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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팅 - 유령화 시대의 사랑
도미닉 페트먼 지음, 최리외 옮김 / 동녘 / 2026년 6월
평점 :
#도서제공
💬 한줄평 : '읽씹'... 그 쓸쓸하고도 문제적인 행위에 대하여
한 때 유행했던 밸런스 게임 중에, 읽씹 VS 안읽씹 중 무엇이 더 기분 나쁜가에 대해 토론하던 영상들을 본 적이 있다. 자매품으로 잠수 이별 VS 문자 이별, 어느 쪽이 더 최악의 이별인가도 있었다. 치열한 설왕설래가 이어지며 열변을 토하는 영상들을 그저 깔깔거리며 봤는데... 이런 행위가 '고스팅(Ghosting)' 이라니... 적잖게 당황하며 책을 펼쳤다.
고스팅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모르는 척하는 행동, 특히 SNS나 문자 메시지 등에서 갑작스럽게 응답을 중단하는 행동. 모든 의사소통을 중단함으로써 관계나 열결을 끝내는 행위.
책은 자신이 겪은 일화로 시작된다. 어느 날 가족들로부터 홀연히 사라진 삼촌. 저자는 고스팅을 일종의 '상징적 자살'이라 칭한다. 실제로 죽는 번거로움은 피할 수 있지만, 남겨진 이들에겐 실제와 같은 고통, 죄책감, 해소되지 않는 감정들을 떠안기는 행위이니까.
이처럼 타인과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행위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고스팅은 기술의 발전으로 현대사회에서 폭발적으로 행해진다. 나도 당하고 너도 당하고, 서로에게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되었을까?
들어가며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의 과인은 '타인의 연락을 무시한다'라는 이례적인 선택지를 끌어들였다. (...) 우리가 문자 메시지를 고안해낸 순간, 동시에 문자메시지를 보지 않는 행위도 만들어진 것이다.
기술 발달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시대이다. 당장 카톡이나 SNS만 접속 해봐도, 알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 흘러 들어온다. 물리적으로 멀어져 소원해진 관계이지만, 서로의 게시물에 하트를 누르면 여전히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여기며 지낸다. 준-사회적 연결이 넘쳐난다. 과잉 연결의 시대를 살고 있다. 선택지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는 '선택 안 함'을 끝내 고르는 것이다.
고스팅은 우리 삶에서 끊이없이 일어나는데, 저자는 사랑(연인), 가족, 친구, 사회로 나누어 고스팅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설명한다. 나는 특히 2장 우정 고스팅이 흥미로웠다. 평소에도 '우정'이란 뭘까, 과거와는 달라진 이미지, 사람들이 가지는 우정에 대한 환상 등에 대해 생각해보는데, 2장에서 비슷한 생각이 나와 줄을 박박 그어가며 읽었다.
125p
너무도 많은 사회적, 준-사회적 연결이 뒤엉킨 이 시대에 진정한 친구가 너무 적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은 역설적인 괴로움을 안긴다. (...) 실로 사회적 유대가 점점 더 느슨해지는 이 시대에 우정이란 무엇인지, 그 관계가 무엇을 수반하는지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하고 있다. (..) 이제는 결테 있는 행위가 원치 않는 '감정 노동'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151p
이제는 개인의 이해관계와 사적 관심을 넘어 서로를 위해 '나타나야'
한다는 과거의 공동체적 압력과 기대가 멸종 위기에 처할 정도로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183
우리가 서로를 더 많이 고스팅할수록 기술 관료 엘리트들은 우리의 클릭 하나하나를 더욱 예의주시한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이다. 빅테크 기업은 우리 개개인이 남긴 디지털 흔적에 집착한다.
195p_ 옮긴이의 말
과도하게 빠른 속도로 스와이프와 스크롤과 클릭과 로그아웃과 차단이 이루어지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아직은, 목과 몸으로 만날 수 있다. (...) 그 울퉁불퉁한 고유의 맥락들을 부디 우리가 더욱 귀하게 대할 수 있기를.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이 고스팅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할 공간을 여는 데에 있다고 밝힌다. 저자는 고스팅을 연락 회피에서 관계 단절, 나아가 관심 경제의 가속화와 관계 과잉 사회를 부추기는 시스템으로 연결시켜 문제 제기한다. 이제는 이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볼 차례다.
바라보세요.
대화하세요.
존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