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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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도서(가제본)는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셨습니다.

💬 한줄평 : 기록으로 작가의 의무를 다하였고, 읽음으로 독자의 의무를 다해야 할 책


📖 오후 열시 삼십사분
계엄. ___9p

📖 그와 내가 같은 날(刀)에 베였다.
우리뿐일까 ___45p


제목만 들어도 몸이 먼저 반응하는 책들이 있다. 인간의 폭력 속 한복판으로 나를 데려다 놓는 느낌, 그 뒤에 따르는 원인 없는 통증들. 그런 책이 한 권 더 늘었다.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일단 나는 울었다. 읽는 동안, 아주 많이.


#일기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일기다. 계엄 당일인 2024.12.3. 부터 2025.5.1. 까지 쓴 작가의 일기를 엮었다. 오로지 계엄에 관한 것만 담겨 있지 않다. 우리의 일상에 계엄이 있었을 뿐이었다.


📖 (...) 구호는 이제 "윤설역을, 체포하라"가 되었다. 평생 그정도의 진심을 담아 누군가의 이름을 외친 적이 없다. ___50p

📖 혼란이 어느 정도 가시고 나니 이 말만 입속에 줄곤 서 있다. 감히. ___39p


#아주개인적인기록 #공동의기억
지난 6개월 동안 느꼈던 고통과 슬픔, 무력감, 좌절감, 열패감 등 어지러이 내 몸을 떠돌아다니던 여러 감정과 생각들을 모두 꺼내어 잘 정돈하면 이런 모양일까, 하고 생각했다. 완전한 타인의 일기에서 무엇보다 내 것같은 생각과 감정을 느껴서인지, 끝까지 읽고 난 뒤엔 상쾌함마저 들었다. 개인의 내밀한 기록이 공동의 기억이 될 수 있는 경험. 우린 같은 날(刀)에 베인 게 맞았다.


📖 내 마음의 불편이 맥락 있는 불편이며 모두의 고민이어야 한다고 말 꺼낸 사람들이 있어 이뤄낸 변화. ___35p

📖 우리가 서로를 목격하고 있으니 각자의 방식으로 다정해져야 해. 나의 목격과 나를 목격하는 다른 목격자를 위해서라도. 가급적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이번 한번뿐이니까 올 앳 원스. ___132p


책의 마지막인 5월 1일. 그 뒤로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았다. 날마다 새 정부와 이전 정부에 대한 뉴스가 교차로 나온다. 이렇게 바로잡아 가는 거겠지, 이러면서 나아가는 거겠지, 하며 매일 뉴스를 본다.
시간이 흘러 어느날 우리 중 누군가는, 어쩌면 나 역시 이 사건을 깜빡 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가의 기록이 이렇게 책이 되어 남았고, 우린 언제고 읽을 수 있다. 다시 기억해낼 수 있다. 잊지 않을 수 있다.



#작은일기 #황정은 #창비 #에세이 #신간도서
#서평단 #가제본 #도서협찬 #광고
#완독 #독서기록 #2025 #7월독서 #책리뷰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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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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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셨습니다.


💬 한줄평 : 내 동년배들이 기욤 뮈소 책을 읽고 큰 데엔 다 이유가 있다.

#기욤뮈소
시대나 사회, 혹은 나라를 대표하는 이름이 있다. 2000년대 프랑스 대표 작가. 교보문고 해외소설 매대 하나를 그의 저서들로 꽉 채웠던 사람. 그의 책을 읽어 본 적 없지만 이름은 강렬하게 남아있는 사람. 내 기억 속 기욤 뮈소의 이미지였다. 그리고 새로운 옷을 입고 나온 기욤 뮈소의 책과 드디어 만났다.


#25년전사라진소녀 #스릴러 #범인찾기
1992년 겨울, 모든 남학생들이 갈망했던 빙카가 사라진다. 그로부터 25년 후 2017년 5월, 생텍쥐페리고의 개교 50주년 기념행사에 초대받아 학교로 오게 된 주인공 토마는 빙카의 실종 사건을 쫓는다. 빙카는 사라진 것일까, 사라지게 된 것일까.


#사랑의모양
📖 "(...) 다 너 때문이야. 넌 나를 파괴하게 만들었어." ___287p

📖 "우리 사랑은 비밀이기 때문에 더욱 간절할 수 있고 서로에 대한 신비감을 유지할 수 있어요." ___391p

사랑을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건 사랑의 모양이 다양하기 때문 아닐까.『아가씨와 밤』속 인물들도 제각기 다르게 사랑한다. 어떤 사랑은 세상의 이해를 넘어선다. 누군가를 죽이는 동력이 되기도 하고, 평생의 비밀을 지키기도 하며, 누군가를 희생시키기도 한다. 이 모든 게 사랑일까 싶다가도 사랑이 아니면 뭐겠나.


