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행사 몇일 전에 예약했던 호텔이 방이 없다고 통고를 해와서 주위의 호탤급들을 다 수소문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모두 방이 없단다. 특히 단체로 묵을 방이 없단다.

해서...... 머리를 짜낸 것이 '게스트 하우스'. 
몰랐었는데, 서울 한복판에 한옥집을 개조해서 배낭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민박을 하는 게스트하우스가 몇 개 있단다. 
사전답사 했던 사람들 말에 의하면 "아주머니가 친절하고", "아주 운치있고", 조용하고, 
주위에 구경할 곳이 많아서 무척 좋단다.

그런가보다.... 하고 기대 속에
외국인 참가자를 데리고 그 게스트하우스의 인터넷 홈피에 있는 약도를 프린트해 들고 찾아갔다.
그 근방을 세바퀴나 돌았는데도 도대체 찾을 수가 없었다.
할수 없이 전화를 했다.

"찾기가 굉장히 쉬운데 왜 그러지?" 하면서 오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찾기가 쉽기는...........  ㅡㅡ;;
골목 안의 골목 안에서 또 골목으로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덕분에 조용하기는 했다.
도저히 찾을 수 없었던 이유는,  인터넷에 있던 약도에 있던 주변의 가게들이 몽땅 다 이름이 바뀌었는데도 그걸 업그레이드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홈피에 있던 '토순이'라는 토끼 대신 등치가 커다란 삽살개와 흰색 마르티스가 우리를 맞았다.
다행히 순해서 우리를 보고도 많이 짖지는 않았다.

원래 연사들은 개인마다 방을 주어야 하는데,
한 집에 그렇게 많은 방이 없어서 할수 없이 여자 3명을 "특실"이라는 이름의 한 방에,
일본인 남자 3명을 또다른 특실에 공동으로 묵게 하고,
나머지 남자 참가자 3명은 1인실에 묵게 하기로 했었다.........  

우선 여자 특실에 들어가 보니......  
샤워기만 달린 욕실이 있고, 방에 쓰레기통도 없고,
"인터넷 가능한 컴퓨터"라는 것이 15인치 브라운관 모니터가 있는 구닥다리 컴이었는데,
그나마 인터넷도 안되고 마우스도 고장났다.  ㅡㅡ;;;

1인실 방을 살펴보니, 수건 1장이 방바닥에 놓여 있었고, 이부자리, 이렇게 단 두가지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쓰레기통도, 옷을 개어서 넣을 서랍장도 없다. 전화, 거울 이런 것도 당연히 없다.  
화장실은 공동 사용인데........  몇일 후 나도 써보니...... 
화장실의 세수비누도 지저분.... 세수비누를 얹어놓는 비누통도 지저분...... 으악....
화장실에 개 샴푸는 여러 가지 있는데 사람이 쓸 샴푸는 하나도 없다.

아침 식사도 준다더니, 각자 사먹어야 한단다.
그러면서 '방이 싼데 무슨 아침을 바라냐' 고 한다.  (그래도 특실은 1박에 10만원이었는데! )

첫날, 밤 늦게 포럼 끝나고 민박집으로 돌아왔는데,
아줌마 왈, "방금전부터 수돗물이 안나온다"고 한다.
그때의 난처함이란.......  이제부터 화장실 가고 씻고 해야 할텐데...
차라리 내가 손님이었다면 덜 당황스러웠으련만,
안내하는 입장이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다행히 한 30분쯤 지나서 물은 다시 나오게 되었다. 만약 안그랬다면...... 아.... 상상도 하기 싫다!

이 민박집 부부, 그래도 오래 장사해서 그런지, 알음알음 영어와 일어는 조금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영~ 매너가 없다.

일본인 참가자가 근처를 구경한다고 나가려고 하는데, 대문이 잠겨서 열지 못하고 있다.
아주머니가 좀 가서 열어주면 좋으련만, 대청마루에 서서 "오스! 오스!" 라고 소리치기만 한다.
우리 말로 하면 '눌러! 눌러!" 정도 되겠지.
여는 것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최소한 '오시떼 구다사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날 나도 1인실에서 잤는데 새벽에 추워서 잠이 깼다.
방의 벽을 암만 찾아봐도 온도 조절기같은 건 기대하지 못하고......
덜덜 떨면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아침에 아주머니를 보자마자 "아주머니, 밤에 추워서 혼났어요." 라고 컴플레인을 했더니,
아주머니 대답, "다른 사람들은 뜨거운 걸 싫어해서 일부러 난방을 적게 땐다"는거다.
더이상 할 말이 없어서 후퇴. 

이런 저런 일로 이 아주머니에 대한 불만이 커져가기만 했었는데......... 
마지막날 대박이 터졌다.
다행히 그 대박의 대상은 내가 아니었다.

대박을 당한 선생님의 글로 이 페이퍼를 마무리할까 한다.

--------------------

오늘의 운세 -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있을듯

1. 8시에 게스트하우스로 출발하면서 여행사에 전화하려고 보니 핸드폰에 입력한 여행사 전화번호 날아감

2. 여기저기전화 안되어 김**선생에게 물어 여행사 전화번호 알아냄

3. 여행사에 전화 - 담당 과장 오늘 쉬는날이라네

4. 그냥 공항가서 해결하기로
.
.
.
8. 게스트하우스에 가자 아줌마 방값안냈다고 토마스와 이스마엘을 인질(?)로 잡고 있음

9. 28만원 내놓으란다.
카드되요? - 안돼!!
퍼득 은행입출카드있는것이 생각나 근처 우리은행 물어 쏜살같이 달려가서 30만원찾아옴

10. 찿아온 돈주니 아줌마왈 농협으로 보낸다던 30만원 선금안왔다. 내가 이리 신사적으로 했는데 이게 뭐냐 못간다 - 엥 황당!!! 시간은 벌써 9시 45분 기자회견가야하는디...

11. 변부장 우석균선생 다 전화는 안되고.. 우잉... 할수 없이 내 신용카드맡기고 공항갔다가 다시온다고 하고 게스트하우스 탈출. 미대사관 앞으로..공항으로.. 이스마엘 출국시키고

12. 게스트하우스가니 농협으로 30만원안들어 왔다며 농협통장 보란다. 진짜없다.
     아줌마 빨리 돈내놓으란다.  난감...

13. 마지막 반전 ; 옆에 외환은행인가 다른통장이 펼쳐져 있는데 거기에
크게 정말 크게 변** 300,000원이 찍혀있다.

14. 그재서야 아줌마 깨갱.....꼬리를 내리고 영수증 써준다.

15. 오늘의 운수가 이렇게 2시에 끝났다..힘든 하루였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날개 2005-11-16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황당할데가......ㅡ.ㅡ;;;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호랑녀 2005-11-17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어깨 주물러드릴까요?

가을산 2005-11-17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하기 싫은게 하나 있는데... 그 일본사람들은 자신들이 숙박비를 냈거든요?
한국돈도 없을텐데, 카드도 받지 않는다니, 은행을 알 리도 없고....
어떻게 해결했을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또 우리나라 이미지는 어찌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