랑받는서점을만들기위해2000일동안내가한일 #아야시유타카 #브랜딩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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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벨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6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채단비 옮김 / 레모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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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대신 한 문장
📖 78p
"많이 슬프겠지만 그래도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알잖아요, 포기하는 법도 배워야죠."


평생을 '아름다움'에 쏟아부은 사람이 있다. 아니, '젊음'이 더 알맞겠다. 여성으로서 가장 만개했다고 볼 수 있는 나이, 20대. 영원히 20대 같아 보이길 갈망하며 타인에게 사랑 '받으려' 했다. 사람은 늙는 게 당연하지만 『제자벨』 속 글라디스에게는 재앙같은 일이었다.


73p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는 자신이 꽃처럼 만개했던 한순간, 어떤 여름, 찰나에 대한 아쉬움이 늘 남아 있다. (...) 글라디스는 도취되어 있었다.


글라디스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걸 이용하며 군림하는 것을 즐겼다. '매 순간 자신의 아름다움을 내면의 평화'로 느끼는, 아름다움이 곧 존재의 이유인 것처럼 굴었다.


📖 139p
글라디스에게는 젊음이 필요했다. 젊음이라는, 그림자 하나 드리우지 않는 절대적인 승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영원한 젊음은 없다. 글라디스 역시 인간이었고, 늙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그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용납할 수 없는 태도를 취했고, 딸의 나이를 낮추고 '여자'가 되는 순간까지 부인하면서 자신을 기만한다.


129p
"혼자 남는 건 너무 끔찍하잖아요."


글라디스는 왜 이토록 늙는 걸 두려워했을까? 아마도 그녀에게 '늙음'은 '홀로 남는 것'이었으리라. 결국, 자신이 철저히 버려지는 것과 같았기에, 평생을 사랑받기 위해서만 살아온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글라디스의 모습이 현대인과 많이 겹쳐 보인다. 현대사회에서도 '젊음'은 신화화 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노화'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기보다 질병처럼 생각하며 극복의 대상으로 여긴다. 모두가 젊고 건강하게 늙은 노인이 되려 한다.


293p
"(...) 당신에게서 아무것도 빼앗지 않았어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부여된 행복을 누리고 싶어해요. 내가 무슨 죄를 지었죠? 나는 자유로운 몸이에요. 내 인생은 ..."


50 - 60대의 연예인이 갑자기 젊어진 얼굴로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췄을 떄 어떤 사람들은 악플을 단다.(땡겼네 어쩌네 하면서..) 그리고 그 밑에는 시술 병원을 궁금해하는 댓글도 가득하다. 젊음을 향한 욕망은 시대와 관계없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딸의 젊음마저 질투했던 글라디스. 그녀는 진짜 악녀일까. 그저 포기를 배우지 못 한 안타까운 한 인간아닐까.



#제자벨 #이렌네미롭스키 #레모 #프랑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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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이유
이고은 지음 / 잔(도서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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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대신 한문장
이제 나는 두려움 대신 설렘으로, 다음 계절이 내게 건넬 새로운 이유를 기다려 본다.



시절을 잘 지나온 사람의 글을 좋아한다. 잘 지나왔음이 순탄하다는 뜻은 아니다. 시간을 음미했다고 해야할까. 시간이 흘러가게 둔 게 아니라, 내가 흘러가게 놓아둔 것처럼. 이 책의 저자도 그리 보였다. 잘 두었다가 꺼내보는 사람.


『계절의 이유』는 작가가 지나온 시간 속 계절의 모습이, 일상의 조각으로 담겨 있다. 글에서 많은 것들이 지나간다. 헤어짐이, 슬픔이, 기쁨이, 희망이 있다가 지나간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위로가 된다. 담담히 흘려 보낸 계절은 새로운 나를 데려온다는 걸 가르쳐줘서일까.


5월의 끝이고 이제는 더워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계절이 왔음을 느낀다. 지나버린 봄이 아쉽고, 다가오는 여름이 궁금해진다. 책을 읽는 동안 빅뱅의 봄,여름,가을,겨울(Still Life)라는 곡이 생각났는데, 아무래도 듣고 자야겠다.



#계절의 이유 #이고은 #잔출판사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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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의 인생 수업 - 세기의 지성이 건네는 24가지 지혜
성기철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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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지성이 건네는 24가지 지혜



💬 한줄평 대신 한 문단
이 책을 읽노라면 위대한 철학자와 편안한 마음으로 유쾌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나는 행복한 존재다." _______ <닫는 글>



작년에 동네책방 모임에서 러셀의 책을 처음 만났다. 『행복의 정복』을 읽었는데, 그가 관철하는 행복의 정의와, 이를 위해 우리가 가져야하는 태도에 관한 논리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이후에 그의 책을 접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읽고 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시도를 해보았다.


러셀의 인생수업은 러셀이 쓴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러셀의 수많은 저서의 내용을 사랑, 지식, 자녀(부모), 불행, 행복, 총 5가지 주제에 나눠 담고, 저자의 해석을 덧붙였다.


저자의 표현처럼 러셀은 '친절한 철학자'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는 난해하지 않다. 어려운 논리나 딱딱한 철학 용어를 사용하기 보다는, 일상에서 접하는 사례나 표현을 가져가 쓰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진솔하다. 이는 읽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고, 더 탐구하도록 만든다. 이런 매력은 이 책이 러셀이 직접 쓰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느껴진다.


이 책을 다 읽은 뒤 두 가지 조언이 마음에 남았다.

1. 쾌락으로 역사를 읽어라 : 역사 공부
2. 자신을 향한 지나친 몰입이 불행의 원인이 된다. : 세상으로 나아가기

특히 러셀이 제안한 역사를 재밌게 읽는 방법은 '역사적 인물의 전기나 회고록 섭렵하기'인데, 모임 하나 더 차려야 하나...라는 고민이 든다.


#러셀의인생수업 #성기철 #을유문화사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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