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태우스님의 "드디어 <태극기>를 보다"

평론가들의 영화를 보는 태도에 대해 500% 동의합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평론이 감성을 좀먹는 경험을 했기에...

실은, 전 피아노를 전공할 뻔 했는데, 예술계 중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향상 음악회'라는, 같은 학년 친구들 앞에서 연주를 하는 시간이면 친구들의 연주에 대한 평가를 노트에 적어야 햇었구요(터치가 어떻다, 표현이 어떻다..), 유명 음악인의 연주회에 가면 이사람 음악에서 무얼 배워야 하나 귀를 세우고 듣곤 했구요, 친구나 지인들의 연주회에 가면 '친구가 실수를 하면 어떡하나..' 맘졸이면서, 응원하면서 들었답니다.
몇 년을 이러다 보니 음악을 순수한 음악으로 들을 수가 없게 되어버렸답니다. (나만 그런건지도..)

요즘은요? 음악을 거의 듣지 않지만... 어쩌다 피아노 학원에서 들려오는 초등학생이 치는 간단한 소나티네에도 참 아름답다는 느낌, 저정도 치느라 수고 많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전공자들이 들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전공자는 들을 수 없다니, 참 아이러니하죠?

작년에 피아니스트 겸 대학 교수로 있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저희 동기들 중에서는 꽤 인정받는 친구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그때는 왜 내가 치는 소리가 내 맘에 그렇게도 안들었는지 몰라. 지금 생각하면 그정도 칠 때 좀 더 즐기면서 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다'고 했더니, 그친구가 하는 말...
'난 지금도 내가 치는 음악이 맘에 안들 때가 많아'

참으로 어려운 길, 빨리 바꾸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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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2-15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의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의사 분이 피아노가 취미면 더 멋지겠군요^^

가을산 2004-02-16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젠 피아노가 취미 아닙니다.
칠 때도 맘에 안들었는데, 그만두고 연습을 안하니까 더 맘에 안들고 속상해서 이젠 더이상 치지 않습니다. ㅜㅡ

참, 저와는 반대로, 전공을 하지 않음으로 취미를 살린 사람도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게 취미인 사람인데요, 전공을 하거나 직업으로 하면 사진이 싫어질 것이 두려워서 직장은 따로 잡으면서 취미를 프로급으로 합니다. 부인도 고궁에서 사진을 찍다가 만났다는 로맨틱한 스토리도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