📖 이 소설의 결말을 예측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실패로 귀결된다. ___ 책 소개

주인공을 따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감춰진 진실을, 그 속에 몸을 숨긴 범인을 찾다보면 더위도 잠시 잊을 수 있다. 독서가 제철인 여름, 사랑 좀 치는 사랑꾼들의 파국 스릴러와 함께 해보길.



#아가씨와밤 #기욤뮈소 #밝은세상 #해외소설 #프랑스문학 #장편소설 #신간도서
#서평단 #블라인드북이벤트 #도서지원
#완독 #독서기록 #2025 #7월독서 #책리뷰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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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셸리
이정연 지음 / 산지니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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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 불온한 희망에서 완전한 희망으로


#샐리 아니 #셸리
서평단을 모집하는 글을 보았을 때 제목에 제일 먼저 눈이 갔다. re,셸리? 샐리도 아니고 셸리? 다시 셸리에게 돌아간다는 걸까, 셸리가 된다는 걸까, 셸리는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길래 re가 붙었을까 등등, 끝도 없는 궁금증으로 이어져 신청할 수밖에 없었던 책. 이책의 시작이었다.


#윤지홍
re,셸리는 윤지홍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그녀의 삶을 보여준다. 평범한, 아니 어쩌면 조금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시작한 삶이었다. 장애물이 턱턱 걸렸고, 제대로 도와주는 이 하나 없는, 고단하고 피곤한 삶. 그래서 끊임없이 탈출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삶을 보여준다.


#불온한희망
📖 재욱이 더욱 잘되게 하고, 그래서 내가 나아지는 것. 그건 누구도 아닌 내가 할 일이었고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거였다. ___79p

위로 올라가겠다는 목표, 그것을 위해 저 사람을 이용하면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 그에 수반하는 비윤리적 선택과 행동들, 자신을 변호하고 합리화하는 변명들, 모순된 생각들. 초반부를 읽을 때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라며 쯧쯧거렸다. 그러나 책 중반을 넘어가면서, 그녀의 모든 것들이 발버둥처럼 느껴져 쉽사리 그녀를 책망할 수 없었다. 지홍의 행동과 노력이 우습다는 듯이 절망적인 상황이 짜잔하고 나타나고, 자신이 이용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사실 그녀를 배신하고, 이용하고, 버린다. 생의 무게를 다른 이와 나눠지고 싶어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이걸 보면 누군가에게 편승하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쉽게 부서질 수 있는 희망인지 느낄 수 있다.


#완전한희망 #re라는의미
📖 대학 신입생 때 했던 연극에서의 셸리처럼 잡지 못할 꿈을 꾸며 경쾌한 스텝을 밟는 순수한 나로 돌아가야 한다. ___226p

📖 어설픈 거래로 조금 빨리 올라간다 해도 그에게 갚을 빚이 늘어나니 그건 결코 배려가 아니었다. (...) 사회생활에서 거래는 무언가를 받으면 갚을 게 생긴다는 의미였다. 승진을 꿈꾸며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이거나 잘 보이려고 노동과 시간을 제공하도 발등을 찍었던 날을 곱씹었다. ___246p

번번이 엉망으로 치닫는 지홍의 상황을 보면서 끝까지 이러려나 싶었다. '그러면 재미없는데' 라며 책장을 계속 넘겼다. 그러나 후반부 지홍은 다른 방향을 보기 시작하고 문제와 제대로 마주선다.
처음 셸리가 나오는 부분을 읽었을 때는 그저 밝고 경쾌한 인물상에 대한 지홍의 이상향, 동경같은 감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변하는 지홍의 태도와 선택,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로 잡으려는 발버둥을 보면서 비로소 제목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사회에서 만났더라면 거리를 뒀을 법한, 나의 가치관과는 많은 부분이 다른 그녀였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당황스러웠지만 불편하지 않았고, 불쾌하기보다 걱정되었다. 20년 남짓한 세월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전개가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따라가다 보니 이야기는 후루룩 끝나있었다.
요즘 날씨가 무척 더운데, 서늘한, 어쩌면 찌릿한 차가움을 느낄 수 있는 이 소설로 잠시나마 더위를 잊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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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아질 거야, 행복이 쏟아질 만큼
길연우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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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건내는 위로와 용기

때때로 삶이 힘에 부치는 이들을 주변에서 보게될 때가 있다. 삶의 이유를 행복에만 초점을 두면서 부르짖고 매달리리다 지친. 어떤 때는 그런 사람이 내가 되기도 했다. 행복이라는 것이 마치 어딘가에서 캐낼 수 있는 것같았기에.

