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립간님의 "가을산님께 보내는 세 번째 편지"

주제가 굉장히 광범위해진 것 같습니다.
다른 부문들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견해의 확인이 이루어진 것 같은데,
마립간님의 글 중 개신교에 대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 굉장히 의외였고, 그 경위가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 계속 실망을 반복하면서도 기독교에 대한 관심을 끊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저의 사정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유아세례를 받고 천주교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대학생때까지 성당에 다녔고,
중고등학교는 감리교 미션 스쿨에 다녔습니다.
성당에서는 주일학교, 성체성사, 견진성사를 위한 교육도 받았고, 창세기에 대한 교육자 프로그램도 이수했습니다. 수도원에 묵상을 주로 하는 '피정'도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학교에서는 매주 예배를 보고 성경이라는 과목을 배웠습니다. 학생 수준에서나마, 친구들에게 교리와 믿음에 대한 상담역도 했었습니다. 예수님과 하느님의 사랑, 섭리에 나의 생활과 기도를 일치시키고자 노력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경험해보지 않은 '비기독교의 세계관'을 경험해보아야 할 것 같다는 충동이 쌓여갔습니다. 이런 면에서, 성인이 된 후에 기독교에 귀의하신 분들의 선택이 늘 궁금합니다.
본과3학년때 떠나보기로 결심을 했는데, 그때 시작된 여행이 아직도 끝나지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은 다시 기독교인이 된다는 기대를 거의 접고 있습니다.

더이상 성당에 다니지 않게 된 후에도 기독교 신학에 나름대로 여러 방면으로 접근했다고 생각하고, 같이 활동하시는 여러 성직자, 신자들과의 대화의 끈도 놓지는 않고 있습니다. 저에게 '포교'하려는 사람들의 설득에 늘 귀기울여봅니다만, 늘 씁쓸한 실망을 느낍니다.

저의 경우, 예수님의 기도 - 주의기도 - 는 그 한줄 한줄에 공감을 합니다. 이 기도는 요즘도 가끔 마음속에 되새깁니다.
그러나 '사도신경'은 거의 한줄도 공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만'해서 그런것이라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요즘은 아는 종교인들에게는 '차라리 예수님 스카우트가 있다면 가입하겠다.'고 농담을 합니다.

기독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에는 '易敎' 적인 요소와 '難敎'적인 요소가 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 종교는 '易敎' 적인 요소가 강한 교파가 득세하고 있습니다.
(마치 자본주의가 경쟁력이 강해서 득세하고 있는것과 마찬가지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저의 '구원'이나 '영생'을 바라지 않게 되었다는 것으로 인해
'신자'가 될 동기가 없어져버린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관심의 초점도 좀 더 현세적인 것으로 옮겨갔구요.

그냥, 제가 요즘 이렇습니다.
종교를 선택하신 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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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9-02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결혼전에는 저희 친정아버님이 기독교, 천주교 모두 너무 너무 싫어하셔서 아무 종교도 믿지 않았습니다. 제가 종교에 대한 선택이 가능할 때 믿기로 했지요.
그런데, 결혼을 하니 시댁의 종교가 기독교더군요. 그것도 독실한 기독교 가정입니다. 저희 시부모님보다 아주버님댁이 훨씬 독실하십니다. 요즘은 주 40시간 근무제가 되고나서 아주버님하고 형님은 금요일에 철야기도를 드리고 토요일, 일요일도 하루 종일 교회에 계십니다.분당 사시는데 교회는 서울 강서구에 있습니다... 전 그분들 믿는 모습이 이해가 안갑니다.. 제가 아직 믿음이 없어서이겠지만... 그냥.. 그렇게 믿고 있는 모습만에도 질려서 믿고 싶지 않더군요..(물론 다른 이유도 있지만...)
제게 있어서 종교의 선택은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BRINY 2004-09-0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저의 '구원'이나 '영생'을 바라지 않게 되었다는 것으로 인해
'신자'가 될 동기가 없어져버린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구원이나 영생 때문에 종교를 가지나?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종교든 기복신앙이 되어버린다'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가을산님의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신자들은 이런 생각 자체가 교만한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나, 종교 없어도 착하고 바르게만 살면 되는 거 아닐까요. 아직까지는 종교란에 [천주교]라고 쓰고는 있지만, 그건 혹시 나중에 돌아가고 싶을 때 돌아갈 자리를 마련해 놓기위해서, 그리고 끈질기게 개신교를 전파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머리를 쓴 결과일 뿐입니다.

2004-09-03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03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