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소영웅주의나 알량한 허영심 때문에 목숨을 걸고 불의에 저항하지는 않는다. "짓밟히고 고난당하는 인간들의 인간 회복,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아름다운 유토피아"에 대한 갈망이 없다면, 누구도 개인적 이익을 위해 목숨 걸고 도박하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우리가 아무리 한국민주주의의 위기와 진보운동의 변질이나 타락을 비판한다 하더라도, 불의에 대항하여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싸웠던 사람들과 그들의 시대에 대한 감사와 존중의 감정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그런 희생 덕분에 박정희도 전두환도 없는 이 좋은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마땅한 염치이다. - P87
목적이 선하다는 확신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정당화 하게 되면,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 최초의 이상은 그 이상을 위한 모든 수단을 무차별하게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도구가 된다. 그리하여 고통받는 인간에 대한 사랑은 한때의 추억으로만 남고, 지금의 현실은 오로지 적대적 당파성의 구도에 의해 규정된다. - P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