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연일 지진이 일어나고 있고, 그 여파로 우리나라까지 강도 4.0에 이르는 지진파가 미치는 판에
'인공 지진을 일으키자'는 생각은 어쩌면 미친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진지하게 이런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 만약 성공한다면 - 큰 피해를 줄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대륙판들의 경계부에 가해지는 힘은 시간이 감에 따라 점점 에너지가 쌓이게 되고,  이 에너지가 지진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그 빈도나 강도에 있어서 지극히 불규칙하다.  (irregularly irregular)
대륙판의 경계부에 쌓이는 에너지의 상태는 '임계상태'가 되고, 지진의 강도와 빈도 사이에 멱함수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멱함수적으로 발생하는 지진을 '예측'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밝혀졌고,
기껏 지진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예보/ 경보'를 내려 피해를 줄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여태까지의 한계이다.

그런데, 혹시 대륙판 경계부에 지진 에너지가 많이 쌓이기 전에 미리미리 소규모의 지진을 일으켜서 피해를 줄이는 것을 생각한 과학자는 혹시 없을까? 
마치 자연적인 작은 산불은 적극적으로 진화하지 않는 것이 큰 산불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예를 들면 대륙판의 경계부라고 생각되는 지역에 1km 간격으로 지하 깊숙히 vibrator를 심거나,
좀 더 단순하게는 깊숙히 구멍을 파놓고 정기적으로 화약을 터뜨리는 방식으로,
에너지가 쌓이기 전에 미리 지각 이동을 조금씩 일으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일으킨 첫 지진은 그 규모가 조금 클 수 있다. 
일본 같은 위험지대는 큰 지진이 발생한 직후에 인공지진을 시작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을것이다. 

문제는, 이론적으로는 전체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 하더라도
인공지진으로 인해 피해가 생기면 그 보상 문제와 정책 자체에 대한 회의가 따르기 때문에
이를 '정책'으로 밀고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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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5-03-22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맞불 : 혁명적 발상이라는 생각은 드는데요. 인공이라고 하지만 원폭 수준이 아니라 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주어야 할 것 같구요... 판 경계부까지 들어가는 깊이...또한... ...

암튼 품고품고 품으면 안되는 일이 없겠지요. 가을산님 손바닥에 지구가 작아졌네요. 대륙판도 말입니다. 스케일도 크셔라...ㅎㅎ 아쟈!입니다.

가을산 2005-03-22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마당님, 스케일은 무슨.... ^^;;
인공 지진을 위해서는 큰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워낙 '임계상태'에서는 아주아주 조그만 자극이 큰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같은 충격을 주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작은 지진이 생길 수도 있고, 큰 지진이 생길 수도 있어요.

제가 조금 전에 지질학과 교수이신 분에게 이 아이디어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대륙판의 경계부위가 정확하게 알려져 있는 경우에는 비슷한 시도를 해본 사람이 있답니다.
방법은 판의 경계부에 '윤활제' 역할을 하도록 다량의 '물'을 지하 터널을 파고 부어넣었대요.
관건은 '과연 판의 경계부가 어디냐'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인데, 이것이 어렵다네요.

마냐 2005-03-22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벌써 비슷한 시도를 해본 분이 있다는게 놀랍슴다. 암튼...가을산님은 '과학적 상상력의 힘'을 온몸으로 보여주심다. 단순히 공방 작품의 수준을 넘어서 말임다. 우후....

갈대 2005-03-22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발한 생각인걸요^^ 정말 벌써 해본 사람이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모래더미가 임계상태에 이르기 전에 툭툭 쳐서 무너뜨리면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일을 막을 수 있는 것처럼 가능성은(높진 않겠지만) 있어 보입니다. 지진 말고 다른 임계상태에도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