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집안팎으로 일이 많았던 달이었지만,
그래도 했어야 했던 것들, 챙겼어야 했던 것들을 너무 많이 놓치고
그저 바라보다가 지나쳐버린 면이 있습니다.

요즘 '당신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가'라는 책을 보고 있는데,
여러 나라(그래도 주로 유럽)의 사회학자들이 보는 세계에 대한 관점들을 그 사람에 대한 짧은 소개와 더불어 공통된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 그리고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처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가지 관점을 짧은 시간에 볼 수 있게 해주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중 피터 그로스라는 사람의 '다중선택사회'에 대한 설명이 요즘 저의 상태를 잘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그로스는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와 비슷한 출발이지만, 벡은 사회적인 시스템 쪽에 더 중점을 둔 반면, 피터 그로스는 개인적인 존재감에 더 중점을 둔 것 같습니다.
그로스의 설명을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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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스에 따르면 기술과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은 전통질서를 약화시키고 뜻밖의 많은 가능성을 선사한다. 그래서 다중의무사회로부터 다중선택사회로의 길이 마련된다. 전통, 의무와 확신의 상실, 그리고 가능성의 증가는 인간을 변화시켰다. 진보의 확고한 신념은 '세계의 탈주술화'를 촉진시키고, 항상 새로운 생활영역과 실존차원에 실험공간을 열어놓게 된다. 그로스의 주장처럼, 이것에 따라 '가능성과 현실성 간의 거리'를 가능한 서둘러 극복하려는 기대로 들뜨고, 진보에 세뇌된 인간은 계속 동요하게 된다. 개인은 분명하게 압축된 시간 안에서 과도한 가능성을 성취해야 하는 중압갑에 빠진다....
- 중략-

(현 사회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저는 우리 사회의 긍정적 측면을 해방과 선택을 통해 생겨난 자유에서 봅니다. 우리는 전수되어진 유산과 확신들을 대규모의 과제들로 변형시켰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회는 이중장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부정적 측면들은 방향상실감, 불안정감, 그리고 불확실성입니다.
-후략-

(이어서 그는 이상적 사회로 다음을 제시합니다.)
이상사회 또는 이상향은 인간다움을 인정할 때에 비로소 이뤄집니다. 초인간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인간적인 것입니다. 이곳과 저곳 사이를 오가면서, 인간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본성을 지닌 존재인 것입니다.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긴장하면서, 또 번갈아 괴로워하고 즐거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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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과도한 정보가 오히려 혼란을 주듯이, 요즘 과도한 관심사와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안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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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4-0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는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신거죠? 그럼 안 되요~꼭이요~

진/우맘 2004-04-0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그러고보니 근사한데요, '가을산의 봄서재'^^

가을산 2004-04-01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서재를 구조조정 하다뇨... 대츠 임빠써블! ^^
요즘 조금 꾀를 서서 페이퍼는 조금 올리면서, 남의 페이퍼 구경만 열심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