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나라님의 '삼미 수퍼스타스..' 서평이 모티브가 되어 엮이기 시작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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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프로야구에 관심이 별로 없지만, 잠시 있다가 다른 이름으로 바뀐 '삼미'라는 이름에 더해서, '우리는 더 많이 가지면 더 행복하리라는 거짓말에 너무 오래 속아왔다' 란 수니님의 말에 공감한다.

아직 학생이었을 때, 그러니까 중고생 - 대학 초기에 삼미그룹이라는 회사의 창업주의 아들이었던 회장과 그 가족을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실은 우리 부모님의 지인이셨는데, 난 가족 모임이 있을 때 몇 번 본것 뿐이다. 

그 몇번의 만남, 그리고 그 후 언론에 난 인터뷰나 기사를 통해 그들의 사는 모습을 보고 느꼈는데, 그들은 재벌 2세로서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었다.

그가 회장이었을 당시(그러니까 80년대 초) 그 집에 가보았다.

정원에는 수영장도 있었고(네모난 파란 것이 아니라 자연석이 깔린 세련된), 1층의 거실은 하도 넓어서 소파와 테이블 세트가 두세 세트 듬성듬성 들어갔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 방의 책상도 앤틱한 수입가구였고...

하지만, 이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회장 부부임에도 불구하고 선대의 어른들, 창업 당시부터 고생해온 간부들, 인척들의 틈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것이 느껴졌다. 이화대학 메이퀸이었다는 부인도 어떤 것에 대해 말하면서 '그런 건 그저 어른들이 잘 아니까 어줍잖게 아는 척 하지 말고 모른다 해야 한다'고 농담 반 푸념 반 말하는 것이었다.

김회장에 대한 인터뷰 기사에서 기자의 '이러이러한 학력에 이러이러한 경력이면 2세로서 손색이 없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 '그 질문 자체에 이의가 있다'면서 자신의 학력과 경력에 자신의 노력이 물론 담겨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요지의 대답을 한 것을 읽은 기억이 있다. 이는 그가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다는 나의 느낌을 강화해 주었다.

역시 몇년 지나지 않아 회장직을 동생에게 물려주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한때는 서울 시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삼일 빌딩까지 파는 삼미 그룹의 구조조정이 어느정도 마무리 된 후의 일이었다. 그리고 또 얼마 후, 그곳에서의 간단한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여러 책임에서 벗어난, 자연인으로, 가족 중심으로의 생활에 행복해 하는 내용이었다.

내가 본 이들의 모습에 이견을 가질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아 경제적으로 상당히 '잘 사는' 몇몇 가정들을 보아온 나의 경험으로, 진실로 이런 경제적 여유가 행복이라는 마음의 충족과는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었다. 

어떤 가정은 그저 '성공한 장삿꾼'일 뿐이었고, 어떤 가정은 화려한 외양에 반해 내분으로 사분오열되어 있었다. 어떤 가정은 늘 바쁜 부모와 넓은 집 '덕'에 일주에 한번도 부모와 이야기할 기회가 없기도 했다. 부모가 아침 일찍 혹은 밤 늦게 출퇴근하는, 안방에서 현관으로 가는 짧은 순간을 그 길목에서 기다려야 말이라도 할 수 있었다.(작은 집은 마주치지 않을래야 마주칠 수 밖에 없겠지만, 큰 집에서는 일부러 나가 있어야 얼굴이라도 볼 수 있다.) 이런 집에서 몇명의 가정부나 운전기사를 두고 살아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떤 집은 형제자매가 다 박사네 뭐네 해서 명문가로 이름났지만, 그중에도 떨어지는 형제가 받는 스트레스는 오죽할까?(난 그 대표적인 케이스로 도올 김용옥을 꼽는다. 그의 기이한 행적의 근저에는 어려서부터 집안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한 컴플랙스가 깔려 있다.) 

일부는 이런 계층의 '배부른 소리'를 오히려 증오할지도 모른다. 부자가 일단 되어 봐야 부자된게 별 소용 없다는 걸 확인하겠지만, 모두가 다 부자가 되어볼 수는 없기 때문에 증명될 수 없는 헛소리 처럼 들릴게다.

한편, 부자들은 피해의식을 많이 가지고 있은 것 같다. 특히 요즘 국내 정세에서 말이다. '완전히 빨갱이 나라가 되었다'고 거의 패닉 상태에 있다. 오히려 경제는 20:80으로 부익부 빈익빈으로 갈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나마 자신을 보호해 주는(?) '부'라는 울타리가 무너질까 전전긍긍하고 힜다.

이런 질시와 피해의식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역시 '잘 사는 것이란 어떤 것이냐?'라는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개개인이, 아이들의 교육 과정에서,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곰곰히 생각을 모으는 계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머지 않아 소비와 소득증대에는 한계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건 우리 나라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라는 별의 한계 때문이다. 정말 진지하게 성장 위주의 가치관에서 방향을 돌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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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1-06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경제적인거야,,요즘 먹고 사는것은 자기 하기나름이고(그래도 노숙자나 정리해고..명퇴자들때문에 돌 맞을 소리인가?)....
지금은 너무 튀는 행동때문에 약간은 부담스러운 유시민씨가 쓴 '경제학 카페'를 읽고 우리가 더 많은 재화를 얻어도 우리의 욕망은 한이 없기에 결코 행복해질수없다는글에 너무나 많은것을 느꼈다..우리가 행복하기위해서는 욕망을 절제할수있는 힘이 필요한것이란다..
그때가 30대 초반...집장만한후에 더 많은 가구..전자제품 구입에 몰두하던 나에게는 정말 꼭 필요한 말이었다..그러나..실천이 안되서...아직도 이것 저것 구입한 할부금을 갚느라 허덕이는 나지만..약간이라도 끝없는 욕망에서 한걸음 뒤에서서 볼수있는 힘을 준글이다..
더큰집..더 큰차..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면 행복해지리라는것은 CF속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한다..살기에 필요한 기초적인것만 해결된다면 그후에는 마음 편한것이 제일이 아닐까?
이혼율 50%가 무슨 근거있는 수치인지 모르지만...요즘 부부들은 문제가 많아서 헤어지는것이 아니라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져서 이혼을 한다고 생각한다...
삶의 가치를 소유나 겉모습으로 두느냐..인간존중에 두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다른거라고^^

마립간 2004-01-06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학교 선배님이 미국 예일Yale대에서 교편을 잡고 계신데, 얼마 전에 직장의 두 노老교수님이 비교되어 학교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한 교수님은 자녀들이 학창시절 공부를 매우 잘해서 의사와 변호가 되었는데, 자녀들이 미국 각지에 흩어져 살아 한꺼번에 모이는 일이 일년에 한번도 없다고 합니다. 한편 다른 한 교수님이 자녀들은 학창시절 공부를 (아주) 잘 못했지만 그 나름대로 직업을 갖고(예를 들면, 배관공, 자동차 정비 등 구체적으로 모름) 부모님 집 근처에서 사는데, 매주 토요일만 되면, 자녀, 며느리, 사위, 손자, 손녀 등이 모여 즐거운 모임을 갖는다고 합니다. 현재는 뒤에 언급한 교수님이 행복하다고 여기지만, 한편으로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 못하는 자녀들이 비교당하는 생각하면 그 교수님도 꽤나 마음 고생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