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소영웅주의나 알량한 허영심 때문에 목숨을 걸고 불의에 저항하지는 않는다. "짓밟히고 고난당하는 인간들의 인간 회복,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아름다운 유토피아"에 대한 갈망이 없다면, 누구도 개인적 이익을 위해 목숨 걸고 도박하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우리가 아무리 한국민주주의의 위기와 진보운동의 변질이나 타락을 비판한다 하더라도, 불의에 대항하여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싸웠던 사람들과 그들의 시대에 대한 감사와 존중의 감정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그런 희생 덕분에 박정희도 전두환도 없는 이 좋은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마땅한 염치이다. - P87

목적이 선하다는 확신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정당화 하게 되면,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 최초의 이상은 그 이상을 위한 모든 수단을 무차별하게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도구가 된다. 그리하여 고통받는 인간에 대한 사랑은 한때의 추억으로만 남고, 지금의 현실은 오로지 적대적 당파성의 구도에 의해 규정된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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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하게 말하자면 영성이란 언제나 나와 전체의 관계에 존립하는 까닭에 종교의 한계에 갇히지 않는다. 왜냐하면 기성 종교는 언제나 전체와 절대자를 이것이다 또는 저것이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그 자신 전체의 진리가 아니라 부분적이고 당파적인 세계관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 P80

복음서가 전하는 예수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압도적 감동은 오로지, 그가 보여준 가난하고 병들고 박해받는 사람들에 대한 넘치는 사랑과 연민에 기인한다.그 감동에 이끌려 예수가 보여준 그 사랑을 실천할 때, 우리는 예수가 모범을 보인 그런 삶을 따라 살게 되는 것이다. - P82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든 상처받는 것이다. 무한한 사랑은 무한한 상처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감옥에 갇혀야 했던 서준식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상처 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의 사랑과 고난 그 자체가 사랑 때문에 상처 받는 모든 사람에게는 위로이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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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유의 첫 번째 원리는 자기 통일성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은 나라는 의식이 없는 곳에서는 생각이 일어날 수 없다. 물론 이 동일한 자기에 대한 의식은 그 자체로서는 공허한 자아의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이 의식의 장소가 구체적 내용으로 채워짐으로써 인간은 비로소 생각하는 존재가 된다. 그 사유의 내용이 서로 모순을 일으키거나 충돌하지 않을 때, 그 일관성이 한 인간의 정체성identity 이 된다. - P61

전태일을 전태일 되게 만든 것은 자기 개인의 가난과 고통이 아니라 세계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자아의 경계는 고통의 경계와 같다. 자신의 피부가 자기가 느끼는 고통의 경계인 사람에게는, 자신의 신체가 곧 자아의 전부이다. 그러나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낄 때, 내가 느끼는 고통의 범위가 확장되는 만큼 나의 자아도 확장된다. 그리하여 내가 고통을 느끼는 대상이 확장되는 것만큼 나의 존재, 나의 세계도 확장된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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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국가가 모두에 의한 국가라면, 공화국은 모두를 위한 국가이다. 아무리 국가가 모두의 뜻에 따라 운영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할지라도, 그것이 모두를 위하여 운영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한갖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형식은 실질과 부합할 때 온전한 것일 수 있다. - P45

민주주의라는 형식이 공화국이라는 실질과 결합되지 않는다면, 형식적 민주주의는 시민적 삶의 온전함을 담보할 수 없다. 이처럼 시민적 삶의 온전함을 담보하지 못할 때, 민주주의라는 형식 자체가 위기에 처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 우리가 처한 상황이기도 하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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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의 비판이 한갓 타자의 부정에 머물러 적극적 자기 형성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야말로 현재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의 본질인 것이다. 이 자기 형성을 통한 서로주체성의 실현이 좌절되었기 때문에, 공동의 적을 통해 결속된 우리는 그 적이 사라지는 순간 다시 남남으로 흩어지고, 지배권력은 그렇게 원자화된 시민을 끊임없이 상호 경쟁으로 내몲으로써 자신의 지배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 - P39

반대로 말하자면, 보편적 선의 이념이나 가치가 없을 때, 국가는 통치 기구일 수는 있으나, 참된 의미의 정치체로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이처럼 자신의 본래성으로부터 멀어질 때, 다른 모든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가 역시 부패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현재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한국 시민들이 더불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루어야 할 목표가 존재하지 않을때, 정치는 맹목적 권력 투쟁으로 치닫게 되고, 이 권력 투쟁이 국가의 해체를 추동한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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