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밤에 PD수첩에서 이 제목으로 보도를 한다고 한다.
의사들이 본업은 뒤로 한 채 미용과 비만 치료에 열을 올린다는 내용인 듯 하다.
그러고보니 언제부턴가 학회를 홍보하는 이메일의 80% 정도가 미용, 비만, 웰빙 관련 이메일로 바뀌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몇몇 과를 제외하고는 보험 진료만 해서는 병원 유지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나나 buddy들도 아직까지는 한눈 팔지 않고 버티고는 있지만,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시누이들도 '내가 아는 어떤 의사는 비만 크리닉 해서 돈을 긁어 모으던데, 왜 안해?' 하며 의아해 한다.
내가 안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쪽 일을 하는 것은 어째 의사 같지가 않다는, 켸켸묵은 자존심 때문이고, 
또 그런 쪽으로 환자를 앞에 놓고 '썰' 풀 것을 생각하니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듯 해서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존심 내세우는 것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왜 힘들어졌을까?  이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1. 의사가 많아서?
우리 나라는 의사 수가 약 8만 정도 되는데, 치과의사나 한의사의 수는 여기에 포함 되지 않는다.
그리고 매년 3000여 명의 의사가 새로 면허를 받는다. 90년대에 각 지방에 의대가 신설되었는데, 그 졸업생들이 트레이닝과 군복무를 마치는 몇 년 후면 그 영향이 본격적으로 와 닿을 것이다.
OECD에서도 한국이 의사 증가율이 가장 크다고 한다.

2. 수가가 낮아서?
우리 나라의 의료 수가는 대체로 미국의 10분의 1로 보면 된다.
보험 재정이 한정되어 있는데 지출을 줄이려니, 의사 인건비를 짜게 매길 수밖에 없다.
보험 수가가 처음 정해진 70년대에 첫 단추를 잘못 끼었다는 설이 있다.
( 당시에는 보험 환자가 아주 일부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심성 수가'로 당시 관행수가의 절반 정도로 수가를 적어냈다고 한다.)
앞으로는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되어 의료 수요가 많아지면,  보험 재정은 더욱 부족해질테고,
보험 재정이 부족한 마당에 의사 수가를 올리자는 목소리는 더욱더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보험료 인상과 의료수가 인상은 다른 것인데도, 뉴스는 두 가지가 따로 나오니, 수가가 이중으로 인상되는 듯한 오해를 받는다.)
여기에다 노인수발보험비용까지 건강보험에 일부 분담이 된다면 어찌 될 것인지.....

3. 의사들이 욕심이 많아서? 

의사들의 수입이 일반 직장인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차마 그 액수는 적지 못하겠지만,  의사의 월급이 70년대나 2000년대나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30여년 국민소득과 물가는 올랐는데, 수익은 거의 제자리라는 소리다.
그러면, 의사들이 욕심이 많은 것일까?


의사 사회에서는 '빨**' 소리를 듣는 내가 이정도 이야기 할 정도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의사회에서는 요 몇 년간 내분이 일어서 파벌 싸움이 살벌하게 진행 중이다.
의사 수급정책, 보건의료정책, 잘못된 의료 정보, FTA와 의약품/지적재산권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이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는 것 같다. (의료정책에서는 목소리를 안내는 것이 다행일까? ㅡㅡ;;)
인**은 의약분업 이후로 의사회 내부에서 완전히 '따' 당해서 콩을 콩이라 해도 믿지 않는 수준이고,
인**의 존재하는 목적 자체가 의사들의 이권단체인 의협과 다를 수 밖에 없는 것도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없게 하는 문제이다.

아래 기사 말미에 나오는 "몸은 고되지만 지금 하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기에 만족한다는 젊은 의사들의 초심을 지켜줄 수 있는 제도적 정비와 개선이 시급하다"는 말, 정말정말 반가운 말이다.
요즘처럼 의료계 내/외부에서 거의 수수방관하고 있는 사안에 모처럼 관심을 보인 주체가 생겼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어떤 뉘앙스로 보도할 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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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은 미용공부 중’ 초심잃은 히포크라테스의 속내는?

[뉴스엔 2006.09.18 14:21:30]

[뉴스엔 고홍주 기자]
의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한 인터넷 사이트. 그 곳에는 수많은 미용, 성형 세미나와 관련된 주제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와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3박 4일간 150만원의 수강료만 내면 기초부터 특수기술까지 체계적인 지식을 전해준다는 한 코 전문 성형의원. 의사 면허와 출석 여부에 관계없이 4일 후, 코 성형 과정 수료증이 주어졌다.

