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은 안하고 회비만 꼬박꼬박 내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에서 인터뷰를 요청해서 하기로 했었다.
녹취한 것을 글로 옮겨 놓은 것을 보니 내가 말을 이렇게 이상하게 하는구나, 조리없게 말하네, 이런 생각이 든다.
생각없이 지내다가 정색하고 바라보면 이상한게 많기는 하다.
다음부터는 좀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이야기를 해야겠다.
딸을 어떻게 페미니스트로 키웠냐 물어보는데 마치 내가 '장한 엄마' 가 된 듯한 기분이다.
작정하고 페미니스트를 길러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내 것이 아니고 내가 그렇게 키우고 싶다고 키워지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내가 가족으로, 엄마로 살아가는 모습이 딸에게 영향을 미쳤겠지, 하고 생각한다.
자식이 나를 닮기를 원하는, 그렇게 잘난 사람이 있을까?
대체적으로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개량'하기를 원하지 않나?
딸에게 강조한 것은 결혼은 결핍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충만함을 키우는 것이라는 것뿐.
자립을 강조했을 뿐이다.
자신을 구해주는 왕자를 기다리는 건 왕비를 꿈꾸는 삶이 아니고 노예의 삶이라는 걸 말해줬을 뿐이다.
울프는 여성의 자립에 필요한 것으로 자기만의 방과 돈을 이야기했다.
나는 기혼여성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경제적인 능력과 운전면허증이라고 이야기한다.
남편의 도움을 기대하는 삶은 반쪽 삶이다.
그럼 왜 결혼했냐고?
그러게나 말이다. 왜 했을까...
그런 말들을, 그런 경험들을 딸에게 이야기해주었더니 딸이 비혼주의자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그러니 어쩌면 딸한테는 '장한 엄마'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반대일지도 모르고.
딸한테 사주고 읽어주었던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