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글은 담백하다.

그래서 더 읽기 힘들다.

담담하게 서술한 내용들은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하고, 그걸 알기에 선뜻 읽을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흑산'은 그곳에 유배된 정약전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정약전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를 흑산에 유배한 (원인이 되는) 천주교 박해에 대한 이야기였다.

천주교박해에 대한 이야기에 얹혀 기울어가는 왕조의 무너져 버린 제도 안에서 개인의 욕심이 수탈로 이어지고 그로 인한 백성들의 고통이 극심함을 보여준다.

모함 때문이거나, 책임 때문이거나, 진짜 죄를 저질렀거나 유배의 원인은 자신에게 있다.

하지만 어명에 따라 죄인을 받아 거처를 마련하고 먹이고 입혀야 히는 사람들은 무슨 죈가.

죄인을 호송하는 관리의 출장비용까지 일반 백성들에게 떠넘기는 대목을 읽으며 '완장'의 역사는 참으로 길고 질기다는 생각을 한다.

140년전 안팎에 똑 같은 나무로 만들었으되 조상의 신주는 불사르고 천주의 십자가에 소망을 담던 사람들의 후손은,

이제 또 다른 권력이 되어 자기와 같이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는다.

 

김훈 소설 속의 삶은 너무 비루하고 구차해서 괴롭고, 현실에서 어떤식으로건 반복되고 있기에 더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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