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주 오랜만에 기억의 표면으로 떠오른 사람들
이메일로 "** 합창단" 선배님들께..... 라는 메일이 왔다.
그동안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어느덧 소원해졌던 합창부.
대학 때, 여러 동아리 활동을 했었는데, 그중 동아리 활동의 50% 이상을 합창부에 할애했었다.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합창 연습을 했고,
가을이면 정기공연을 했고,
정기 공연의 준비를 위해 여름에는 방학중인 근처 고등학교 음악실을 빌려서 뮤직캠프를 했고...
봄가을로는 MT가 빠질 수 없고, 겨울에는 진료 봉사를 갔었다.
봄이면 중간고사와 벗꽃놀이 기간이 겹쳐서 시험이냐 벗꽃놀이냐를 갈등하곤 했고....
현재 남아 있는 것은 시험 성적보다는 그때 벗꽃길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점에서 당시의 탁월한 선택에 스스로 뿌듯해 하곤 했다. ^^;;
어디서든지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레파토리의 대부분이 무반주곡이었던 것도 합창부의 특징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 안 어디서든, 학교앞 큰길가에서도, 노래를 불렀었다.
MT를 가면 몇시간씩 계속 레파토리를 바꿔가며 노래를 했었다.
한번은 서울역 광장에서 부르려다가 경찰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그렇지. 그때는 80년대였다.)
본과 2학년 2학기, 열댓과목의 임상과목을 배우기 시작하는 살인적인 스케쥴 속에서도
지휘자, 반주, 회장단등 역할을 맡아 공연 준비를 하다보면 '인격도야'와 '체력 강화'는 저절로 되었다.
학교 때 가장 친한 친구들, 가장 친한 선후배들도 바로 합창부 선후배들이었다.
어떻게 지난 10년간 잊고 있을 수 있었지?
OB 까페에 가보니 그때의 그 이름들이 있었고, 그 이름들과 함께 옛 추억이 밀려들었다.
보수적인 부모님 덕에 MT 한번 가려면 눈물바람에 농성까지 했어야 했었고,
연습이 끝나자 마자 '2차'도 못가고 - 실은 이게 더 추억거리가 되는건데 - 집에 와야 했었기에
함께 더 나누지 못했던 아쉬움도 컸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메일이 온 이유는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학교가 '의과대학원'으로 전환되면서, 신입생(단원)의 모집이 여의치 않아진 것이다.
"신입 회원의 모집이 저조하고,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재학생만의 합창 공연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 같다,
따라서 향후 합창단의 진로를 선배들과 의논해 보고자 한다" 라는 것이 메일의 요지였다.
'의과대학원'이라는 제도가 35년 전통의 합창부의 존폐에 영향을 미치다니, 정말 뜻하지 않은 일이다.
행사에 참석은 하지 못해도, 아직도 학교 한구석에는 쉬는 시간에 모여 아카펠라를 흥얼거리는 후배들이 있으려니.... 하는 추억은 이제 끊기게 되는걸까?
2. 칭찬 받다. ^^
뭐.. 직접 들은 것은 아니고, 준비위가 함께 기획한거고, 한 다리 건너서 들은거지만......
다음달에 있을 포럼 프로그램과 리플렛이 나왔다.
이 리플렛과 프로그램을 보신 분들이..... "어떻게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짤 수 있었지?" 하고
깜짝 놀라셨다는 소식을 어제 들었다.
하긴.... 연사들은 꽤 빵빵하다.... 그쪽에서는 상당히 알려진 단체들과 인물들이 오니까.
이제 문제는 홍보와 진행.
좋은 연사들을 불러놓고 텅 빈 청중석을 만들지 않게, 열심히 홍보할 일, 그리고
청중들이 실망하지 않게 원활한 진행을 하는 일이 남아 있다.
근데, 연자 한명의 행방이 여태 오리무중이다. 한명은 어깃장 놓고 있고....
아자아자! 이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