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아침, 러시아워를 피해서 6시 30분에 행사장인 '까사라니' 스타디움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일찍 출발한 덕인지 길이 막히면 1시간도 넘게 걸린다는 행사장에 단 15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덕분에 아무도 없는 행사장의 모습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 사진은 세계사회 포럼의 조직 본부와 프레스 센터가 있는 곳입니다.




스타디움에서 포럼을 연다고 했을 때, 어떤 구조로 세미나실을 배치할지 궁금했습니다.
막연히 운동장에 가건물을 지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행사장을 스타디움 안쪽에서 찍은 아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운동장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대신에 관중석의 아랫 부분에 흰 천이 씌워져 있습니다. 



그 관중석에 들어가 보고서야 아하! 하고 무릎을 쳤답니다. ^^
관중석 중간 중간에 스티로플로 벽을 만들고, 흰색 천은 천정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이곳은 300명 이상 들어가는 '세미나실'입니다. ^^


 

 

 

 

 

 

 

 

 

스타디움을 이용한 포럼장 만들기가 얼마나 '혁신적'인 아이디어인지는 2004년도 인도
뭄바이에서 열렸던 세계사회포럼장 모습을
찍은 왼쪽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수백개의 가건물을 통째로 다 지으려면
무척 힘들었을 겁니다.
그나마 뭄바이의 영화산업이 발달해서 세트장
짓는 솜씨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비하면 천과 스티로풀과 플라스틱
파이프만으로 간단히 개조한 아이디어가 
아주 비용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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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시작 시간이 가까와 져서 사람들이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8시 30분부터 첫 세션이 시작되었는데,
첫날 첫 시간에 제대로 프로그램을 운영한 곳은 극히 적었습니다.
왜냐하면 포럼 조직위 직원들이 미리 오지 않아서 (하쿠나 마타타!!) 참가자들의 '명찰'을 내주지 못해서 일반 참가자들은 물론, 프로그램을 조직한 참가자들까지도 입장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래 사진은 사회포럼과 같은 기간에 한쪽에서 진행된 세계보건포럼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사람들은 미국, 이집트, 짐바브웨, 브라질, 인도, 남아공에서 온 참가자들입니다.
거의 세계보건포럼의 운영위원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포럼도 수월하게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사진에 보면 눈치 채셨나 몰라도, 첫 날에는 전기나 마이크 등의 시설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육성으로 '소리를 질러서'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목소리가 작은 사람을 위해서는 '인간 마이크'가 큰 소리로 대신 말해주기도 했답니다. ^^;;


 설상 가상으로,
 이 프로그램 주최자들이 준비해 온
 프로그램 안내 책자는 
 비행기를 갈아타면서 분실 되어서

 이렇게 종이에 사인펜으로
 적어서 붙인 것으로 대신해야 했습니다.

 포럼 참가단 중에 짐을 잃은 사람이
 한국 참가단 일부를 포함해서
 꽤 많았습니다.

 
 

 

 

  

둘째 날부터는 미리 요청을 하면
전기가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마이크와 컴퓨터, 빔 프로젝터를
틀 수는 있게 되었는데,
프로젝터를 쏠 스크린이 없어서
스스로 스티로풀 판을 구해 와서
스크린으로 사용했습니다.  

 

 

 





  우리 행사장의 입구 모습입니다.

 유리 진열대의 뼈대만 남아 있는 곳에

우리 참가단 젊은 선생들이
나무 판을 어디에선가
주워 와서 훌륭한 테이블을
만들었습니다.  ^^

 

 

 

 

 
여러 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진지하게 발제를 경청하고 있습니다.
공공의료의 위기, 민간의료보험의 확대, WTO와 FTA로 인한 지재권 강화와 약가 인상....
그리고 일부 저개발국가에서는 의료인력의 해외 유출까지....  나라는 달라도 의료의 위기로 느끼는 부분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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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럼은 22일 아침에 있었던 "전쟁과 제국주의"라는 제목의 세미나였습니다.
TWN의 월든 벨로와 영국의 반전 운동가의 발제가 있었는데,  패널들의 네임 밸류가 느껴지는 행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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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50 명 미만의 모임도 있었습니다.
이 모임은 '군대와 관련된 환경 문제'라는 제목의 회의였는데, 각국에 주둔한 군사기지가 그 지역의 환경을
어떻게 훼손하는가 하는 자료를 모으는 자리였습니다. 미군 기지는 한국에서도 문제이지만, 일본, 필리핀, 미국 본토에서조차 환경 오염의 큰 원인이 되고 있고,  미군의 주둔 지역은 환경에 관한 어떤 법률의 저촉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녹색연합에서 아주 멋진 자료를 준비해 주어서 공연히 제 어깨가 으쓱해졌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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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 포럼의 발제자들.



