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대학때 활동했던 합창 동아리의 Home Coming Day 에 참석했습니다.

졸업하고는 행사에 참석한 기억이 없는데.... 
졸업 기준이면 15년이고,  대전에 내려온 것이 기준이면 10년 만이었습니다. 

합창부 선후배라야 제 위로 5년, 아래로 3-4년 정도밖에 안면이 없는데,
혹시 서먹서먹하면 어떡하나.....  15년동안 안부르던 노래들이 기억이 날까....
걱정을 했었는데.....  요즘 의학대학원이 되면서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 때문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대전서 서울은 KTX로 1시간이면 되는데,
급한 마음에 서울역에서 K대까지 택시를 탔더니 길이 막혀서 시내에서만 1시간 넘게 걸리데요...  ㅡㅡ;;

어쨌든!  학교 내의 한 건물 지하에서 모임이 이었는데,
그 건물 자체가 제가 다니던 시절에는 존재하지 않던 거였구요....
입구에서 접수하는 학생들 명찰에 "34기"라고 쓰여 있더라구요. 
난 14긴데....   그러니까....  내가 입학하던 해에 태어난 아이들이 지금 접수를 하고 있다는....? 

아주아주 오랜만이었는데도 가까운 기수의 선후배들은 마치 엊그제 만났던 것처럼
세월의 흐름을 건너뛰어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먹고.... 이야기 하고....   하는데.....
왜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본인만 모르는 그런 사실 있잖아요.....
후배가 어제 그걸 알려주었어요.

"누나, 옛날에 늘 반박자 늦었잖아! "  

헉!  ^^;;    옆에서 선배가 확인사살....

" 그랬지.  그래도 한박자 늦으면 재미 없는데 반박자 늦는건 괜찮았어. "

또다른 사실,

"누난 예나 지금이나 큰 가방에 수첩이랑 필기할거랑 책이랑 넣어가지고 다니는 건 똑같네..."

어, 내가 그랬던가?  ^^a

"그때 ㅈㅇ이가 옷을 허름하게 입고 다녔었잖아? 지금도 그렇지만..." 

헉, 요즘에 비해서는 엄청 비싸고 이쁜 옷 입었었다고 생각했는데! 

젊음을 유지(?) 하는 비결에 대해서,
해마다 1kg씩 살찌우면, 주름살이 생기는 족족 펴져서 젊어보인다고 설파했더니, 또다른 후배 왈,
"누나, 근데 그때도 누나 날씬한 편은 아니었잖아? "   하하하....

어쨌든.... 옛 추억은 즐겁다.

ㄷㅇ이가 교내 가요제에 나가서 자작곡을 부르다가 가사 까먹은 이야기....

엄마 편찮으실 때 합창부에서 집에 와서 노래 불러준 이야기.....

4월이면 점심시간에 벗꽃놀이 가서 사진 찍던 이야기.....

반주 이야기........   내가 어느새 "전설 속의 반주자"가 되어 있었다. 

역시 옛 이야기는 부풀려지는건가보다.


의과대학의 팍팍한 생활에 윤활유가 되어주었던 합창부와
어려움 속에서 함께 했던 만큼 끈끈했던 선후배 관계 ....

의과대학원이라는 예상치 못한 제도 변화로 합창부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동아리들이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대학원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은 나이도 많고, 동아리 활동에 거의 관심이 없다하네..... 
그렇겠지 "내가 이나이에...."  이런 생각이 당근 있겠지....    ㅡㅡ;;  
그들도 나름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겠지만,
이제 의대에서는 다른 대학생들과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참, 어제 또하나의 '바보돌대가리새클럽' 거리를 하나 만들었다.
동기에게 블로그를 알려주면서, 블로그 주소가 생각나지 않아서
"알라딘에 와서 서재 검색에 gaulsan으로 검색하면 찾을 수 있을거야" 라고 했다.
근데 오늘 해보니까 'gaulsan'이 아니라 '가을산'으로 해야 검색이 된다.
그친구가 똑똑하면 그래도 찾아올 것이고...... 고지식하면 못찾아 올 것이고........

참, 노래.

15만이었는데도 그때 그노래들을 함께 부를 수 있었다.
마치 교가처럼 불려지는 Voi Ve 를 비롯해서 다른 노래들도......
아마 자전거를 오랜만에 타도 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인가보다.
우리가 부른 Voi Ve를 녹음해 왔다.
몇년만에 모여 부른 것이기 때문에 조금 산만하기는 했지만......... 
수십번, 수백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 노래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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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5-11-2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즐거운 시간 이셨군요. 옛친구들은 만나도 늘 할 이야기가 많아요~~
선, 후배들과의 대화....저도 즐거웠습니다~
"누나, 근데 그때도 누나 날씬한 편은 아니었잖아? " 푸하하하~ 히히

가을산 2005-11-29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 이런, 인사가 늦었네요.
15년만이 아니라, 그냥 지난 달에 만났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단지 모르는 후배들이 많아졌다는 차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