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들레 씨앗 모으기

요즘 아파트 화단이나 유성천 천변에 민들레가 한창이다.
실은 1-2주 전서부터 피기 시작했다.
민들레 나물에 맛들리기는 했는데, 도심에 나는 민들레를 캐서 먹기는 조금 거시기하고 해서
'주말농장에 민들레를 키우자' 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주말에 1차로 모은 씨앗을 뿌렸고,
이번 주도 계속 모으고 있다.

하다보니까 채집하는 요령도 생겼다.
바람에 날리는 낙하산 부분을 같이 모으면 씨앗끼리 엉겨서 나중에 뿌릴 때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씨앗만 모으는데, 손으로 일일이 떼어 내는 것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그래서 홀씨가 익었음직한 것(밑둥이 통통하고,  살짝 벌려 보았을 때 색이 갈색인 것)을 벌어지기 전에 따서 씨앗 부분은 남기고 홀씨부분을 통째로 뜯어낸다.
나중에 집에 와서 씨앗을 꽃대에서 살살 털어내기만 하면 된다.

몇일 전 직장 상관이 "김선생은 참 마음이 순수한 것 같아. 창가에 민들레도 키우고.." 하고 덕담을 했다.

이런, 다들 내가 '순수한 마음'으로 민들레를 키우는 줄 안다.
실은 민들레 캔 것 중에 뿌리까지 너무 완벽하게 캔 것 두개만 창가에 수경재배했던 건데...
그것도 씨앗을 받을 목적으로 키운건데...
차마 나의 실용적인 의도를 사실대로 밝히지 못하고 "그게... 순수한게 아닌데...." 하며 머릴 긁을 수밖에. 


2. 보리의 근황

주말마다 가서 나름 쑥을 열심히 솎아내고는 있는데,
푸릇푸릇하고 억세기조차 한 도심의 보리와 비교하니, 영 힘이 없는 게  장래가 유망하지 않다.

땅을 조금이라도 파고 심을 걸 그랬나?
먹는 보리를 사지 말고 종자를 뿌릴 걸 그랬나?
씨 뿌리기 전에 제초제로 다른 풀을 제거하고 뿌릴 걸 그랬나?
다국적기업의 종자는 재생산이 안되게 한다더니, 혹시 이 아이들도 다 불임 아니야?

생각은 많은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못먹어도 고다.
심은 곳이 도시지역보다 기후가 더 차다는 것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본다.
최악의 경우에도  그곳 아저씨에게 말했듯이 '저 여기서 쑥 재배하고 있어요'라고 생각하든가.


3.  FTA

FTA 협상 결과라고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발표한 자료를 보면
양쪽에서 하는 말이 조금씩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쪽에서 불리한 것은 슬그머니 발표에서 뺀 반면, 저쪽에서는 강조하기도 하고,
위원회에서 상의하기로 한 것(즉, 내정간섭의 길을 열어준 것)을 '막아냈다'고 둘러대기도 하고....

정확한 것은 본문이 공개되어야 알텐데.
공개된다 하더라도 이면합의랑, 협상 과정의 구두언질은 여전히 장막 뒤에 있을 것이다.

TPA 가 만료되어서 다른 나라들은 'FTA 의 압박으로부터 한시름 놓게 되었다'고 한숨 돌리는데
우리만 그 뒷치닥거리를 하게 되다니....  면목이 서지 않는다.

4. 숫자

어제오늘 '의사들 평균 수입이 3억이네' , '지난 10년간 동네 의원이 70% 늘었네' 하는 뉴스가 돌고 있다.
그런데 이 숫자를 보면 참 웃긴다.

1) 그 '수입'이라 함은, 보험공단에 청구한 돈과 환자에게 받은 돈을 다 합한 것을 말한다.
즉,  지출한 것을 빼기 전의 수치이다.  
이것을 다른 업종에도 적용하면, '중국집 1년 매출액 = 중국집주인 수입'이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중국집 주인들이 이런 뉴스를 보면 발끈할 것이다.
음식 재료비, 배달 오토바이 및 기름값, 직원 월급, 4대보험, 각종 세금, 음식 재료비, 가게 월세, 인테리어 유지비 등으로 나가는 돈은 하나도 빼지 않고 자장면 값의 총합을 '수입'이라고 한다고. 

2) 지난 10년간 동네 의원이 왜 70%나 늘었을까?
동네의원 하는 것이 돈 많이 벌어서?  No.
정답은 배출되는 의사들이 늘어서이다.
동네의원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배출되는 의사가 적다면 의원 수는 늘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동네의원이 아무리 돈을 못 벌어도 배출되는 의사가 많다면 의원 수는 늘 수 밖에 없다.
단 한번도 유급 당하지 않고 졸업한다고 해도(이런 경우는 전체 의대생의 반도 채 안된다) 수련과정과 군복무를 마치면 14년의 젊은 날을 이 방면으로 투자한 것이다. 덕분에 사회 생활은 젬병이다. 
이렇든 저렇든 취직 아니면 개업인데, 취직 자리는 어느정도 고정되어 있고 그나마 나이가 들면 눈치 보인다.  결국은 개업을 하는 수밖에.

3) 의사들은 개원 자리가 포화 되었다고 하는데,  그리고 배출되는 의사 수가 너무 많다고 하는데....
의사 1인당 국민 수를 보면 우리 나라는 아직도 OECD 국가들 중 꼴찌다.

4) 해마다 내는 의료보험료는 오른다. 봉급쟁이들이나 자영업자들이나 불만에 입이 삐죽 나온다.
그런데 해마다 보험공단의 의료비 지출은 더 많이 늘고 있다. 
일부는 보험 인정범위가 넓어져서이고, 더 큰 원인은 노령 인구의 증가 때문이다.
많이 내는 것 같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의료비 지출 비율은 낮은 편이다.

이래저래 체감되는 것과 숫자의 크기는 그다지 상응하는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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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0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07-04-10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 숫자에 대한 마립간 개인적 의견을 담은 첨언
우리나라은 다른 나라에 없는 약국 처방(약사의 진료라고 비약하지 않더라도), 한의학 계열, 민간요법 등을 포함하면 국민 경제의 의료 부담이 적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양방의 경우에도 암환자의 경우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환자의 행태까지 포함한다면)

가을산 2007-04-10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원초적인 마음'도 순수한거라면야.... ㅎㅎ

마립간님/ 부분적으로 동의합니다. 의료비 지출에 있어서 중요한 곳에 지출하기보다는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는 경향도 크구요.
그나저나....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honeymoon입니까? 아니면 headache moon 입니까?

마립간 2007-04-11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저는 honeymoon도 아니고 headache moon도 아니고 안정적이고 평이합니다. 나이들어 결혼한 것의 장점이자 단점이죠. 저는 편안함이 좋습니다. 옆지기가 '이건 신혼이 아니고 결혼 10년 차야.'라고 불평아닌 불평을 합니다. 단지 저의 불만은 하루의 결혼식을 위해 너무 많은 정력을 소비한 것이 아깝지만 이미 지나갔습니다.

가을산 2007-04-11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honeymoon보다 더 좋은 안정문이시군요.
저도 결혼식이라는 행사와 그에 수반되는 각종 절차가 너무 낭비라는 생각을 해요.

호랑녀 2007-04-17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마립간님 결혼하셨어요?
이러니... 자주 와야지...ㅠㅠ

아참, 잘 지내시지요? 잘 지내신 듯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