 

 

 

 

 

 


 

 

 

 

 


이건 제 사진인데요,
제가 발제하는 모습은 아니구요..
(저렇게 턱을 고이고 발제를 할 리가 없지요... ^^;; )

통역을 하고 있는 것을
옆 사람이 찍은 겁니다

한국 참가단은 저렇게 마이크 하고
그것을 수신하는 작은 라디오를
준비해 가서 영어가 안 되는 사람들도 회의 내용을 대충이나마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대체 무얼 믿고
저에게 동시통역이라는 걸
시켰는지...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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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건강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전쟁, 폭력, 정치적인 불안, 경제재제"라는 제목의 세미나였습니다. 
하루 중 마지막 세션인 오후 5시 반부터 8시까지 진행되었는데요. 
레바논의 참가자는 작년에 있었던 이스라엘의 침공에 의한 공공서비스의 파괴를 이야기 했고,
아프가니스탄의 참가자는 이스라엘의 분리장벽 문제, 검문 검색 문제 등을 고발했습니다.
(하나의 사례로, 발제자의 친구가 다리에 총상을 입었는데, 분리장벽을 통과하지 못해서 그 앞에서 6 시간 동안 구급차를 기다리다가 결국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아프간 임산부들이 조산을 가장 많이 하는 장소도 바로 이 분리장벽 앞이라고 합니다. 통행금지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그곳에서 분만하게 된다네요.  )
필리핀에서는 피플 파워로 집권한 아로요 대통령이 이제는 부정선거(대선 때 상대 후보에 대한 도청을 했답니다.)에도 불구하고 하야 하기를 거부하고, 오히려 모든 종교단체, 시민단체, 민주화 인사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며 '반군'과 동일하게 탄압한다고 합니다. 거의 계엄 상황과 비슷하게 집회와 시위가 금지되고, 보도 통제도 한답니다. 지난 2년 간 '암살' 당한 시민단체 활동가만 200명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그밖에도 이란의 핵을 둘러싼 경제 제재의 영향, 그리고 이라크 전쟁이 이라크 민중의 건강에 끼친 영향 등에 대한 발제들이 있었습니다.



 

 

 

 

 

 

 

 

 

 

 

 이 세미나실은 둘째 날이었는데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참가자들은 육성으로 증언을 해야 했고, 생생한 현장 자료를 준비해 왔는데도 그것을 보여 줄 수가 없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해가 지자 세미나실은 그야말로 칠흙 같이 깜깜해 졌습니다.
왼쪽 사진은 일반 설정으로 세미나장을 촬영한 것이고, 오른쪽 사진은 '나이트 샷'으로 노출을 오래 시킨 사진입니다.

 

 

 

 

 

 



 

 발제자들의 목소리와 실루엣만 보이는 상황에서도 수십명의 청중이 끝까지 않아서 경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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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23일 오후에 있었던 세션입니다.
'남반부 초점'이라는 단체 등에서 조직한 회의로, "Rolling back the powers of TNCs(다국적 기업의 힘을 제어하기)"라는 주제로 각국의 상황과 대처 경험, 대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앞에 좌장으로 앉아 있는 사람은 '니콜라' 라는 사람인데,  특정한 제안을 하지 않으면서도,
참가자들의 의견과 경험을 모아 엮어서 내실 있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아주 탁월한 진행자였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여러 차례 온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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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23일 아침에 있었던 우리 단체 주최의 토론회였습니다.
아침 햇빛이 정면에서 환하게 비치는 가운데서도 어떻게 해서든 프로젝터를 쓸 수 있도록 포스터로 햇빛을 가리고 스티로플 판을 가져다 놓은 모습입니다.  

내용은 각국의 의약품 접근권을 저해하는 특허권의 문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각 나라의 운동 단체들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브라질, 우리 나라, 인도, 그리고 미국의 단체 혹은 개인이 발제자로 참가 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제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느라 우리 프로그램인데도 찍은 사진이 이것 밖에 없답니다....  ㅡ,ㅡ;;;



 

 

 

 

 

 

 

 

 

 

 

결과적으로 짧은 시간에 문제점을 잘 부각 시켰고,  공동행동도 한 가지 제안을 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다른 나라 참석자들도 아주 만족해 했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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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회 포럼에 천 가지가 넘는 프로그램들이 각각의 단체들에 의해서 조직이 되었는데,
우리 몸은 하나 밖에 없다 보니, 아무리 많이 참가하고 싶어도 하루에 네 개, 4일 동안에 14 개 프로그램
밖에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세미나장 안에만
박혀 있었던 것은 아니구요,
 
이렇게 각 단체의 부츠나
가판대를 둘러 보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 그늘에 앉아서
 다음 시간에는 무얼 들을까  
 의논 하기도 하고.....

 

 

 

 

 

 

 

 

 야외 식당에 앉아서
점심을 먹기도 하고.....

 

 

 

 

 

 

 

 



프로그램이 끝나고 난 후에는
숙소로 돌아와서 

햇반, 김치, 김, 통조림, 팩소주 등으로
저녁 식사 겸뒷풀이를 하기도
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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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2-04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낫, 엄청 동안이세요!!!

가을산 2007-02-04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마노아님, 복 받으실 거에요~!
저 퍼석퍼석한 피부를 동안이라 불러주시다니..... ^^;;

ceylontea 2007-02-05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낙 사진 안올리셔서 기대안했었는데... 사진 쭉 내려오다 얼굴 발견하고 무척 반가왔어요.. 동시통역... 멋져요~~!! ^^

가을산 2007-02-05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찍힌 사진들을 보니, 제가 심히 동그랗더군요. ㅡ,ㅡ

paviana 2007-02-07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글을 이제야 보다니...심히 민망하네요.
요즘 마을마실도 다니는 둥 마는 둥 해서요.
사진도 매우 잘 봤어요.동안 맞으시잖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