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다시 쓰는 세계사 - 한 권으로 1만 년 역사를 완전 정복하는
로빈의 역사 기록 지음, 강응천 감수 / 흐름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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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셨습니다.


한줄평 : 현재의 질문에 대한 과거로부터 온 대답을 찾아서


여러모로 모지리인 내가 특히 더 약한 부분이 있다면, 그건 지리와 세계사이다. 특히 역사는 파편적인 사건들의 나열로만 기억하고 있는 편이다. 아마도 암기식 교육의 결과물이겠지. 나만 이런 건 아닐 거다. (그렇다고 믿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이 나온 거 아닐까.


세계사를 암기 과목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야기로, 현재와 연결된 질문으로 바꿔보고 싶었어요. 누가 옳고 그른지를 단정 짓기보다는, 당시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들이 처한 선택의 기로에 함께 서보는 것. 그게 진짜 역사 공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___4p '들어가며'


<로빈의 다시쓰는 세계사>는 45만명의 역사 멘토 '로빈의 역사 기록'이 1만년의 역사를 한 권에 총정리한 역사 집약본이다. 책에는 인류가 출현한, 지금으로부터 약 390만년 전부터 오늘날 형국을 갖추게된 1990년대까지의, 아주 긴 시간이 흐른다. 저자는 역사를 시간순으로 따라가기도 하지만, 유럽, 중국, 서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본, 인도, 동남아시아 등으로 지역을 다시 나눠 면밀히 살펴본다. 각각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저자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어떻게'와 '왜'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물음들. 이야기의 시작을 열었던 질문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사건과 사건을 잇고, 독자들이 그 위를 따라 걸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인지 배운다기보다는 그냥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1만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일이 지치거나 고되지 않았다.


아직 3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많은 일이 벌어졌다. 이해되기도, 되지도 않는 일들이 가득하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단절된 현재의 사건이 아니라 '과거에서부터 시작된 흐름'임을 볼 수 있도록,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해의 눈'이 되길 바라며 권해본다.



#로빈의다시쓰는세계사 #로빈의역사기록 #흐름출판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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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꿈 몸 어떤시집 1
김선오 지음 / 북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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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셨습니다.

📖 꿈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했다. ___7p
📖 깊고 아름다운 숨을 쉬세요.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하세요. ___13p


내 태몽은 무엇이었지. 아마도 과일 나무였던 거 같은데... 그리 귀담아 듣지 않았기에 기억이 흐릿하다. 나는 태몽을 일종의 가스라이팅처럼 느꼈다. 너의 태초는 이러했으니 이정도의 일은 해내야 해, 라는 식의 불쾌한 예언과 강요 그 어디쯤이었다.


📖 논바이너리 젠더퀴어로서 나에게 태몽이 없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개인 서사의 빈터를 시로 다시 써볼 수 있을까. 나를 환영해줄 장소가 전통적 가족 공동체의 내부는 아닐 것이다. ___158p 작가노트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태몽이 없다는 사실이 고유한 서사의 빈터가 될 수 있다니. 시집을 읽는 동안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알고 싶었기에, '자신'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을 시와 글로 메꾼 사람의 흔적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 시집은 호흡이 아주 느리다. 시편과 시편 사이에 산문을 실었다. 뿐만 아니라 1953년에 쓰인 아시아 첫 트랜스젠더에 대한 대만 신문 기사, 태몽에 대한 정의와 관련된 논문 발췌문, 구전된 트랜스젠터 민담, 상상 대몽담 등이 시와 시를 잇는다.


누군가에겐 오래도록 사유해 온 주제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겐 낯선 세계일 수도 있다. 시집에 실린 여러 종류의 텍스트들은 어디에 속한 독자든지 간에 더 깊이 사유할 수 있도록 틈을 내어준다. 아마도 오래도록 탐구해 온 시인의 속도를 그대로 담은 거 아닐까.


'나'의 삶이라는 환상 자체가 모종의 태몽이었음을, 이 책을 작업하며 내가 알게 되었듯이 (...) ___161p


그러니 천천히 따라가보시길, 무언가에 닿길 바라며
추천한다. 치열하게. 이 시집을 쓴 한 시인처럼.



<환영의 맛>
(...) 공포영화였을까 그러나
호랑이의 공포와 나의 공포가 달랐기에 그것을 뭐라고 불
러야 할지 몰랐다. 무성 영화였을까 그러나 호랑이의 음성
과 나의 음성이 달랐기에 그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
랐다. 호랑이의 공포에 대해 호랑이의 음성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

우리 중 누가 누구를 잡아 먹을 것인가? 누가 누구의
피와 살이 될 것인가? (...)



