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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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 '현명한 분별에 대한 욕구의 승리'로 인해 맞이한 부질없는 비극

아주 예전 히말라야에 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탔다는 표현을 넘어 바싹 그을려 검붉게 아파보이는 얼굴, 그 위에 난 털들에 듬성듬성 낀 성에, 팔을 못 벌릴 거 같은 두꺼운 옷, 그리고 화면 너머로도 전해지는 힘겨운 발걸음. 이런 몰골의 사람들이 밧줄을 잡고 올라가던 장면을 기억한다. 그런 곳을 가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나에게 그들은 그저 자연에 (감히) 도전하는, 정복욕에 사로잡힌 인간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희박한 공기 속으로』가 출간 되었을 때 읽고 싶었다. 알고 싶었다. 그곳을 갔던 사람들의 삶은 어떠한지, 일어난 사건들은 무엇이었는지. 머리맣에서 저자가 말한 '현명한 분별에 대한 욕구의 승리'. 그들을 히말라야,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에 올라 비극을 맞게한 그 감정의 실체가 궁금했다.

이 책은 논픽션으로 1996년 에베레스트 등정 중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의 전말을 다룬다. 저자는 산악잡지 『아웃사이드』의 기자로서 에베레스트 등반을 취재하기 위해 등반팀에 합류하였다가 참사를 겪게 되었는데, 저널리스트이자 생존자인 저자는 본인의 체험 및 기억과 다른 생존자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하였다. 총 22장으로, 1장에서 정상에 도착한 날의 상황이 잠시 펼쳐졌다가 2장부터는 과거로 돌아가 시간순으로전개된다. 1장을 읽을 때에는 무서운 내용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조마조마 하더니, 2장에서 에베레스트 등반이 상업화 되는 과정이나 이유가 나올때는 등산 무지랭이인 내가 읽어도 흥미롭고 재미난 내용이 가득했다. (아니, 남이 산타는 이유가 이렇게 흥미돋을 일이야?!!!) 3장에서 저자가 등반팀에 합류한 배경이 나오면서 에베레스트 등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게 등반 루트 중 어느 한 곳도 수월하지 않았다. 베이스 캠프까지 가는 여정도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고 적응 훈련을 위해 여러 캠프를 오가야 하는 줄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다. 이 당시 저자가 속한 등반팀 외에도 다른 팀들도 함께 있었는데... 정말 사람들이 계속 아프거나 다치고 심지어 죽기도 했다. 그럼에도 진짜 ㅋㅋㅋㅋㅋ 대단하다 느겼던 게 사람들이 계속 나아간다는 거. 심지어 죽을 거라는 생각도 잘 안 한다. 하아... 에베레스트🏔... 너 대체 뭐야... 도대체 뭔데... 🤦‍♀️🤦‍♀️🤦‍♀️🤦‍♀️🤦‍♀️

내가 알고 싶었던 에베레스트로 향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제각기 다양했다. 사회적 인정 욕구, 정복욕, 오래된 꿈, 도전 정신 이외에도 모두 달랐다. 이 책은 1996년 5월에 일어난 사건을 썼지만, 이 안에는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읽는 내내 자연에게 압도당하는 느낌을 글로 고스란히 전달받았다. 나는 압박감과 장엄함, 공포를 중간중간 계속 느낀데 반해 책 속 인물들은 여유롭고 평범해서 이들에 대한 감정이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에베레스트로 향하는 사람들의 도전이 경이롭다가도 죽어가는 이들을 보며 부질없음을 느끼며 재밌게 읽었다. 이 겨울, 마지막 추위가 끝나기 전 에베레스트의 폭풍과 함께 해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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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벌쓰데이 한국추리문학선 19
양시명 지음 / 책과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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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한줄평 : 살기 위해 도망쳤지만 자신을 잃어버린 숨바꼭질


박장살 덕에 읽은 또 하나의 미스터리 소설. 몰입해서 금방 읽어버렸다.

"피로 물든 슬프고 잔혹한 생일 파티,
‘목숨’을 선물 받은 소년의 삶은 축복인가 재앙인가?"

15번째 생일. 평범한 중학생인 선재가 돌아온 집에는 더이상 가족도, 케이크도, 생일선물도 없었다. 그를 맞이한 건 가면을 쓴 살인마. 그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도망자의 삶은 시작되었다. 부모를 살해한 패륜아라는 꼬리표를 붙인 채. 그리고 또 한 명, 교통사고 후 기억을 잃은 나한.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 민간 탐정 기훈에게 본인의 뒷조사를 맡기게 되는데... 나한을 추적하면서 얽힌 사건과 진실이 펼쳐진다.

