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 2003-09-01
주말을 어찌 보냈나 하면... 토요일 둘째의 피아노 콩쿨이 있었습니다. 상장 찍어주기식 피아노 콩쿨을 싫어하는데, 본인이 나가겠다고 해서 그래라~ 했죠. 둘째는 피아노 학원에서 같이 출발했고, 전 4시에 근무 끝내고 큰애와 함께 행사장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 인파라니! 1부 2부로 진행하는데, 2부가 시작해야 할 시간이 이미 지났는데도 1부조차 끝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온 남편까지 온가족이 기다려서 저녁 8시가 다되어서야 겨우 우리 애 순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연주 시간은 한 30초쯤 되었을까? 우리 애 뒤로도 100여명이 더 있었구요... 이건 피아노 경연인지, 관람 매너 무시 경연인지, 엄마들의 허영심 경연인지 모르겠어요. 선생님께서 결과를 알려주셨는데, 그래도 우수상을 탔다네요. 과연 우수상이 몇십명일지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본인이 '정말?' '진짜?' 하고 좋아하니 다행입니다.
일요일 저녁에는 한달에 한 번 동호회에서 하는 노숙자 배식이 있었습니다. 보통 100인분의 식사를 간단하게 준비하는데, 어제는 추석도 다가오고 해서 메뉴를 '잡채밥'과 '미역국'으로 했습니다. 오후에 시장보고, 5시부터 만들기 시작해서 8시 식사시간에 겨우 맞출 수 있었습니다. 배식 장소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벌써 줄을 몇십미터 길게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줄 서서신 분들 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하신 몇몇 단골(?)분들은 식사를 가져다 드리기도 합니다. 맛있는 반찬이 나왔다는 소문이 나면 주위의 포장마차나 행상 아주머니들도 와서 조금 달라고 합니다. ^^;; 이런 와중에도 새치기 하는 분, 내일 먹을 것까지 달라고 하는 분, 배식하고 남은 것 가져가려고 기다리는 분.... 교통정리에 애먹습니다.
마침내 밥, 국, 잡채, 김치까지 깨끗이 동나고... 식기를 회수해 돌아와서 설겆이까지 끝내니 밤 10시였습니다. 같이 하시는 분들이 워낙 베테랑들이라 금방 뚝딱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장을 보니 야채값이 장난 아니더라구요. 추석은 다가오는데... 비가 많이 와서 채소가 물량이 없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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