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이리 다를까?

시국선언을 조직하는데, buddy가 내 이름을 명단에서 임의로 뺐다고 한다. 공무원이라고.
그 이야기를 듣고는, '그렇게까지 조심해야 하나?'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아침, 남편이 '당신 혹시 대전시 보건의료인 어쩌구 하는데 서명했어?' 라고 묻는다.
동료 교수들이 선언에 동참하라고 메일을 계속 보내서 자기는 성가시다고....
한술 더 떠서 내가 이름을 올리면 나 때문에 자기까지 보직에서 사퇴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놈의 보직, 뭐 그리 애지중지할 거라고.. )

이거 왠 오버냐???? ㅡ,ㅡ


반박을 했다.


내가 당신더러 왜 시국선언에 이름 올리지 않느냐고 따지지 않는 것처럼
당신도 내가 내 이름을 올리던 말던 내 생각을 존중해야 할 거 아니냐고.

그리고, 공무원이 아니라 개인으로서 자기 이름과 생각을 밝혔다고 해서
본인 뿐 아니라 남편까지 보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면,
그게 제대로 된 세상이냐, 정말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어쨌든 이름 올리면 이혼이야..' 이러면서 나가는데... 그 뒤꼭지에 대고 답했다.
'이혼하고 싶으면 그냥 말해. 이런 걸 핑계로 들이대지 말구..'


ps. 평소에는 부부 관계가 이렇게 살벌하지 않다. 정치 이야기만 안 나온다면...

2. 갈수록 태산...

기>

몇 주 전에 일터 근처의 노숙자 A가 노숙자 B를 데리고 왔다.
환자는 얼굴이 창백하고 언듯 보기에도 위중해 보였다.
그분을 진료한 옆 방 선생, 내가 노숙자 진료센터랑 관계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상의를 해왔다.

입원시설도 없고, 상주 의사라고는 갓 의대 졸업하고 온 공보의 한 명 밖에 없는 시설이지만, 대전 시내에 달리 보낼 곳도 없기에 구급차에 태워서 희망진료센터로 보냈다.
그리로 보내면 최소한 그냥 버려두지는 않을 것을 알기에.  

환자는 결국 진료센터 간사가 이리저리 사정하고, 개인적으로 연대보증을 서서 국립대 병원인 C 병원에 입원하였고, 얼마 전, 병명이 밝혀졌다.

위암 말기에 간경화증.
거기다가 입원과 함께 갑자기 술을 못 마시게 되어서 알콜 금단증상인 '진전섬망'이 심하게 왔다고 한다.

승>

오늘은 그 환자를 데려왔던 노숙자 A가 아파서 왔다.
외상도 있었고, 최근에 금주 치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걸음 걷기가 어렵다고 했다.
느낌에 이 분도 진전섬망이 곧 나타날 것 같다.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원래대로라면 이분도 구급차에 실어서 큰 병원으로 보내야 했다.
그런데
궁리 끝에 결국 이 사람더러도 희망진료센터로 가라고 했다.
이번에는 구급차로 보내는 대신에 내 돈 1만원을 주고 택시를 타고 가라 했다.

전>

왜 종합병원에 보내지 못했을까?
왜 택시를 태워 보냈을까?
여기에는 무척 복잡한 경제적, 관료적인 딜레마가 깔려 있다.


배경 1.

위암과 간경화 진단을 받은 환자 B가 진전섬망에서 회복되자 이내 병원에서 도망쳤다. 아마 치료비 부담 걱정에 그런 것 같다.
차라리 병원에 그냥 있는 상태라면 환자의 딱한 사정을 내세워서 여기저기 치료비를 구해볼 수 있으련만, 이미 사라져 버렸으니... ㅡ,ㅡ 
그 환자의 진단, 치료비 200여만원을 고스란히 진료센터와 센터 간사가 물어내야 하게 되었다.
그 환자를 보낸 나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사정을 알면서 비슷한 환자를 또 보내다니, 정말 면목이 없는 일이다.

배경 2.

대전에는 공공 종합병원이 없다.
모 국립대 병원이 있기는 한데, 다른 시도의 시립병원과 같은 역할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시민단체 등이 공공병원 설립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작년에 다른 구 보건소에서 희망진료센터에 결핵에 걸린 노숙인 C씨의 치료를 의뢰해 온 적이 있다. 공공병원은 없고, 결핵으로 위중한 노숙인을 길거리에 둘 수도 없고 해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인구 150만인 대전광역시에서는 이 환자를 해결하지 못하고 남부지방의 모 도시에 있는 결핵병원에 입원시켰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병원조차 보호자 없고 열까지 오르는 그 환자를 퇴원조치 시켰고, 그 환자는 혼자서 그 몸을 이끌고 다시 대전의 진료센터로 찾아 왔다.

공공병원 설립을 요구하는 측에서는 이 사례를 들어서 공공병원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이런 사실이 기사화 되었다.


이에 대한 대전시의 반응은?


애초에 그 결핵 노숙인에 관해 상담을 해온 보건소의 담당자더러 '일 처리를 잘못했다'고 질책을 했다고 한다. 다른 방도가 전혀 없는데, 담당자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이번 사례를 들은 어떤 기자가 B씨의 건도 기사화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진료센터 관계자가 기자를 만류했다.
이유는.... 내가 다칠지도 모르기 때문.

결>

이런 마당에 환자를 또 보낸다...?
그래서 면피를 위해 구급차 대신 택시를 이용하게 했다.
‘보건소서 보낸 것이 아니다’라고 오리발 내밀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 ㅡ,ㅡ

어떻게 했어야 할까?

보건소 구급차에 태워서 국립대 병원으로 보냈어야 할까?
공공병원이 필요 없다는 시청 담당자에게 환자를 보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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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2009-06-10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쓰레기(노숙자라서 쓰레기가 아니라 하는 짓이) 하나 때문에 좋은 일 하는 분들이 날벼락 맞게 생겼군요. 200만원이면 풍선껌이 도대체 몇개인가... 엉엉엉...

저는 오늘 이틀 연속 하한가 가는 바람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지요. 엉엉엉엉엉...

그나저나 '이혼하고 싶으면 그냥 말해. 이런 걸 핑계로 들이대지 말구..'(왠지 이휘향, 양금석 톤일 것 같은) 대사 너무 멋져요. 드라마의 한 장면 같네요.

2009-06-14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5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9-06-20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없음

안녕하세요. 승주나무입니다.
알라딘 서재지기와 네티즌들이 함께 시국선언 의견광고를 하려고 합니다.
알라디너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참여의사를 댓글로 밝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강요는 아닙니다^^;;

즐찾 서재들을 다니면서 댓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남기는 스팸성 댓글이지만 어여삐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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