읽는 내내 주인공이 안쓰러웠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건을 따라가는데, 초반에는 그래서 진짜 얘가 죽인거야??? 하면서 궁금해 하다가 나중에는 범인 찾기는 뒷전이고 주인공의 행복 찾기를 더 빌었다. 15살, 살기 위해 도망쳐 사회 밖으로 벗어나게 된 무적자. 너무나도 외로운 삶이었다. 주인공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려 하면 그조차 우습게 여겨 박살내버리는 건가 싶을 정도로. 그럼에도 그를 믿어주고, 도와주며, 지지해 주는 주변 사람들 덕에 지지부진하게 끝나지 않은 이야기였다. 등장인물 한 명, 대사 한 줄, 사건 하나까지도 허투로 쓰이지 않아 한번 펼치면 쉽게 덮지 못하고 쭈-욱 읽게 만드는 책. 가볍지만 몰입감 있는 장르소설(미스터리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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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해피엔딩
조현선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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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주인공 주변 사람들의 따뜻함과 곰이의 귀여움에 마음이 편안한? 스릴러 ㅋㅋㅋㅋ

두 번째'는' 해피엔딩 이라니? 아마도 첫 번째는 새드엔딩이었겠군 하며 신청했던 서평단 도서. 스릴러라서 냉큼 신청했는데 이불 속에서 까먹는 귤처럼 편안하고 포근해서 힐링 제대로 했다.

<두 번째는 해피엔딩>은 두 달 전 화재사건으로 가족이었던 삼촌과 동생을 잃고 외딴 도시로 이사온 소미의 이야기다. 소미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는데 그건 말하는 곰인형 키링 "곰이"(사실은 쿼카였지만 ㅋㅋㅋㅋㅋ). 어느날 곰이에게 얼룩이 생겨 동네의 한 중고 장난감가게에 가면서 여러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소설 속 이야기는 소미뿐 아니라 소미 주변 사람들과 말할 수 있는 물건들이 각각의 에피소드 주인공이 되어 전개된다. 읽으면서 방화범이 소미인지 아닌지는 나에게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미스터리 한 스푼에 힐링 99스푼 들어간 느낌이랄까?!) 각각의 물건에 얽힌 사연과 주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물건들의 마음이 좋아서 저절로 힐링되었을뿐이다. 최근 도파민에 절여져서 잔잔하게 소설로 힐링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기 좋은 책이었다. 과거를 끊어내고 나아간 소미에게 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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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 (문고본)
과달루페 네텔 지음, 최이슬기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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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출산과 육아, 그리고 모성은 사회적 가스라이팅인가, 자의적인 것인가. 그리고 이 선택에 대한 어떠한 결과도 다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만든 책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사랑은 가장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찾아온다."

작년부터 유튜브와 인스타에서 꾸준히 언급되었던 책. 일파만파 덕에 드디어 읽게 되었다. 모성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사전 정보만을 가지고 시작한 터라 책을 시작하기 전에 약간 불안과 공포를 가지고 있었는데... 왜 걱정했는지가 어이없을 정도로 좋은 책이었다. 여성을 위한 책이었다.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에는 세 여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자유로운 비혼 여성 라우라, 뒤늦게 출산을 선택한 알리나, 아이를 홀로 키우며 고군부투하는 도리스.'(책 소개 참고) '수년 동안 출산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친구들을 설득하려 애썼'던 라우라는 옆집으로 이사온 도리스의 아들 니콜라스와 시간을 보내며 모성을 느끼고 고민하기도 한다. 알리나는 뒤늦게 임신에 성공했지만 아이(이네스)가 뇌가 자라지 않아 태어남과 동시에 죽을 거라는 진단을 받는다. 이네스는 태어났고 죽지 않았다. 싱글맘 도리스는 홀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이사왔지만 집밖을 두려워하고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이에 아들 니콜라스는 매일 분노를 터뜨리며 둘은 서로에게 소리치는 생활을 한다. 이처럼 세 주인공은 각자 다른 사건을 경험하지만 직,간접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고 때로는 의지하며 문제를 직면한다.

