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B군 책 보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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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B군 책의 서평을 쓰더라도 객관적이지 못한 글이 되리라는 것을 서재지기들은 다 아실 터이니 생략하고,
서평이 아닌 fact를 간단히 적자면, B군 책 덕에 제가 편해지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도대체 B군의 무엇이 가을산을 그렇게 잡아 끄는거야?'라는 질문에 답을 하려 이런 저런 설명을 해도, 그저 나의 주관적인 느낌을 늘어놓는 것으로 끝날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젠 "그 사람 책을 한번 읽어봐. 그럼 알거야." 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a
2. 불량 환자
세상의 환자들이 다 나와 같으면, 의사들이 무척 속 썩을 것 같다.
메니에르씨 병의 증상은 주로 이명, 어지러움, 청력 감소인데, 완치라는 것은 없고, 같이 살아가는 병이다.
청력은 회복과 악화를 거듭하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면 청력이 떨어진 채로 고정이 되기도 한단다.
지난번 이비인후과 샘이 처방해 주신 약을 보면 이뇨제와, 스트레스와 어지럼증을 줄이기 위한 진정제와, 보조적인 약인 기넥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밖에 증상의 완화를 위해서는 카페인도 피해야 하고, 소금은 하루 1그람정도 먹어야 하고, 물 적게 먹고, 잘 쉬어야 한단다.
그런데 이 불량 환자 보게나.
진정제 -> 안그래도 할 것이 많은데 진정하고 싶지 않음. 따라서 먹지 않음.
이뇨제 -> 화장실 자주 가게 되어서 귀찮음. 빼자.
결론: 기넥신만 복용 (효과는 미지수)
소금 하루 1그람? - 한국의 식단으로? 반찬 없이 밥만 먹고 산다면 가능할 것 같다. 거의 포기.
카페인을 마시면 이명이 더 크게 들리는 경향이 있으니 피해야 한단다. 그런데, 20년이 넘도록 진한 블랙커피를 하루 두 번 공급받아 온 나의 뇌세포들이 갑작스런 카페인 삭감에 파업을 일으키지는 않을까? 이명 까짓거 좀 커도 참지 뭐. 통과.
결론: 물만 좀 적게 먹음.
이러니 증상이 낫지 않는가보다.
귀 멍멍함과 첼로 소리와, 어지럼증이 교대로, 혹은 동시에 엄습하는데, 그런대로 적응하고 살만은 한 것 같다.
이렇게 까불다가 진짜 '현훈' 맛을 제대로 보아야 불량환자가 개과천선하려나...
3. 신종독감보다 더 대단한 한국의 고3
지난 주말에 큰애가 갑자기 고열이 났다.
건장한 10대가 이 계절에 열이 39도로 오르고, 목아프고, 숨 쉬기 갑갑해지는 병이 달리 별로 없다.
목을 보니 편도선이 부은 것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발적만 되어 있음.
진단 기준에는 맞다. 요즘은 입원환자가 아니면 굳이 검사로 확진하지 않는다.
(간이키트는 정확성이 떨어지고, PCR은 결과 나오려면 시간이 걸려서 그 이전에 처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타미플루를 처방해서 먹였다.
월요일이 되자 열은 내렸는데, 나머지 증상은 여전하다. 중간고사였지만 전염을 우려해서 학교에 보내지 않고 담임선생님께 전화했다.
담임: 그래도 시험인데 보내셔야 하지 않나요?
나 : 그래도 되나요? 독감이 의심되면 학교에 보내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담임: 내신도 관계되는데, 왠만하면 보내세요.
나 : 그럼 감기 증상이 있는 학생들을 별도의 장소에서 시험을 치게 하는지요?
담임: 아니, 그렇지는 않습니다.....
결국, 타미플루를 먹이기 시작한지 이틀이 지난 화요일에, 간이 검사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서 아이를 등교시켰다. (원칙대로 하자면, 일주일간 등교하지 말아야 한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아이들이 열나고 감염 증상이 있어도 약을 먹여서 열만 떨어뜨려서는 학교에 그냥 보내는 것 같다. 이러니 학교에서 열심히 체온을 체크해도 헛일이다.
대단한 대한민국의 고3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