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동지. 어느새 또 한해가 지나 노숙자 추모제가 돌아왔다.
풍경 1.
추모제에서 추도사를 해달라는 주최측의 부탁이 지회로 들어왔다.
당연히 회장인 신모 선생이 할거라 생각했는데, 안하겠다고 하자, 갑자기 지회 회원들 간에 긴장이 일었다.
--> 송모샘에게 청탁이 들어갔다. --> 사양 --> 그렇다면 그럼 전임 회장인 이모 선생 --> 행사에서 발언하는 것을 지양하는 주의라서 사양 --> 나 -->무대 공포증이 있어 거부 --> 송모샘 --> 늦게 도착할 것 같다고 사양 --> 다시 이모샘 ..... 이렇게 해서 가장 맘이 비단결같이 착한 이모 선생님이 하게 되었다.
풍경 2.
퇴근 후 대전역으로 갔다.
광장 한쪽에 천막이 쳐져 있고, 분향대와 진행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한 100여명쯤 되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있거나, 촛불 없이 주위에 서있거나 한다.
기도와 추도사, 쉼터 입소자들과 활동가들의 노래 등이 이어진다.
분위기가 숙연한 것 같은가?
풍경 3.
하지만, 숙연하고자 노력할 뿐, 그렇지 못하다.
서울역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대전의 아저씨들은 그다지 점잖지 않으시다.
행사가 끝나고 나누어줄 팥죽과 차를 준비하는 테이블에 가서 '그냥 먼저 주면 안되냐'고 조르는 아저씨들,
행사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어이! 그만 해! 그만 해~~!" 하면서 위협하는 사람, (나도 그래서 식 도중에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
행사에 참여하는 아저씨들과 행사를 빌미로 불만을 표출하는 아저씨들 간의 긴장.....
술먹고 자기들끼리 시비가 붙어 싸우는 사람들....
풍경 4.
마침내 이** 선생님의 추도사 순서가 되었다.
이** 선생님이 앞으로 나와서 마이크를 잡고 말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우당탕! 하면서 무대 왼쪽에서 소란이 인다. 왠 남자 노숙자와 어떤 아주머니가 쌈이 붙은거다.
아주머니도 하나도 안 지고 서로 부둥켜 안고 구른다. 주위사람들이 말리느라 몰려들고....
결국 이** 선생님이 추도사를 30초 만에 끝내고 들어오셨다.
(이래서 서로 안하려고 한 거다. 작년에 다른 분이 추도사 했을 때도 어떤 분이 "니네 부모가 죽었어도 이렇게 길바닥에서 할거냐?"고 소리쳐서 중단된 적이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징크스가 되지 않을까? )
결국, 무사히(?) 추도식은 끝났지만.....
이런 행사가 얼마나 이분들에게 의미가 있을 것인지,
이 행사에 참여하는 나 자신은 얼마나 진심인지 회의가 드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