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큰애 시험이 끝나고,
오늘은 '모두다 하루종일 놀자!' 고 약속한 날이다.

애들은 오전에는 집에서 놀고, 오후에는 밖에 나가서 논다고 한다.
(이것들이 좀 나이 먹었다고 엄마랑은 안놀아주려고 한다! 다른 엄마님들, 아이들이 크기 전에 미리미리 놀아두세요.  )

하늘을 보니 구름 한점 없는 것이, 정말 집에서 보내기 아까운 하늘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꼭 밖에 나간다고 해서 더 잘 쉬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창가에서 하늘과 창 밖의 공원을 내려다 보면서 책을 읽다가 낮잠을 잤다.

오후에는 그래도 바람은 쏘여야 겠다는 생각에,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바퀴 돌았다.
집 근처는 평지라서 별 힘 들지 않고도 꽤 멀리까지 갈 수 있다.
그런데, 가로수로 심겨져 있는 은행나무 밑에 은행알들이 떨어져 있다!

가방 안에 있던 비닐봉투 하나를 꺼내서 은행들을 보이는대로 주워담으면서 다니다 보니, 훌쩍 한시간이 지나 있었다. 누가 보면 이상한 아줌마라고 했을 것 같다. 길거리에서 무얼 자꾸 줍고 다니는 걸 보면.

은행이 끝물이라서 떨어져 있는 수는 많지 않았다. 또 나보다 먼저 은행 과육은 벗겨버리고 알맹이만 가져간 사람들의 흔적도 꽤 있었다. (집에서 벗기면 냄새가 나니까, 냄새나는 껍질은 도로에 버리고, 냄새가 덜나는 알맹이만 가져간다. 이건 완전히 민폐다!)

집에 돌아와서 알맹이를 골라내서 씻어서 마르라고 종이 위에 펴 놓았다.
세어보니 77알이다. ^-^

어쨌든..... 잠시였지만, 멀리 단풍놀이 간 것 못지 않은 괜찮은 외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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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4-10-10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도 평화로운 오후여요.....

ceylontea 2004-10-10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살던 동네(삼청동)은 정말 은행이 많았었어요.. 일단 나라에서 한번 털어가면 나머진 주민들이 가져도 되었던 것 같아요.
동십자각 있는 쪽에서 경북궁 옆길로 예전 집에 가는 길까지 예쁜 은행잎 길을 걸었던 때가 있었지요.. .거리는 예쁜데, 은행 냄새는 고약했었답니다.. ^^

sooninara 2004-10-10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근처 가로수가 은행 나무라서..요즘엔 떵냄새가 진동을 한다지요^^

가을산 2004-10-11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취는 좋은데, 흐흐.... 그 냄새는 정말 문제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