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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 (문고본)
과달루페 네텔 지음, 최이슬기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8월
평점 :
📍한줄평 : 출산과 육아, 그리고 모성은 사회적 가스라이팅인가, 자의적인 것인가. 그리고 이 선택에 대한 어떠한 결과도 다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만든 책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사랑은 가장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찾아온다."
작년부터 유튜브와 인스타에서 꾸준히 언급되었던 책. 일파만파 덕에 드디어 읽게 되었다. 모성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사전 정보만을 가지고 시작한 터라 책을 시작하기 전에 약간 불안과 공포를 가지고 있었는데... 왜 걱정했는지가 어이없을 정도로 좋은 책이었다. 여성을 위한 책이었다.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에는 세 여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자유로운 비혼 여성 라우라, 뒤늦게 출산을 선택한 알리나, 아이를 홀로 키우며 고군부투하는 도리스.'(책 소개 참고) '수년 동안 출산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친구들을 설득하려 애썼'던 라우라는 옆집으로 이사온 도리스의 아들 니콜라스와 시간을 보내며 모성을 느끼고 고민하기도 한다. 알리나는 뒤늦게 임신에 성공했지만 아이(이네스)가 뇌가 자라지 않아 태어남과 동시에 죽을 거라는 진단을 받는다. 이네스는 태어났고 죽지 않았다. 싱글맘 도리스는 홀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이사왔지만 집밖을 두려워하고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이에 아들 니콜라스는 매일 분노를 터뜨리며 둘은 서로에게 소리치는 생활을 한다. 이처럼 세 주인공은 각자 다른 사건을 경험하지만 직,간접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고 때로는 의지하며 문제를 직면한다.
"(...)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모성은 항상 유연한 것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서야"___264p
여성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랑, 비혼, 결혼, 출산, 육아, 모성 등에 관한 한 번이라도 고민해보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모든 것들을 내 삶에서 완벽하게 배제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었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놀랐고, 슬퍼했고, 우울해지기도 했다가 다시 기운이 나기도 했다. 어쩌면 모성은 사회적 학습임과 동시에 전혀 뜻밖의 경험으로도 올 수 있음에 위로 받았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모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나온다. 이미 엄마가 된 지 오래된 여성은 '모성은 사회적 명령이야'라고 말한다. 비혼을 선택한 여성은 자신의 베란다에 둥지를 지은 비둘기의 출산, 육아 과정을 보며, 옆집 소년을 대신 돌보며 모성에 대해 이해한다. 장애아가 태어나면서 기존에 예상했던 삶으로부터 완전히 달라진 여성은 힘들어 하지만 이내 '이네스가 중요한 걸 가르쳐주려고 이 세상에 왔대'라며 존재를 받아들이며 나아간다. 모두 다른 궤적으로 나아가지만 이는 모성에 대한 정답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모든 여성이라면 응당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 가끔 자식들은 우리의 계획과는 다르게 찾아오니까요."___278p
한 생명체를 태어나게 하고 책임진다는 일은 무엇일까? 이미 끝을 예견한 일이 더 이어진다면? 그것이 최악의 상황을 가져온다면? 나는 그것을 끌어안은 채로 현실에 충실할 수 있을까? 모성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아이가 어떠한 상태라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라며 읽는 내내 나 자신에게 물었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이렇다 할 답은 내리지 못했다. 내가 출산을 하게 된다면 '우리가 상상하고 바랐던 대로가 아닌 자실들을 그냥, 갖게' 될 것이고, '그 애들과 부대낄 운명이라는'(277p) 것만 명확해졌을 뿐. 아마 이 물음들은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을까.
멕시코가 배경인 소설이라 읽기도 전에 장벽을 느낄 독자들이 있을 거 같은데, 경험자로서 말하자면 이 책은 전혀 생소하지도 이질적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건과 감정들이 잘 녹아 있다. 더 많은 여성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모든 여성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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