📖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때로는 고독과 마주하는 용기를 갖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누군가의 사랑으로 채우려 했던 그 빈자리가, 사실은 나를 더 깊이 만나는 소중한 공간이었음을 깨닫는 것. 진정한 채움은 타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 안에서부터 시작된다. ___19p

📖 내가 나를 믿는다는 것
그 시작은 어쩌면 나를 오해하지 않는것 ___74p

『다 좋아질 거야 행복이 쏟아질 만큼』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을 읽으면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나를 미워하거나 왜곡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가 겪는 마음의 계절을 잘 지나올 수 있게 응원하고, 행복의 틈을 놓치지 않게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요즘은 뭐든 빠르고 열심히 해야하는 게 기본값인 시대라서 숨쉴 틈도 가끔식 놓치는 것 같다. 잠시간의 틈이라도 독자들이 좋은 것들만 보고, 좋은 생각만 하길 바라며 이책을 권해본다.



#다좋아질거야행복이쏟아질만큼 #길연우 #에세이 #에세이추천 #선물추천 #인간관계 #연애 #커플 #사랑 #우정 #명언 #자존감 #필사 #마음챙김 #베스트셀러 #신간도서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서평단 #도서지원 #독서기록 #2025 #5월독서 #책리뷰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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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 갱 올스타전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지음, 석혜미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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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 죽음을 죽음으로써 갚을 수 있는가.


#체인갱올스타전 #배틀그라운드 #극한격투스포츠
"배틀그라운드에 온 걸 환영합니다."

<체인 갱 올스타전>은 근미래 미국을 배경으로, B3라 불리는 정당한 선택에 관한 벌률이 통과되면서 CAPE(형사 범죄 처벌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 정당한 선택에 관한 법률 : 유죄 판결을 받은 국가시설 수용자가 본인의 의지와 권한으로 국가가 집행하는 사형이나 최소 25년의 수감 생활 대신 CAPE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선택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해당 프로그램에 3년간 성공적으로 참여한다면 해당 수용자는 사면, 감형, 또는 완전 면책의 대상이 된다.

중범죄자들은 자신의 형량과 목숨을 맞바꾸는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출전한다. CAPE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 "체인 갱 올스타전"에.

이책은 '체인 갱 올스타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출연하는 인물들('링크'라고 칭함), 프로그램을 보는 관중,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인물, 프로그램에 종사하는 직원 등 다양한 시점으로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범죄자 처벌 엔터테인먼트라는 주제가 다층적이고 복잡한 관계를 가질 수 있음을 알려주고, 읽는 동안 깊이 고민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었다.


#아이러니
체인 갱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참가자들은 살인자이다. 이들의 생존이 유흥거리로 전락했다. 그런데 우습게도 가장 강한 생존자를 관중들은 응원하고, 열광하며, 사랑한다. 감탄의 박수를 보낸다. 경기가 끝난 뒤 우승자의 인터뷰를 보면서는 그에게 서사를 쌓고 캐릭터를 완성시킨다. 낯설지 않은 느낌에 서늘함을 느끼며 뒷맛이 개운치 않은 웃음이 계속 났다.


#행동하지않음 #반응하지않음 #목격하지않음
국가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B3 정책에 모두가 찬성하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반대하는 연합들이 존재하고, 행진한다. 이를 본 사람들은 시위대를 모욕하기도 하고, 응원이나 연대의 표시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 마치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모르는 일인 것마냥. 하지만 무반응도 결국 선택의 결과이다.정부에 의해 매일 여자들과 남자들이 살해당하는 살인 게임에 대한 우회적 동의.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찬성일까, 반대일까, 무반응일까.


#존재에대한수치심 #인간에대한존엄성
서워는 자신이 거둔 성공이 그들 안의 어떤 마음을 정당화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누군가를 죽이면 그들은 그녀를 더욱 사랑했고, 그녀는 그들을 더욱 깊이 증오했다. ___55p

로레타 서워는 강한 인물로 프로그램 속에서 계속 생존하면서 명성과 인기를 누린다. 그러나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침묵한다.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수치심. 경기에서 승리할수록, 생존에 성공할수록, 계속 살아나간다는 사실이 그녀를 부끄럽게 만든 것이다.

그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피는 피로, 죽음은 죽음으로 갚을 수 있는 것일까. 범죄자가 다른 범죄자를 죽이는 광경을 생중계로 보게 된다면 진짜로 통쾌하고 짜릿할까. 프로그램 속에서 3년 동안 누군가를 끊임없이 죽여 끝내 사면받은 범죄자는 온당한 값을 치룬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사회는 그 사람을 온전하게 다시 받아들여줄까.


독서하는 내내 머리를 박박치면서 고민에 고민을 불러온다. 뒤엉킨 감정들과 묘한 불쾌감을 내 속에서 계속 일으킨다. 읽고 나면 피곤함과 두통이 몰려오지만... 그만큼 엄청난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체인갱올스타전 # 나나크와메아제브레냐 #황금가지 #해외소설 #영미문학 #디스토피아 #SF #배틀그라운드 #신간도서
#서평단 #도서지원
#독서기록 #2025 #5월독서 #책리뷰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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