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여는 마음
안리타 지음 / 홀로씨의테이블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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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해 주셨습니다.


한줄평 : 종이 위 문장 숲을 거닐며 가진 사유의 시간


올해 도서전이 열릴 즈음 안리타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몇몇 인친의 피드에서 보였던 그녀의 저서들, 문장들이 수려하고 아름다워 필사하고 싶다는 리뷰. 그것들을 보며 작가의 언어, 단어들을 알고 싶었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책이 참 깨끗하고 가볍다, 라는 생각을 했다. 눈에 확 띠는 디자인 없이 표지 위 간결한 단어들. 어쩌면 작가의 글과 같은 모양새였구나, 라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군더더기 없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분명하게 담긴 문장들이었다.


자신에서 번져 타인으로 나아가는, 다가가는 사유. 다른 존재가 있기에 나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음을. 글 사이사이, 문장 문장에 작게 떨리고 공명하며 읽었다. 계속 안리타의 글이 읽고 싶어 졌다.



📖 다정의 운명___48p
말로 다정을 만드는 사람은 늘 신중하다. 그들은 단어를 조심스럽게 골라 문장을 빚고, 지나치게 꾸미지 않으며, 가장 본질적인 온도만을 그곳에 담으려 한다. 말이 다정할 수 있다는 것은 마음이 타인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말은 흘려보낼 수도, 휘두를 수도 있지만, 섬세한 이들은 그것이 누군가가 기댈 수 있는 자리가 된다는 사실을 안다. 말은 던져지고 휘발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 사이를 맺는 약속이라는 것을. 자신의 말이 오래도록 남아, 누군가으 ㅣ심장과 기억 속에서 다시 피어난다는 사실을 안다.

📖 모든 계절이 유서였다. ___87p
우리는 아무도 한 장의 잎이 만들어낸 섬세하고 아름다운 무늬에 감동하지 않는다는 사실. 풍경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가을이었음을 감각하는 것 외에는 아무도 한 장 한 장의 잎을 사려 깊게 기억하지 않는다는 사실. 쌓인 잎들을 헤치고, 주워든 이 한 장의 잎은 마치 내 삶과도 같고, 인생의 무게와 같아서 식어가는 잎에서 나는 문득 존재를 마주한다. 나는 무수히 쌓인 낙엽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 이 많고 많은 것 사이, 잠시 일부로 머물고 있다는 사실. 어쩌면 잠시 살아감이라는 사실.

📖 우리는 얼굴을 모른다. 단지 마음이 이런 방식으로 작동된다는 것을 믿을 때, 나는 더 멀리 닿는 기분이 든다. 누군가의 이마를 짚어주는 기분이 든다. 그것이 계속 쓰는 마음이 되었다. ___2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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