#말꿈몸 #김선오 #시집 #북다 #일파만파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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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단어 - 늘 따라오는 것, 쫓아오는 것, 나를 숨게 하지 않는 것, 무자비한 것, 그러나 모두에게 공평한 것
김화진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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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 사전을 뒤져도 끝내 석연치 않은 마음이 남는 단어들이 있다. 분명 아는 단어임에도 사전적 정의와 내 삶의 거리 사이에서 길을 잃는 탓이다. 단어와 의미는 단단히 고정된 듯 보이지만, 그 위에 한 사람의 생애가 덧대지는 순간 의미는 비로소 흐르기 시작한다.
___ editor's note


시인과 소설가 그리고 번역가까지, 총 10명의 작가들이 품어온 자신만의 단어들을 꺼내 놓았다. 에세이였지만, 에세이만은 아닌 거같던 글들. 어떤 단어는 아팠고, 어느 단어는 나도 품고 싶었다. 작가들의 단어는 다시 나에게 다른 말이 되어 들어왔다.


하루에도 무수한 단어들이 삶을 써내려 간다. 어떤 단어는 흘러가고, 지나가고, 통과하다가 덜컥덜컥 걸려드는 것들이 있다. 여러 번의 여과 끝에 다층을 이루는 말들. 그것들은 다시 삶을 축조하고 재구성한다. 나의 단어집에는 어떤 것들이 걸려있을까... 어느 소설가의 말처럼 내 삶의 부피처럼 나의 단어집이 너무 얇지는 않을지, 문득 걱정이 든다.


#나만아는단어 #흄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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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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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셨습니다.


한줗평 : 누구에게나 있던 시절. 생각나는 그녀들...

<나의 눈부신 친구>는 편히 말해 우정 이야기다. 근데 성장이라기엔 건강함이 두 스푼 빠진 거같고, 멋있다기엔 아쉬움이 한 스푼 더 들어갔다고나 할까. 그래서 좋았다. '우정'이라는 두 음절로 릴라와 레누의 관계를 정리하기에 그들의 감정과 시간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아마도 이것이 질투나 증오 같은 감정에 대한 나의 반응이자 나름의 대응방식이었던 것 같다. 아니면 내가 릴라에게 느낀 종속감과 그 미묘한 매력을 이런 식으로 포장하려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릴라가 나보다 훨씬 뛰어난 아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녀가 제멋대로 구는 것도 함께 받아들이도록 나 자신을 훈련시켰다는 점이다. ___53p


우정을 주제로 한 컨텐츠를 볼 때마다 나는 자꾸 과거로 돌아간다. <나의 눈부신 친구>를 읽을 때에도 그랬다. 내가 자꾸 뒤를 돌아보는 이유는 그리움 때문일까, 후회 때문일까. 책을 읽는 동안, 지난 시절 속 나의 릴라들이 생각났다. 나폴리 4부작 중 1권에 해당하는 <나의 눈부신 친구>는, 유년기와 사춘기 시절을 담고 있어서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국적과 시대가 다른데, 이런 몰입이 가능하다니... 이 책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다.


레누와 릴라가 함께한 60년의 세월 중, 몇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앞으로 3권의 책이 더 남아있는데, 어떤 힘으로 나를 계속 이끌지 기대된다.



나는 나를 자주 미워하고, 너를 귀히 여긴다.
나는 나를 쉬이 내려다보고, 너를 어렵게 우러러본다.
선망과 열등감은 어떻게 다른가.
오늘도 이 고민에 답을 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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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 ANGST
김인숙 지음 / 북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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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일파만파 독서모임에 지원해 주셨습니다.

부끄러운 얘기를 하나 해보자면,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덮을 때까지 호러소설인 줄 몰랐다. 표지 뒷면의 소개글에 '여성 고딕 서사의 경이로운 계보'라고 적힌 것과, <앙스트> 시리즈 소개문을 읽고 나서야 공포소설임을 알았다. 고딕 소설자체를 거의 읽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소감을 적는 지금까지도 왜 공포 소설인지 모르겠다...


📖 노인의 몸은 현관 바깥으로 아주 조금만 나와 있었다. 두 팔을 길게 뻗은 채. ___52p


산1번지, 아주 큰 이층집. 한때 부잣집이었으나 이제는 '쓰레기집'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쓰레기 호더 노인(최무자)의 죽음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홀로 살다 죽은 줄 았았던 최무자 옆에는 죽어가던 정체 모를 누군가가 함께 있었고, 이를 조사하기 위해 쓰레기 집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간다.


소설에서 '쓰레기'의 의미는 다양하다. 단순히 고물과 폐지일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놓지 못해 그러안고 사는 것들을, 어떤 이의 수치이자 원한을, 또다른 이의 처지와 같다. 그리고 쓰레기들은 쓰레기집으로 들어와 나가지 못 한다. 이는 어쩌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끈질긴 대물림같기도 하다.


자작나무 숲에서 소리와 냄새가 낮게 깔려 은은히 맴돌듯, 모씨 일가의 비밀을 파헤치는 속도감도 비슷하다. 아마 단편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장편으로 바뀌면서 그런 것같은데, 단편을 다시 찾아봐야겠다. 더불어 사놓고 아직 시작하지 못한ㅋㅋㅋㅋㅋㅋ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을, 김인숙 작가의 <스페이스 섹스올로지>부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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