또 다른 지방의 한 미용 세미나 현장. 의사들을 대상으로 모발이식 보톡스 등의 시술을 가르쳐주는 이 행사에 산부인과 비뇨기과 가정의학과 등 여러 과의 전문의가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시술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메모까지 하는 등 현장 견학에 여념이 없었고 직접 환자를 대상으로 실습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그들은 왜 그곳에서 미용 성형술을 배우고 있었을까? 19일 오후 11시 5분 방송되는 MBC ‘PD수첩’에서는 10여년을 투자해 전문의 자격을 얻고도 성형외과, 피부과 등 의료 수가가 높고 비보험 진료가 많은 과로 손님과 돈을 쫓아 간판을 바꿔 다는 우리 개원계의 현실과 이로 인한 의료소비자들의 피해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2년 전, 주름 제거 상담을 받기 위해 서울 영등포의 한 의원에 들른 전모씨(가명). 그녀는 수술이 금방 끝날 거라는 의원 측의 집요한 설득에 할 수 없이 얼굴을 맡겼다. 하지만 그 수술은 1주일간 4번에 걸쳐 이루어졌고 그러는 동안 그녀의 얼굴은 고름으로 가득 차 의사는 피부를 찢고 고름을 빼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간신히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던 그녀의 진단 결과는 패혈증 직전 상태. 당시 검찰 대질심문으로 피해자 정모씨는 의사 김모씨가 성형외과가 아닌 산부인과 전문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1심 결과 의사 김모씨는 의료법 위반이 아닌 단순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징역 8월을 선고 받고 항소 중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산부인과 전문의가 성형수술을 할 수 있었을까?
현재 서울 강남구청에 등록된 성형외과 전문의원은 261개, 성형외과를 진료과목으로 표방한 의원은 93개다. 이렇게 성형외과를 진료과목으로 표방한 의원의 수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미용성형의 의료소비층이 두터울 뿐 아니라 비보험 진료로 수가가 높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대한 성형외과 전문의와 타 과 전문의, 일반의 등 성형외과 비전문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어딘가에 지뢰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과 어디에 지뢰가 있는지에 대한 지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고 비전문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성형수술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반면 한 성형외과 비전문의는 “성형외과를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타고난 손재주와 미적 감각으로 10여 년간 현장에서 자리잡은 사람은 실력이 있다고 봐야한다”고 앞의 의견에 팽팽하게 맞섰다.

개원가가 이렇게 ‘돈 되는 장사’로 다투는 동안 전문의를 양성해내는 대학· 종합병원에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2006년도 전공의 선발 과정에서 특정과에 지원자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

실제로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등은 예전에 비해 지원자가 점점 늘어나는 반면 산부인과 흉부외과 소아과 등은 겨우 정원을 채우거나 미달되는 수준이었다. 대학병원에서 만난 한 흉부외과 수련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정 진료과목으로) 몰리는 이유는 뻔하다”며 이후 “고도의 기술을 가진 실직자가 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몸은 고되지만 지금 하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기에 만족한다는 젊은 의사들의 초심을 지켜줄 수 있는, 그리고 의료소비자들이 의사를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와 개선이 시급하다.

이같은 실태는 19일 오후 11시5분 MBC‘PD수첩’ 695회 ‘원장님은 미용 공부 중(가제)’에서 방송된다. (사진 출처=‘PD수첩’)
고홍주 becool@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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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8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18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6-09-18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M님/ 그러게 말입니다.

마법천자문 2006-09-18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공립 병원 비율을 점차 늘리고 앞으로 배출되는 의사들은 공무원 신분으로 하면 안 될까요? 의과대학 등록금은 당연히 공짜.

root 2006-09-18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스랄라님이 말씀하는 것은 영국에서 시행중인 NHS제도와 유사한것 같군요.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아주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문제는 이걸 추진하면 기득권 의사들이 반대하지 않을까 합니다. 저야 물론 대찬성이지만....

가을산 2006-09-18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제 생각인데요, 이대로 가면 결국은 의사들이 나스랄라님과 같은 것을 요구할지도 모르겠어요. 오히려 국가는 돈이 없어서 못하겠다고 할 것 같구요.
나스랄라님 의견대로 하는 것이 의사들의 삶의 질 차원에서도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 하면 돌 맞습니다요.

ceylontea 2006-09-19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어려운 문제네요... 요즘은 몸이 아파도 근처에서 병원 찾기도 쉽지 않은데... 갈수록 심해지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