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타깝다

최근에 우리 병원에 다니기 시작한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어제 오늘 연달아 찾아왔다.
은행 대출을 받아서 아파트를 샀는데,  이자를 내지 못하게 되자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고 한다.
어제는 경매에 넘긴다는 기한날.
나를 찾아온 요지는 자기 집을 사달라는 거다.
아니면 아직까지 장가 못간 큰아들 중매를 해달라고.
자기를 도와주면 대신에 나를 위해 기도를 열심히 해 주겠단다.
사정이 딱하기는 하지만, 나라고 별 수가 있나.  아무것도 도와 줄 수가 없었다.

오늘은 어제 말했던 용건 외에 밀린 관리비 6개월분을 낼 수 있게 150만원을 꾸어달라고 한다.
전기랑 난방이 끊겨서 밤에 추워서 감기 걸렸다고.
자기는 어려서부터 고생을 많이 해서, 자기를 아는 주위 사람들이 자서전을 내라고 했단다.
자기가 아파트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문제만 해결되면 자서전을 써서 돈을 벌어 갚을거라고 한다.
나도 마이너스 통장 잔고가 간당간당한 마당에 부끄럽게도 도와드릴 여지가 없다.

이분 경제 사정도 딱하지만,
혹시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더 큰 문제는 이분 판단력이 많이 흐려지셨다는 사실이다. 
초기 치매 증상이 최근에 더 악화된 것 같다. 

아들 둘이 있는데, 둘 다 결혼도 못했고,  직장도 잡지 못했다고 한다.  
이 겨울을 어떻게 날지...   


2.  점방을 정리하고 싶다니까....

* 남편은 크게 반대나 찬성의견을 나타내지 않음. 
   단지 내가 프리랜서가 되면 이른바 '딴짓'에 더 열 올릴까 걱정함.

* 아이들은 반대 -  겉으로는 경제적인 것을 말하지만, 속으로는 지들 간섭할까 걱정하는 듯 하다.

* 모모생협 - 둘이서 주 3~4일 교대로 근무하자고 제안해 옴.  
                      생협 특성상 진료 외에도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이런 저런 행사 참가요청이 있을 듯.
                      사람 많은 곳은 그다지 내키지는 않지만, 여러 가능성 중의 하나로 고려중. 

* buddy S,L  - 만류하는 중.  몇년만 참았다가 자기들이랑 공동개원하자고.  ㅎㅎㅎ,

* buddy K - 그러면 이제 진료는 하지 말고 다른 일들 하라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 줌.

* buddy B, W - 별 말은 없지만, 내심 '딴짓' 같이 할 것을 기대하는 듯. 

그나저나, 어떻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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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1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6-11-02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고맙습니다. ^^

2006-11-02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6-11-0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딴짓이란 게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하기 위한 거니 주위 분들이 우려하시는 거겠지요.... 님이 원하시는대로 하시는 게 좋을 듯 싶은데요

가을산 2006-11-02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또.... income의 현저한 감소도 동반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