"(...)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모성은 항상 유연한 것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서야"___264p

여성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랑, 비혼, 결혼, 출산, 육아, 모성 등에 관한 한 번이라도 고민해보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모든 것들을 내 삶에서 완벽하게 배제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었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놀랐고, 슬퍼했고, 우울해지기도 했다가 다시 기운이 나기도 했다. 어쩌면 모성은 사회적 학습임과 동시에 전혀 뜻밖의 경험으로도 올 수 있음에 위로 받았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모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나온다. 이미 엄마가 된 지 오래된 여성은 '모성은 사회적 명령이야'라고 말한다. 비혼을 선택한 여성은 자신의 베란다에 둥지를 지은 비둘기의 출산, 육아 과정을 보며, 옆집 소년을 대신 돌보며 모성에 대해 이해한다. 장애아가 태어나면서 기존에 예상했던 삶으로부터 완전히 달라진 여성은 힘들어 하지만 이내 '이네스가 중요한 걸 가르쳐주려고 이 세상에 왔대'라며 존재를 받아들이며 나아간다. 모두 다른 궤적으로 나아가지만 이는 모성에 대한 정답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모든 여성이라면 응당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 가끔 자식들은 우리의 계획과는 다르게 찾아오니까요."___278p

한 생명체를 태어나게 하고 책임진다는 일은 무엇일까? 이미 끝을 예견한 일이 더 이어진다면? 그것이 최악의 상황을 가져온다면? 나는 그것을 끌어안은 채로 현실에 충실할 수 있을까? 모성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아이가 어떠한 상태라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라며 읽는 내내 나 자신에게 물었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이렇다 할 답은 내리지 못했다. 내가 출산을 하게 된다면 '우리가 상상하고 바랐던 대로가 아닌 자실들을 그냥, 갖게' 될 것이고, '그 애들과 부대낄 운명이라는'(277p) 것만 명확해졌을 뿐. 아마 이 물음들은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을까.

멕시코가 배경인 소설이라 읽기도 전에 장벽을 느낄 독자들이 있을 거 같은데, 경험자로서 말하자면 이 책은 전혀 생소하지도 이질적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건과 감정들이 잘 녹아 있다. 더 많은 여성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모든 여성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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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오늘의 젊은 작가 40
정대건 지음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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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상처의 소용돌이에 휩싸이지 않으려면 결국 문제의 심연을 마주해야만 한다. 

 

<급류>는 가상의 지방도시 ‘진평’을 배경으로, 열일곱 살 동갑내기인 ‘도담’과 ‘해솔’의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물에 빠진 해솔을 도담이 우연히 발견하며 둘의 인연이 시작된다. 둘은 점차 사랑에 빠지던 중 도담의 아빠와 해솔의 엄마가 불륜인 듯한 사실을 알게 되고, 도담은 이를 확인하려 한다. 그 둘이 만나기로한 어느 밤 도담과 해솔은 현장을 덮치려 했으나 사고가 벌어지고 도담과 해솔의 삶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너 소용돌이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 줄 알아? 

수면에서 나오려 하지 말고 숨 참고 밑바닥까지 잠수해서 빠져나와야 돼."

  

가끔씩 방문하는 독립서점에서 독서모임 책으로 급류를 선정했다. 아마도 요즘 역주행으로 많은 사람들에 입에 오르내리는 책이어서 그렇지 않았을까.(추후에 서점지기님께 듣기로 실제로 단골 손님의 추천이 있었다는... ㅋㅋㅋ) 나는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읽었는데(개인적으로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애정하기에), 따로 기록을 해두지 않아서 재밌었다는 감상 외에 다른 것은 떠오르지 않는 책이었다. 그래서 결국 다시 읽었다. ㅋㅋㅋㅋ

 

많은 사람들이 연애 소설이라 칭하지만 나에게 이 책은 성장소설이었다. 과거(상처)로부터 자유로월 질 수 있는 건 과거를 제대로 바라볼 때 가능하고 나 자신만이 그 수렁에서 나를 꺼내줄 수 있음을, 이 책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시간은 감정의 크기를 작아지게 하고 옅게 만들어 주지만 그것으로 해결되진 않는다. 결국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을 꺼내어 잘 풀어내는 것, 나를 위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책에서 나오는 다양한 유형의 사랑들도 재밌었다. 결핍과 여러 감정들이 엉겨붙어 끈적한 덩어리의 사랑을 하는 도담과 해솔의 이야기 말고도 창석과 미영, 정미, 태준, 승주, 선화 등 여러 등장인물과 나누는 사랑의 정의와 형태는 여러 고민 거리를 던져주었다. 

 

사랑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이토록 다양한 모습으로 사랑할 수 있음을 저자는 보여준다. 나를 포함한 모임원들이 이 책을 완독하는데 평균 3시간 정도가 걸렸다. 책 제목처럼 급류에 휩쓸리듯이 읽게 된다는 뜻 아닐까.

여름의 청량함과 겨울의 시림을 오고가는 사랑이야기를 권해본다. 

  

TMI.

독서모임에서 나눴던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가상 개스팅이었는데 해솔이는 홍경이 하는 걸로 결론이 났다. 물론 우리들의 의견이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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