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아카데미의 진행을 맡아오셨던 권모 교수님이 여름 휴가인 관계로, 그동안 서양의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해오던 것에서 시야를 돌려서 동양, 그리고 우리 나라의 정치철학 혹은 사회과학에 대해 이번달과 다음달에 강사를 초빙하기로 했었다.

이 모임의 좌장격인 신모 선생님이 연줄연줄 졸라서, 서울에서 강사분이 오셨다.

실은 '동양의 정치철학' 하면 지루하고 어려우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어제는 '세계사와 중국문명'이라는 텍스트를 바탕으로 해서, 세세한 학파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문명이 성립하면서부터 근현대까지의 문화와 사상의 발전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각 문화간의 문화 발달의 패턴의 유사성을 짚어나가는 내용이었다.

이 강의 말미에, 중국의 경제적인 부상이 세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현재처럼 인간의 욕망과 성취를 극대화시키는 자본주의 체제를 지구가 과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것인지, 거기에 중국의 급속한 자본주의화, 산업화로 인한 자연 파괴는 치명적인 결정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말을 했다. ( 참고로, 이 사람은 동양의 종교와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이지, 사회주의자는 아니다. )

참 요즘 신기하다.  아니면 내 귀와 눈이 이상하거나. 어떤 분야에 대해서 들어가보아도, 결론 혹은 미래에 대한 우려는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다.

이 강사는 인간의 본성이 이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정도로 성숙하지 못한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나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 

앞으로의 형세가 경착륙이 될지, 연착륙이 될지, 그것이 문제일 것이다.

지금대로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면 경착륙이 되는 것이고....  이때 피해를 보는 것은 대부분 제3세계 사람들이다.  1세계야 이렇든 저렇든 살아남을거다. '미개한' 나머지 세계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면서.

아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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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7-26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우리는 1세계인가요, 3세계인가요?

마냐 2004-07-26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정말이지...저도 요즘 모든 문제가 한곳으로 귀결되는 느낌...비슷한 기분이던데...저만 이상한게 아니었군요....근데, 늘 답답합니다....님은 이렇듯 열씨미 학구열까지 불태우시다니...정말 형님으로 모시지 않을 수 없슴다.ㅋㅋㅋ

가을산 2004-07-26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볼때는.... 1세계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는 2.5세계일 것이고(여타 3세계 국가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을 겁니다.),
제3세계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 나라 기업들의 진출과 자원 착취가 1세계와 전혀 다르지 않아서 우리도 1세계의 변두리에 꼽살이 끼어있는 것으로 보일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어정쩡한거죠.

우리 나라는 제3세계처럼 자원이 풍부하지도 않고, 1세계에 비해서 자본의 축적이나 기술 경쟁력이 강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경관이나 문화재가 뛰어나서 관광객이 몰려오지도 않고...
그러다보니 여태까지처럼 수출중심의 경제성장을 추구해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WTO같은 곳에서 한국의 경제 관료들은 상당히 강하게 신자유주의에 찬성합니다. 재경부의 정책 기조도 그렇구요.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는 우리 자신이 문제인데,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세계화 자체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자기와 직접 연관된 분야의 시장개방에 반대하는 것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의 반세계화 운동, 반전 운동이 제3세계에서보다 활발하지 못한 것 같아 보입니다. 그동안 민주화 운동이나 노동운동이 보여주었던 저력에 비해서 반세계화 운동의 움직임은 무척 조용합니다.

신자유주의에 강력하게 편승해서 수출로 먹고 살것인지, 그래서 경착륙이 되어도 그 아비규환 속에서 1세계의 변방으로 살아남을 것인지,
반신자유주의(그 속에도 무척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합니다.)의 가치를 밀고 나가든지....
무척 어렵지만 그와 함께 가치관 변화, 소비생활양식의 변화, 에너지 정책의 변환 등도 동시에 이루면서 공존을 모색하든지....

어느쪽이든 참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시간은 얼마 없는데...

하얀마녀 2004-07-2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지고 있던 어두운 미래에 대한 걱정이 가을산님의 글을 통해 실체화되는 느낌이 듭니다. 오늘도 가르침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