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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가제본)를 지원해 주셨습니다.
한줄평 : 어쩌면 인류(사피엔스)의 퍼스널 컬러는 '파괴' 아닐까
그가 돌아왔다. 베리베리 이야기꾼 베르나르 베르베르. 생물학, 유전공학의 도발적인 상상으로 그려낸 포스트 아포칼립스. 아주 오랜만에 그의 책을 만났다.
일러두기
이 이야기는 당신이 이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는 순간으로부터 정확히 5년 후에 일어난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가 그린 미래 풍경. 멀지 않아 보였고 어설픈 상상같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이틀 동안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변신프로젝트 #생물다양성 #인류의영속 #신인류
"이처럼 공기, 물, 흙이라는 세 요소를 손에 넣음으로써 우리 조으이 생존을 보장하려 합니다." ___30p
세 혼종, 세 인간. ___139p
진화 생물학 교수인 알리스 카메러는 인류의 영속을 위해 변신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인류의 다양화, 즉 새로운 종의 탄생을 시도하는 것이다. 어떻게? 다른 종과의 이종 교배를 통해서!!!
변신 프로젝트 : 최신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해 세 가지 아종으로 다양화된 새로운 인류를 개발
에어리얼(Aerial) : 공중을 나는 인간(인간+박쥐)
디거(Digger) : 땅을 파고들어 가는 인간(인간+두더지)
노틱(Nautic) : 헤엄치는 인간(인간+돌고래)
흥미로웠다. 지금의 인류가 존속하기 위해 기술, 환경, 사회 등을 바꾸는 게 아니라 현 인류의 생리적 특수성을 보완하여 멸종 위험을 대비한다니 ㅋㅋㅋㅋㅋ 게다가 종류도 세 가지다.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는 게 구인류를 멸망시킬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라는 생각은 해봤습니까?"
소설 초반 알리스를 보면서 조금 불편했다. 그녀가 너무 아무런 걱정이나 고민없이 오로지 인류 영속이라는 목표만을 향해 키메라 실험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많은 과학자, 연구자들이 선한 의도와 목표를 가지고 기술 진보를 이끌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것들이 오롯이 선한 결과로만 이어지지 않다는 걸 이미 많이 봤다. 그래서일까, 나 역시 키메라 실험을 반대하는 입장에 선 채 읽어내려 갔다.
#제3차세계대전 #인류멸망 #신인류의탄생
그러니까, 그게…… 모든 것의 시작은…… 머리가락 한 타래였어요. 고작 머리카락 한 타래. ___119p
프랑스에서 키메라 실험을 할 수 없었던 알리스는,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연구지를 옮긴다. 그리고 지구에서 전쟁이 일어난다. 고작 7일. 키메라가 아니라 인류 스스로 파멸을 불러왔다. 서로를 파괴하길 반복하면서 멸망했다. 이 부분을 보면서 이 책에서 가장 현실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우린 이미 너무 많은 갈등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가 보면 아주 사소한 이유로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는.
우주정거장에서 살아남은 알리스는 결국 변신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키메라의 배아와 함께 지구로 돌아온다. 지구에서 모두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지하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공동체(이비사)를 만들어 살고 있었고 알리스는 받아들여진다, 본인의 키메라들과 함께. 아니, 받아들여졌다고, 융화되었다고 알리스는 믿었다. 하지만, 사피엔스는 결국 다른 종과 함께 살아갈 수 없었다.
#감정 #파괴 #인류의본능
사피엔스들로부터 배척된 키메라와 알리스, 오펠리(알리스의 딸)는 지상 위로 나와 새로운 땅에 터를 잡는다. 그리고 구역을 나누어 세 종족이 문명을 이룬다. 각각의 종족들은 단지 생존을 너머 건축, 예술, 철학, 정치, 의례, 생식 등을 구축한다. 알리스가 각 종족들을 관찰하여 기록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러한 내용들이 세계관에 빠져들게 만든다.
가장 재미있었던 지점은 세 종족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열등감, 질투, 우월의식, 종족 간의 경쟁심, 마음에 들려는 욕심, 뿌리를 찾으려는 욕구 등 단순하지 않다. 어쩌면 인간의 본능 속에 담긴 감정들일까. 결국 이 감정들이 발화되어 갈등과 사건을 불러 일으킨다.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존재에서 가장 인간다운 모습이 보인다.
책을 덮을 때에 비로소 기억이 났다. 아... 이 감각, 오로지 다음 문장, 다음 이야기로 헐떡이며 넘어갔던 경험. 몇 년 만에 만난 그의 책은 여전히 그 베르나르 베르베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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